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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 딸 ㅣ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33
김진완 지음, 김효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4월
표지 속 긴 터널 속을 뚫고 나오는 기차가 역동적인 느낌을 풍기는 그림책입니다. 헌데 ’기찬 딸’은 어떤 의미일까요? 왠지 투박한 느낌을 주는 제목인 듯 싶지만, 책을 읽다보면 정말 정겨운 제목이 아닐 수 없답니다. 제목과 기차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지 표지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그림책입니다.
빨간 외투를 입은 아이가 엄마의 손을 꼭 잡고 기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이름이 다혜, 문다혜라고 소개합니다. 멀리서 기차가 다가오고 아이와 엄마는 기차에 올라탑니다. 그리고 비로소,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브라운 계열로 그려진 삽화는 정겨운 옛 느낌으로 가득 메우고, 이제 아이가 올라탔던 기차와는 사뭇 다른 낡은 기차는 눈보라를 뚫고 달려갑니다.
이제 이야기는 아이가 예전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기차를 타고 먼 곳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아직 외할머니 배 속에 있던 엄마는 갑자기 세상 구경이 빨리 하고 싶어졌지 머예요. 달리는 기차 안에서 진통이 시작된 외할머니를 보며 수군거리는 사람들 틈에, 한 할머니가 차장에게 기차를 세우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답니다. 남정네들에게 인가에 가서 뜨신 물을 얻어오라고 소리치자, 아저씨들은 하얀 눈보라 속을 내달렸지요.
"으앙! 으아앙!" 엄마가 울음을 터트렸고, 기차안 사람들은 애 엄매 미역 한 줄거리 해 먹이자고 꼬깃꼬깃 종이돈을 모으며 함께 기뻐해주었답니다. 다리가 후들거렸던 외할아버지도 그제야 헤벌쭉 웃으며 신바람이 나 노래 한 한자락 하셨답니다.
기차 밖은 눈보라가 휘날렸지만, 기차 않은 후끈후끈했답니다.
엄마 이름은 여러 사람의 은혜를 입어 태어났다고 그 자리에서 바로 지어진 많은 다(多), 은혜 혜(惠), 다혜가 되었지요.
드디어 기차가 도착하고, 아이는 엄마 손을 잡고 기차 안에서 얼라를 낳은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외할머니를 향해 뛰어갑니다. 엄마는 웃음소리도 우렁차고, 부아가 끓어올라도 막걸리 한 잔으로 가라앉힐 줄 아는 여장부입니다.
"몸만 건강하모 희망은 있다!"
아이는 기찬, 기-차-안 딸인 엄마를 자랑스럽게 소개합니다. 이 그림책은 ’생명 탄생의 기쁨’과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아무 것도 없는 기차 안에서 사람들의 도움으로 태어난 아기는 추운 겨울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주었습니다. 피곤해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삭막해보이기까지 했는데, 생명의 탄생으로 너도나도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도와줍니다. 아기가 태어나길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은 간절하기 그지 없으며, 아기의 울음 소리에 너도나도 기뻐합니다. 이는 생명 탄생의 힘이며, 기쁨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자란 엄마는 ’희망’을 갖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장부입니다.
비록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세상 누구보다 많은 축하와 축복을 받으며 자란 것이지요.
생명의 존엄성과 탄생의 기쁨이 담겨진 <<기찬 딸>>은 정겨움이 담뿍 담겨져 있습니다. 요즘과는 사뭇 다른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따스함이 묻어나는 그림책이지요.
우리는 보통 말할 수 없을 만큼 좋거나 훌륭할때 ’기차다’라는 말을 쓰곤합니다. <<기찬 딸>>은 기-차-안 딸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난 행복을 가졌기에 ’기찬’ 딸이기도 합니다. 생명탄생의 기쁨과 고귀함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없기에 이 그림책 또한 ’기찬 그림책’이지요. 아이들에게 우리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삽화는 브라운 계열을 많이 사용함으로써 옛 느낌을 잘 표현했는데, 정겨움과 그리움이 묻어납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축복을 받으며 태어날 수 있었던 것처럼, 희망은 우리 안에 늘 존재합니다. 한 줄기 빛을 보며 터널을 뚫고 나오는 기차처럼 힘차게 앞으로 나아간다면, 희망은 반드시 찾아온답니다.
(사진출처: ’기찬 딸’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