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 - 상식의 탄생과 수난사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가끔 책에 대한 사전 정보없이 책을 읽게 되었을 경우 낭패를 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한다. 책 제목과 표지 디자인 뿐만 아니라, 서술자가 ’마리의 위기’라는 술집에서 1809년에 죽은 토머스 페인의 흔적을 쫓아가기 시작하는 이야기의 초반부만 해도 이 책은 영락없는 추리소설이다. 점점 책 분위기가 달라져 알아보니, 추리 소설이 아닌 인문 책이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영국에 대한 미국의 자주 독립을 주장한 ’토머스 페인’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는 사실이, 그래서 추리소설로 착각했다는 사실이 어찌나 부끄러웠던지. 어찌보면 이런 부끄러움이 있었기에 토머스 페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 

독서 편독이 심한 편이라, 어렵거나 딱딱한 책을 읽는 것을 즐기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인문 도서에는 그다지 흥미를 갖지 못하는데, 이 책은 토머스 페인의 유골의 행적의 이동 경로를 쫓아가는 구성으로,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가미되고 소설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토머스 페인은 <상식>을 통해 미국의 자주적이고 완전한 독립을 주장했으며,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이는 지극히 ’상식’이라고 주장하였고, 이는 6개월 뒤 <독립선언문>이 나오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정치활동을 한 그는 <인권>을 발표, 영국인들에게 공화국을 세울 것을 주장하였으나 반역자로 몰리기도 했으며, 프랑스에서는 혁명세력에 동참해 활동하기도 했다. 그후 미국에서는 급진적이고 자유로운 사상 때문에 보숙주의 자들의 질시를 받게 되었고, 독립혁명가가 아닌 비난과 배척으로 가난과 술에 찌들어 비참한 말년을 보내다 죽음에 이르게 된다.
자신의 운명에 대한 세상의 무관심 때문에 절망 속에서 사라져 갈 수밖에 없었던 그는 ’나는 죽고 싶소. 죽지 않으면 내 고통이 끝나지 않을 터이니.’라며 종종 울음을 터뜨렸다고 하니, 그의 말년이 얼마나 쓸쓸하고 힘들었을지 짐작케한다.
저자는 이단자로 배척받았던 페인의 말년부터 그의 행적을 쫓아간다. 저자는 페인의 유골이 파헤쳐지면서 유골의 행적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페인에게 영향을 받은 인물들과 만나게 된다. 노예제 폐지와 여성 권리의 신장, 공화국 수립, 사형제도의 폐지 등 세대를 앞섰던 페인과 페인의 사상을 이어 온 이들의 활동을 통해서 당시 시대적인 상황과 사상들을 엿볼 수 있다.

"어떤 그릇된 것이 그릇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습관이 오래 굳어지면 겉보기에 옳은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릇되었다고 생각했던 것, 옳다고 생각했던 것을 모두 잊으라. 페인은 이렇게 말했다. (본문 35p)

진보적이었던 페인이 배척을 당했던 것은, 그릇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습관이 오래 굳어진 이들에 의한 잘못된 평가에서 시작되었다. 굳어져 버린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면, 현재의 우리에게는 발전된 미래란 없을 것이다. 1700년대 이런 급진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는 정말 놀라운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쓴 <<상식>>은 논쟁의 개념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고 하는데, 페인은 ’이것을 이해하면 내 삶을 이해하는 것이다.’(본문 34p)라고 말했고, 그를 공격했던 인물 중에는 이 책을 읽고 그의 사상을 잇게 된 월리엄 코빗같은 인물도 있었다.
지금 우리가 흔히 ’상식’을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상식>을 이해시키려했던 페인과 그를 따른 인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오래된 습관이 굳어져 버린 사상으로 인해 우리는 현재의 불만족스러운 사회문제에도 행동하지 않으려 한다. 
토머스 페인은 "우리에게는 세상을 다시 시작할 힘이 있다" (본문 40p) 라고 했다. 토머스 페인이 혁명가로서 활동을 했던 시대 못지 않게 현 시대에도 바꾸고 개혁해야 할 일과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토머스 페인은 죽었지만, 그의 ’상식’은 존재하고 있으며, 그의 과거로 인해 만들어진 현재에서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저자는 말했다.
지금은 이들 모두 과거가 되었다. 우리는 이들이 향해서 나아가던 보이지 않던 미래다. 우리는 그들이 시작한 모든 투쟁을 이어받은 이들이다.
토머스 페인은 어디에 있는가?
독자여, 그가 없는 데가 어디인가?
(본문 272p)

그의 사상과 투쟁으로 만들어진 현재에서 이제 우리는 그의 투쟁 정신과 사상으로 우리가 안고 있는 숙제를 해결해야 할 때가 되었다. 온 세계가 인권, 자유, 평화를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상식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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