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집
김희경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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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가 굉장히 독특하다는 느낌이 들어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2011년 한국 최로로 라가치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하여, 더 큰 궁금증을 자아냈다. 내용이 참 심오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작가 김희경님은 철학을 공부하셨단다. 요즘 그림책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렸는데, 사실 그림책은 복제 미술의 한 장르로서 미적 표현의 세계이기도 한데, 요즘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으로 한정되면서 그 영역이 오히려 작아지고 있어 아쉬움을 더한다. <<마음의 집>>은 이런 그림책의 한정적 의미에서 벗어나 예술적인 느낌을 임팩트있게 전달하고 있으며, 짧은 글이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어린이를 위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어른을 위한 작품이라고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섬세한 삽화는 철학적인 이야기와 잘 어우러지고 있는데, 기존 어린이들이 많이 접해왔던 만화적인 요소가 강했던 삽화와는 차별화되고 있어,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장르의 그림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듯 싶다.

사람마다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조차도 다스리기가 어렵다. 어른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을 <<마음의 집>>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마음’을 ’집’으로 비유하여,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스릴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말이 별로 없는 엄마, 구석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 밥을 혼자 먹는 아빠, 엄마 배 속에서 막 태어난 아기 등 누구에게나 마음이 있지만, 마음은 잘 알 수가 없다.
어느 날은 시계를 보면 기쁘다가도, 어느 날은 시계를 보면 화가 나기도 하는 자신의 마음을 자신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도대체 마음은 무엇일까? (본문 25p)

저자는 마음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과 같다고 표현한다. 큰 집에 사는 욕심쟁이, 평생 한 집에만 사는 고집쟁이, 매일매일 집 모양을 바꾸는 변덕쟁이처럼 마음의 집은 모양도 크기도 다 다르다.

문을 아주 조금 열어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문을 활짝 열어두는 사람이 있고, 어떤 이는 문을 아예 닫고 사는 사람도 있다.
슬프고 기쁜 마음을 창문에 비추어지는 날씨로 묘사하였고, 표현이 서툰 것은 부엌에서 요리하는 사람으로 비유하기도 하였다.
마음의 집은 자꾸 바뀌는데, 불안과 초조 그리고 걱정이 마음의 집을 다스리기도 한다.
하지만, 수많은 마음들이 도와줄 것이기에 힘을 내라고 격려와 위로를 더한다.

굉장히 난해한 주제이며, 어려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마음’을 ’집’으로 표현함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집’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면서 마음의 집의 눈은 자꾸 닫혀만 간다. 지치고 힘들고 괴로울 때는 더욱 문을 꼭꼭 닫아두게 된다. 친구가 미워지고, 질투하는 마음이 생기고, 잘난 척하고 싶거나 싸우고 싶을 때는 마음의 집 화장실의 변기 손잡이를 눌러, 나쁜 마음을 흘려보내라 한다.
시처럼 짧은 이야기를 고씹다보면, 잡히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네 마음의 집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스러져 갈 때
마음의 방에 혼자 있을 때
창밖으로 비가 올 때라도

걱정하지 마.
이 세상에는 다른 마음들이 아주 많거든.
그 마음들이 네 마음을 도와줄 거야.
언제나 너를 도와줄 거야. (본문 51~55p)

내 마음에는 슬픈 마음, 괴로운 마음 뿐만 아니라, 좌절을 딛고 이겨낼 수 있는 힘있는 마음도 존재하고, 타인을 용서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괴로운 마음을 부여잡지 말고, 내 마음 속에 있는 또 다른 마음을 들여다보면, 비오는 마음은 햇빛이 내리쬐는 환한 마음이 될 수 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은색 종이가 있어 독자의 얼굴을 비추어볼 수 있게 되는데, 얼굴은 바로 내 마음을 대변하기도 한다. 좋은 생각을 하는 얼굴은 환한 웃음을, 나쁜 생각이나 슬픈 생각을 하는 얼굴을 찡그린 얼굴을 하게 된다.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내 마음 속에 있는 나쁜 마음은 버튼을 눌러 흘려보내고, 내 마음 속에 있는 좋은 마음, 행복한 마음을 꺼낸다면 내 마음을 컨트롤 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내 마음은 나도 모른다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충분히 자신의 마음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된다. <<마음의 집>>은 나쁜 마음을 비우고, 좋은 마음과 따뜻한 마음으로 마음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 마음의 집은 내가 멋지게 지을 수 있음을 저자는 말한다.

(사진출처: ’마음의 집’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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