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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ㅣ 비룡소 클래식 27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김옥수 옮김, 찰스 로빈슨 그림 / 비룡소 / 2011년 4월
평점 :
어렵고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가진 고전 중에는 몇 번이고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작품이 있는데 <<비밀의 화원>>이 그 중 한 작품이다. 오랜만에 이 작품을 읽게 되었는데, 예전에 읽었던 작품에 비해 상당히 두꺼웠지만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요크셔 사투리가 전라도 사투리로 번역되어 유쾌함이 느껴졌으며, 자연의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하여 생생함마저 느껴졌다.
어른들은 아이들은 그저 자연 속에서 뛰어놀아야 좋다고 말씀하신다. 바람을 맞으며, 햇볕을 쬐며, 나무와 풀과 꽃 그리고 새와 이야기하며 지내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흙 대신에 아스팔트가 자리한 곳에서 자란 지금의 아이들은 나약하고 병약하기만 하다. 이 책의 주인공 콜린처럼 말이다.
1910년 처음 발표된 이 작품이 100년이 넘어서도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자연을 배척한 채 문명화된 삶 속에서 점점 나약해져가는 지금의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크기때문은 아닐까.
인도에 사는 심술쟁이 메리는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고 영국의 목사 집에서 지내다 고모부가 살고 있는 영국의 요크셔 지방으로 가게 된다. 황량하기만 한 황무지에 있는 고모부 집인 미셀스웨이트 장원에서도 외로운 메리는 방이 백 개나 되는 비밀스러운 집에 대해 약간의 호기심을 갖게 되고, 젊은 하녀인 마사를 통해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솔찬히 좋아라. 조금도 휑하지 않아라. 사방에서 무언가가 돋아나면 냄새도 무척 달콤하지라. 봄이랑 여름이면 금작화랑 가시금작화 그리고 히스꽃이 활짝 피어나서 겁나게 아름답고, 꿀 냄시도 향긋허고 공기도 참말로 상쾌하지라. 하늘은 겁나게 높아지고 벌들과 종다리들이 멋진 소리로 콧노래도 부르지라. 아! 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황무지를 떠나지 않을 꺼랑께요." (본문 41p)
인도에서는 하녀가 옷을 입혀주고 신발을 신겨주었지만, 마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자기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는 어린 동생들을 이야기하며 메리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고, 새, 망아지, 양과 친구가 되어 황무지에서 몇 시간이고 혼자 노는 디콘처럼 자연 속에서 혼자 노는 법을 일러준다. 영국 정부에서 높은 지위를 맡고 있어 늘 바빴던 아빠, 파티에 참석해서 사람들과 즐겁게 노는 데에만 신경을 쓴데다 딸아이를 바란 적이 한번도 없는 엄마 덕에 유모였던 아야 손에 길러지면서 병약하고 까다로운 아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메리에게 마야는 이상한 하녀였지만, 자신에게 처음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었다.
메리는 사람과 자연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고, 울새와 친구가 되면서 계속해서 좋아졌다. 깡말랐던 얼굴에는 살이 올랐고, 밥도 잘 먹게 되었다.
"황무지에서 불어온 공기가 벌써 아가씨를 아주 좋게 만들었당께요. 지금은 처음 봤을 때처럼 노리끼리하지도 않고 그렇게 깡마르지도 않응께요. 게다가 머리칼이 머리에 그렇게 찰싹 달라붙지도 않는 것이 마치 머리칼이 살아나서 살짝 삐져나온 것처럼 보일 정도랑께요." (본문 223p)
비밀스러운 저택에는 고모가 죽자 잠겨진 정원이 있었는데, 메리는 이 비밀의 화원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다 울새에 이끌림에 비밀의 화원의 출입문을 찾게 되고 화원을 되살리기 시작한다. 마사의 동생 디콘과 알게 되면서 함께 화원을 가꾸던 메리는 비밀스러운 방에서 들려오는 울음 소리에 이끌려 숨어지내던 콜린과 만나게 된다. 콜린이 태어날 때 고모가 죽자, 고모부는 아들을 보는 것이 괴로워했고, 콜린은 죽지 않으면 결국 곱사등이가 되어 오래 살 수 없기에 늘 방안에 갇혀 지내고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갇혀 지냈던 콜린은 간호사와 하녀의 손에 자랐는데, 메리와 마찬가지로 병약하고 신경질적인 아이였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절망에 빠져 살던 콜린은 메리와 디콘을 만나면서 자연과 만나게 되고 희망을 찾아가게 된다.
세 아이는 비밀의 화원에서 자신들만의 시간을 가지며 아름다운 우정을 가꾸어 나간다.
"내 몸이 좋아질 거야! 내 몸이 좋아질 거야! 메리! 디콘! 내 몸이 좋아질 거야! 그래서 난 영원히 살 거야, 영원히, 영원히!" (본문 310p)
"내 몸에 마법이 있다! 마법이 내 몸을 튼튼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본문 354p)
자연을 벗삼으며 화원을 되살리듯 희망을 키우는 세 아이들의 우정은 너무도 아름답니다. 아내를 잃은 괴로움으로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고모부는 절망 속에서 자신을 괴롭히며 살아왔지만 문득 새로운 삶의 욕구를 느끼며 장원으로 돌아가고 건강해진 아들가 만나게 된다. 이는 자연이 만들어준 또 하나의 마법이었다.
10년을 잠궈둔 비밀의 화원이 아이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꽃을 피웠듯이, 아이들이 자라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과 관심이다.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자란 메리와 콜린이 병약하고 신경질적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사랑과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마사로 인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된 메리는 점점 좋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콜린에게도 똑같은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게 된다. 그렇게 한발 내딘 세상에서 ’대자연’은 그들에게 희망을 선물한다. 저자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은 어린 시절 불우하게 자랐는데, 불우했던 생활이 상상력을 자극해 글 쓰는 데 힘이 되었다고 한다. 그 불우했던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저자는 어린이들에게도 긍정이 주는 삶의 희망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듯 싶다.
<<비밀의 화원>>은 사랑과 관심이야말로 우리 어린이들을 자라게 하는 힘이 되며, 긍정의 힘은 삶의 활력소가 되고, 대자연은 몸과 마음을 키워주고 있음을 엉뚱발랄한 세 아이를 통해서 보여준다.
가족의 해체로 소외되는 어린이, 문명화로 황폐해져가는 자연, 힘든 상황 속에서 점점 극단적이 되어가는 사람들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비밀의 화원>>은 100년이 지난 지금 더욱 절실해지는 작품은 아닌가 싶다.
(사진출처: ’비밀의 화원’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