[알라딘삼성카드 반값몰 도서]내 짝꿍 최영대 - 학급문고 1
채인선 글, 정순희 그림 / 재미마주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이 동화책은 어림잡아도 족히 열번 이상 읽은 듯 합니다. 오랜만에 다시금 꺼내들었는데, 이번에도 여지없이 눈가가 촉촉히 젖어듭니다. 읽고 또 읽어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뭉클해지네요. 

이야기는 영대를 바라보는 한 여학생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4월의 어느 날 아침, 더벅머리에 헐렁한 웃옷 그리고 다 해어진 운동화를 신은 꾀죄죄한 영대가 어느 시골 학교에서 전학을 왔습니다. 항상 조용한 아이는 글씨 쓰는 것도, 밥 먹는 것도 느렸고, 누가 자기 흉을 보아도 잠자코 있었지요.
그런 탓에 아이들은 영대를 더 놀렸습니다.

"굼벵이 바보! 쟤는 말을 잘 못한대. 아마 듣지도 못할 거야." (본문 6p)



잘 씻지도 않는데다 언제나 같은 옷을 입고 왔기에 지독한 냄새도 나고, 실내화도 없고 준비물은 하나도 안 가져왔지요. 여자아이들은 영대와 같이 앉기 싫어했기 때문에 여름 방학이 다 되도록 영대는 맨 뒤에 혼자 앉았습니다.
아이들 말로는 영대는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난 다음부터 거의 말을 안 하고 지냈기에, 지금은 할 수 있는 말이 몇 안 된답니다. 다른 식구도 없이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영대는 불쌍했지만, 반 아이들은 모두 영대를 따돌렸지요.
남자아이들은 걸핏하면 영대를 괴롭혔지만, 영대는 울지 않았지요.
한번은 영대를 벽에다 세워 놓고 남자아이들이 모두 한 대씩 때린 큰 일이 일어났어요. 영대는 코피가 터졌고, 눈 주위에 시퍼런 멍도 들었지만 울지 않았고 노려볼 뿐이었지요.

’나’처럼 영대를 불쌍하게 여기는 아이들도 몇 명 있었고, 영대를 때리고 골려 주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다른 남자아이들이 무서워 아무 말 못 했지요. 2학기가 시작되고 경주로 단체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서로 웃고 떠들며 놀던 날 밤, 쉽게 잠이 들지 않는 아이들 틈에서 방귀 소리가 나자, 아이들은 영대가 방퀴를 뀌었다고 했지요.

"누구야? 누가 잠 안 자고 방귀를 뀌는 거야?"
"이 애요. 엄마 없는 바보 말이에요." (본문 31p)

 

아이들이 괴롭혀도 울지 않던 영대는 양 무릎 사이에 얼굴을 처박고 어깨를 출렁이며 울었습니다. 선생님은 한 반 친구를 괴롭힌 아이들을 벌 주었고, 영대도 그리고 아이들도 하나둘 울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울면서 미안하다고 사정을 해도 영대의 울음을 그치게 할 수 없었지요.

영대는 계속 울었어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어요. 가끔 돌아가신 엄마를 부르는 듯 꺼이거이 울었어요. 그 동안 받은 설움을 모두 울음으로 토해 내려는 것 같았어요. (본문 37p)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엄마를 잃은 충격으로 말을 하지 못하게 된 영대는, 자신의 아프고 슬픈 마음을 전달할 수 없었을테니 말이예요. 나도 모르게 영대와 함께 울어버렸습니다. 힘들 때 진작 울어버렸다면, 마음의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었을텐데, 안타깝기만 하네요. 그런 영대의 아픈 마음을 이해해주는 이가 없었으니, 영대는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요?
꾹꾹 참고 참았던 영대의 울음이 터지고 난뒤에야, 영대는 그동안의 아팠던 마음을 털어낸 듯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도 달라졌지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나’는 지금의 영대 짝꿍입니다. 영대는 반에서 제일 소중한 아이가 되었고, ’나’에게도 그렇답니다.



중고등학교에서나 일어났던 왕따 문제가 몇 해전부터는 초등학교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아이들이 무엇이 잘 못인지를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죠. <<내 짝꿍 최영대>>는 상처 받은 영대가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더 큰 상처를 받게되는 과정을 통해서 어린이들에게 그 잘못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영대의 울음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느끼고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감동이 느껴집니다. 조금씩 달라지는 영대의 모습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어요. 관심과 사랑은 이렇게 희망을 보여줍니다.
엄마를 잃은 상처 그리고 친구들에게 받은 상처가 점점 아물어져가는 영대의 얼굴은 환한 미소로 가득합니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친구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참 뒤 다시 이 책을 꺼내들었을 때, 저는 그때도 여지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입니다. 읽을 때마다 전해지는 그 감동이 따뜻하고 예쁜 이야기랍니다. 

(사진출처: '내 짝꿍 최영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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