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다녀올게요! - 우리의 ‘다른’ 이웃을 향한 따뜻한 포옹, 장애와 소외 계층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 교양 만화
고은정 지음, 기쁜우리복지관 엮음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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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창작문화콘텐츠공모대상 수상작 모음집으로 장애와 소외 계층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아주는 교양 만화이다. 이 책을 엮은 기쁜우리복지관은 사회복지법인 기쁜우리월드의 산하기관으로 1997년 설립된 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서 1999년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제1회 창작만화페스티벌’을 시작으로 하여, 2010년까지 12회에 걸쳐 창작문화콘텐츠를 주관하고 있다. 이 창작문화콘텐츠는 만화와 영상, 사진 등 문화콘텐츠를 통해서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한다. 장애를 지니고 있으면서 만화가의 길을 걷고자 하는 예비 작가들의 작품 속에는 장애와 소외계층의 어려움을 깊이있게 다루고 있는데, 비장애자가 쓴 작품과는 달리, 그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편 만화지만, 작품 하나하나마다 담겨진 감동과 교훈은 그 어떤 장편 작품보다 깊고 강하다. 코끝을 찡하게 하는 작품도 있었으며, 그들을 불편하게 했을 잘못된 우리의 배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던 어설픈 배려가 그들에게 더욱 불편한 마음을 준 것은 아니었나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에 대한 편견이 나에게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빈병을 주워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아이들은 요근래 빈병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된다. 휠체어에 빈병을 잔뜩 담아가는 아이를 발견한 아이들은 아이가 모아놓은 빈병을 가져와 아이스크림을 사먹다가, 찌그러진 바퀴를 단 휠체어에 엄마를 태우고 힘들지만 힘든 내색안하며 가는 아이를 보게된다. <빈 병을 사수하라>는 이웃과의 따뜻함을 나누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만화를 그리고 싶어하는 청각 장애 2급을 가진 홍석이와 장애우에 대한 소통이 서툰 상두가 서로 소통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는 상대방의 마음을 조금도 들으려 하지 않는 우리가 진짜 귀머거리임을 느끼게 한다.

멀쩡한 귀가 있어도 네 말을, 네 마음을 조금도 들으려고 애쓰지 않은 내가 진짜 귀머거리인걸.
이런 귀머거리한테 이 MP3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

형이 정말로 귀머거리라고 생각한다면 저처럼 눈으로 듣든지 가슴으로 들으세요. (본문 45,46p)

브라질의 레전드로 남아 있는 장애를 잠정으로 승화시켜 위대한 선수가 된 가린샤 선수의 이야기를 담은<가린샤>는 장애가 결코 벽이 될 수는 없음을 보여준다.

하느님은 산토스가 해야 할 일을 다하기 전까지는 절대 포기하지 않으실 거야. 절대로...(본문62p)

순수한 마음을 가진 준이 이야기를 담은 <붕어>, 청각 장애 2급을 가진 작가가 쓴 <스무 살>은 청각장애를 가진 재영이를 통해서 장애인의 집단과 비장애인 집단에서도 이방인이 되어 있는 힘든 상황과 마음을 담아냈다. 장애가 없는 평범한 남자친구와의 힘든 상황과 자신이 스스로 만든 제한을 극복한 내용을 담아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어쩌면 작가 자신에게 하는 말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장애우 스스로도 자신을 비장애인과 거리감을 두고 있음을 지적하고, 그 틀안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은 이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가 될 듯 싶다.

육체적인 장벽은 높지만 영혼은 그 장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
어쩌면........넌 시도해 보지도 않은 채 ’난 못 해’.라고 너 자신을 제한해 온 게 아닐까? (본문 125p)

나를 불쌍하게 보고 동정하고 손가락질한 건 이 세상이 아니라 바로 나였어!
장애라는 틀 안에 내 영혼을 가둔 것은 나였어. 남들이 어떻게 보든, 누가 뭐라 하든 내 영혼이 자유롭다면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인데. (본문 132,133p)

아빠 없는 자식이라고 기죽을까 봐 강하고 야무지게 키우려고 노력하는 편부모 가정의 모습을 담은 <엄마, 다녀올게요!>, 가난한 상황 때문에 자신을 혼자만의 세상에 가두려는 동화에게 다가오는 친구들의 우정을 담은 <우리 집에 왜 왔니?>,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가진 어린이가 그 편견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담은 <자전거 아저씨>의 이야기에서도 뭉클한 감동이 느껴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하여 고령화 시대의 문제점을 기록한 <앨리스의 사정>은 현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되짚어보게 한다.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당장 먹고사는, 복지가 보장된 삶이 아주 절실해.
하지만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따뜻한 관심과 사랑이란다. (본문 225p)

장애, 편부모가정, 노인문제 등 소외 계층에 대한 이야기가 따뜻한 감동으로 전해지면서, 그들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아 준다. 잘못된 편견을 가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잘못된 편견을 답습하게 한다. ’다름’을 이해하지 못한 어린이들은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채 그들에게 아픔을 줄 수 있다. 이 교양만화는 그들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아 줄 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되어준다. 뭉클한 감동이 그들과 내가 함께하는 ’이웃’이라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준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미지출처: ’엄마, 다녀올게요!’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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