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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좋아진다
이태성 지음 / 낭만북스 / 2009년 12월
품절
같은 장소, 같은 인물을 찍더라도 사진을 찍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준다. 나는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편이라, 사진 하나에도 예술적인 느낌을 주거나, 어떤 감성을 느끼게 하는 작품을 보면 정말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하다못해 선풍기, 주전자, 담벼락에 기대어 놓은 자전거, 입간판 등 대수롭지 않은 물건들을 멋스럽게 찍어 놓은 것을 보면, 어느 하나 작품이 아닌 것이 없다. 혹 그들이 사용하는 카메라는 고가의 좋은 제품이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보기도 하는데 이태성 작가의 <사진이 좋아진다>에 수록된 사진들은 포켓 카메라로 찍었다고 하니, 딱히 그런 것만은 아닌가보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 순간순간의 예쁜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느끼게 되는데, 나중에 찍은 사진을 보면 아이들의 예뻤던 모습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 것에 속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사진을 잘 찍어보고 싶은 마음에 올 초에 조서희 사진작가가 쓴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그 책을 통해서 내가 깨달은 것은 나는 카메라 매뉴얼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카메라 사용법도 제대로 모르면서 사진을 찍고 있다는 잘못을 알게 된 후에야, 비로소 사진 찍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게 되었다.
사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에 관한 책들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사진이 좋아진다>>라는 책 제목이 내 마음과 흡사한 느낌이 들어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은 흔히 ’똑딱이 카메라’라 부르는,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포켓 카메라로 촬영되었고, 사진 밑에는 사진이 찍힌 장소와 촬영에 사용된 기종을 표시하고 있다.
작품들은 감정, 기억, 시선, 우연, 기록으로 분류되어 소개되고 있는데, 사진을 찍어낸 곳에 대한 기억이나 그때의 느낌들이 사진과 글 속에서 생생히 전해지고 있다. 여행 에세이, 혹은 여행을 통한 자신만의 일기와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는 사진은 대상과 만나는 격정적인 순간에도 충분한 카메라워크를 구사할 수 있도록 극도로 냉정해져야 하는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는 작업이라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 속에는 그 당시 그가 느꼈을 법한 느낌이 담겨져있는데, 사진을 보는 동안 그 아름다운 풍경과 사진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그의 작품에 담겨진 풍경 속에 빠지다보면, 절로 사진이 좋아지게 되는데 이쯤되면 나도 이런 작품 하나 찍어봤으면 하는 욕심도 갖게 된다. 작가 이태성이 전하는 ’사진이 좋아지는 8개의 레슨’은 이런 독자의 마음을 읽어낸 세심함이 아닐까 싶다.
사진을 찍기 위해선 장비가 필요하다. 카메라를 갖는다는 것이 항상 비싼 장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을의미하지는 않는다. (중략)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여행을 가거나 음악을 듣거나 맛있는 식당에서 외식하는 것처럼 사진도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라는 것이다. (중략)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더 중요한 것은 사진을 찍는 우리의 자세이다. (본문 261p)
카메라 고르기와 필름, 메모리 카드 고르기에 대해, 빛을 바라보는 방법과 노출, 그리고 기술적인 몇 가지 요소들과 내 눈에 맞는 프레이밍과 카메라와 함께 여행하는 법 그리고 카메라를 가지고 노는 몇 가지 방법들과 넘쳐나는 이미지를 관리하는 방법까지 카메라에 대한 모든 것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사실 초보자인 나에게는 아직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눈으로 본 세상과 카메라가 표현하는 세계는 완전히 똑같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직접 본 것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똑같지 않음에 대해 집착하곤 한다. 그래서 자신의 사진 기술이 형편없다거나 카메라가 좋지 않아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본문 263p)
멋진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좋은 여행지와 멋진 장소 그리고 연예인처럼 아름다운 인물로 완성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갈 때, 사진은 비로소 멋진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카메라를 내 눈의 연장이라고 생각해 보자. 내가 본 것 그리고 관찰한 것을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하면 된다. 머릿속으로 아무리 좋은 생각을 구상한들 사진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어떻게 찍을 것인가. 집 앞에 나무 한 그루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 나무를 어떻게 찍어보면 좋을까. 아침에, 한낮에, 비가 오는 날, 해 질 무렵에, 단풍이 들 때, 그리고 아주 멀리서 작게 그리고 누워서 하늘을 보고, 나무 전체를 아니면 잎사귀만. 이렇게 집 앞에 있는 나무 한 그루를 찍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러므로 사진을 찍는 우리의 태도가 제일 중요하다. 얼마나 우리 주변의 이러저러한 변화들에 주의를 기울일 것인가. 그리고 그 작은 것들에 어떻게 감동받고 또 마음을 움직이며 그래서 다시 생각운 생각을 하고 자연 현상들과 교감할 것인가. 사진을 다루고 사진이 만들어 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발견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본문 262p)
이런저런 소지품들이 시트 위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그는 사진 속에서 사물들이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사물에게서 특별한 감정이 드는 때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 속에서도 감정을 느끼고, 대상들을 끊임없이 관찰해서 얻어낸 그의 작품 속에는 특별함이 있다. 사진은 그저 보여지는 것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나의 감정 교류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며, 그렇게 얻어낸 작품 속에는 소소한 일상에서 얻어지는 느낌이 있으며 그것이 결국 좋은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사진이 그 느낌만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진을 찍는 것도 많은 연습을 통해서 얻을 수 있을 것일게다. 이 책은 좀더 재미있게 사진을 찍으고, 사진을 찍어내는 과정이 즐거워지는, 그래서 사진이 점점 좋아지는 방법을 일러줌으로써, 사진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사진은 그렇게 내가 찾아낸 행복을 기억하는 하나의 방법인 듯 싶다.
(사진출처: ’사진이 좋아진다’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