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가디언 푸른도서관 44
백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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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도망쳤다>>를 통해서 백은영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붙박여져 있는 나의 선입견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가르쳐준 책이기도 했으며, 판타지 소설이라는 장르에 매력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기도 했다. 이 작품을 통해서 ’백은영’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점 또한 나에게는 좋은 인연이 된 셈이다.
백은영 작가의 새로운 작품 <<타임 가디언>> 출간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상당히 기대되는 작품이었는데, 한편의 SF영화 같은 흥미롭고 매력적인 이야기로 물질에 대한 이기심이라는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과 타인에 대한 이해라는 두 가지 측면을 SF문학 형식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상상력은 끝이 없는 무한한 세계를 열어준다. 현재의 삶은 과거의 내 행동이나 선택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간혹 과거로 돌아가 현실을 바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과거는 현재와의 필연관계이며, 미래 역시 현재와의 필연관계에 있다. 영화<터미네이터><나비효과><소스코드> 등은 그런 과거와 현재의 필연 관계를 이용한 작품인데, 미래에서 과거로 혹은 현재에서 과거로 이동을 하며, 미래를 바꾸고자 하는 작품들이었다. <<타임 가디언>>역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필연적인 관계를 이용한 SF 작품인데, 그 중심에 서있는 주인공 아라를 통해 한 편의 멋진 성장 소설로 완성된다.

-천천히 부유하며 떠오르는 젊은 남자의 육체, 파란빛에 휩싸인 그는 마치 시체처럼 보이지만 지난 30년간 잠들어 있는 내 어머니의 연인이다. (본문 7p)

2060년 열 여덞살의 아라는, 2030년 6월 27일 18살 때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소년 진서 플랭크린의 막대한 유지비용을 엄마가 대어 온 것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난다. 방송이며 신문, 잡지에 연일 오르내리는 스타급 검사지만, 엄마와 자신에게는 늘 상처를 주었던 아버지에 대한 미움으로 아라는 진서 플랭크린이 혹 자신의 친 아버지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아라는 이번 가디언 시험에서 합격하면 아버지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품게 된다. 아라는 현성, 가람, 온주와 함께 190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타임 오버된 물건을 찾아내는 시험을 치루게 되었지만, 2030년 6월 24일로 좌초되면서 30년 전의 아버지 최명호와 식물인간이 되어 타임 캡슐에 누워있는 조민서를 만나게 된다.

’우연과 필연의 법칙’이란 타임 가디언 제1장에 나오는 말이었다. 모든 가디언들이 줄줄 외우는 가장 기본 법칙. 불과 5년 전 타임 슬립이 가능해진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었다. 그건 필연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일은 어떤 경로를 거쳐서건 실행되며, 우연히 벌어진 일의 경우는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본문 31p)

아라와 친구들은 2030년에서 사라진 강아지 메리를 찾는 일로 가디언 시험을 치루게 되지만, 필연적인 사건에서 아라팀의 불확정 요소가 개입되면서 2030년에는 필연의 폭풍의 생기기 시작한다. 2030년의 아라와 친구들은 메리를 찾아 2060년으로 되돌아 갈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지만, 2060년에서는 아이들로 인해 필연의 폭풍의 생기는 위험을 제어하기 위해 전원 사살한다는 결정이 난다. 
이에 원인을 찾고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기술부장과 2030년에서 이 사건이 생기기 시작된 이유를 찾아가는 아라와 친구들의 흥미진진하고 위태로운 모험이 감행된다.
아라는 2030년 18살의 아버지 최명호의 숨겨진 과거를 알게 되면서,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아버지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미래는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필연과 우연의 법칙을 피해 꿰맞춘 시간으로 조작에 조작을 감행하였지만, 순수한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조작된 과거가 모습을 드러낸다.

<<타임 가디언>>은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넘나드는 시공간 속에서 필연을 통해서 진실과 대면함으로써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SF라는 거대한 무대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렵고 힘들다는 것이 이 과정 속에서 충분히 보여지고 있는 셈이리라.
자신의 이익 추구를 위해,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미래에서는 과거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계속 되고 있었고, 그로인해 과거는 알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려야했다. 과거를 바꾼다고 해서 현재, 미래의 삶이 행복하고, 좋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현재의 내 삶이 마땅치 않다면, 과거의 잘못된 선택을 현재의 삶에서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좀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방법인 것이다.
누구나 올바른 선택, 판단을 하면서 살아갈수는 없다.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그로인해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 과거를 바꾸고 싶다는 자책보다는 현재의 삶 속에서 잘못된 선택을 바로 잡으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버지의 과거와 만나고, 미워했던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 아라를 통해서, 우리는 누군가를 용서하고 이해하는 과정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게 됨을 알게 된다. 우리에게는 시간 여행이라는 수단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대화라는 더 좋은 수단을 가지고 있으며, 타인과 나의 관계 속에서 대화만큼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은 없는 듯 하다.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적인 이기심을 꼬집고,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타임 가디언>>은 백은영 작가의 탄탄한 필력과 시공간 여행이라는 소재가 만나 한 SF영화와 같은 책으로 완성되었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 여행이 필요하다. 현재에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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