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꿈 - 14세에 남장하고 금강산 오른 김금원 이야기 진경문고
홍경의 지음, 김진이 그림 / 보림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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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동양적인 느낌이 담뿍 느껴지는 표지에 삽화보다 유독 더 눈에 띄는 글귀가 있다. 
"14세에 남장하고 금강산 오른 김금원 이야기"가 바로 그것인데, 표지 속 주인공을 자세히 보니 볼이 발그레한 것이 틀림없는 여자인가보다. 도대체 김금원은 누구이며,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남장을 하고 금강산을 가야했을까? 

작은 몸집이지만 뻗어 나오는 기상은 우주를 품을 듯 하다. (본문 13p)

김금원은 조선 시대 여류 문인이며, 열네 살에 남장을 하고 혼자 금강산을 여행하여 <호동서락기>라는 기행기를 썼다고 한다. 180여 년 전, 여자들의 행동에 많은 제약이 있었던 그 시절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했던 김금원의 이야기는 세상의 모든 여성들에게 세상을 향한 도전에 용기를 주고 있다.

"여자는 그렇게 아무 데나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고 하지 않았더냐. 이제는 우물에도 보내지 못하겠구나."
"어머니는 어찌 늘 여자는 안 된다고만 하세요?"
"예로부터의 가르침이요 법도인 것을 너도 익히 알고 있지 않느냐."
"여자는 집 밖에 마음대로 나서지도 못하고, 논바닥의 참게조차 구경하면 안 되는 게 법도입니까?" (본문 17p)



기생 신분이었던 금원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소실(첩)이었고, 1817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금원은 과거 시험을 준비하는 아버지의 귀동냥으로 글을 익히는 영특한 아이었다. 그런 금원의 모습을 보고 금원의 아버지는 딸이기에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시를 좋아하는 금원의 부모와 금원과 동생 경춘은 함께 시를 지어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고, 비단마당(금원과 경춘은 정원을 비단마당이라 불렀다)은 금원에게 시를 불러내는 상상의 터전이었다.
천한 신분이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 금원은 책에 빠져들면서 너른 세상 한 모퉁이라도 제 발을 딛고서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여자도 능히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또 능히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본문 42p)는 강정일당의 말을 마음에 품은 금원은 부모님을 설득한 끝에 남장을 하고 홀로 금강산 여행을 떠나게 된다.



’세상에 내딛는 걸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리라.’ (본문 78p)

금원은 의림지, 단양팔경, 사인암, 남화굴, 옥순봉, 단발령과 장안사, 보덕암, 비로봉 등을 여행하며, 제 발로 딛고 선 세상을 향한 마음을 시로 표현하였으며, 이는 후에 쓰게 된 <호동서락기>에 수록하게 된다. 
기생 출신인 어머니를 이어 금원 역시 기적(기생들을 등록해 놓은 대장)에 올려졌고, 자신의 운명을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금원은 기생의 신분으로 다시 세상에 나가기로 한다. ’금앵’이라는 이름으로 기생이 된 금원은 주연에 불려 나가 여행지에서 자신이 지은 시를 노래함으로써, 단순히 웃음을 파는 기생이 아니라 시적 재능을 인정받고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게 된다.

금원은 글을 통해 마음의 자유를 얻었다. 책을 통해 세상을 만나고 그 세상에 서 보고자 금강산으로 동해로 서울로 먼 길을 걷고 또 걸었다. 길은 금원에게 다시 글이 도고 시가 되었다. (본문 156p)

허난설헌, 김호연재, 이사주당 등 죽은 뒤 자신의 삶의 자취인 글이 평가의 도마에 오르는 것이 두려워 자신이 쓴 글을 모두 태워주기를 원했던 이들과 달리 근원은 김금원이라는 한 인간이 살다 간 흔적을 남기고 싶었고, 그렇게 해서 그의 나이 서른네 살 때인 1850년에 <호동서락기>가 완성되었다.

관습의 벽을 넘지 못했던 선인들의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꿈을 금원은 그 벽을 허물고 기꺼이 세상을 향해 나아갔다. 법도라는 명목으로 딸의 꿈을 붙잡을 수 없었던 금원의 어머니에게도, 자신의 삶의 자취인 글을 태울 수 밖에 없었던 허난설헌 등의 여류문인들에게도 금원은 자신의 꿈 뿐만 아니라 여성이라는 신분의 벽을 허물지 못했던그 시대의 여성들의 꿈을 대신 이루어준 당당한 여성으로 우뚝 선 것이다.
<<오래된 꿈>>은 성과 신분이 쌓아놓은 장벽을 기꺼이 허물고 자신의 오랜 꿈을 실현한 김금원을 통해서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장애물은 멈추어야 하는 장벽이 아니라 뛰어넘을 수 있는 그리하여 자신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김금원의 시 외에도 김금원에게 영향을 주었던 고모 기각을 비롯한 허난설헌, 송덕봉 등 여성이라는 시대적 장벽에서도 자신의 꿈을 펼쳤던 이들의 시를 엿볼 수 있어 더욱 의미가 깊었다. 유교 질서 안에 갇혀있던 여성들이 그 틀을 깨고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던 금원은 어린이들의 꿈에 용기를 실어줄 것이다. 단아한 느낌을 주는 동야화 기법의 삽화도 이야기와 더불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출처: ’오래된 꿈’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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