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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 싸우는가?
김영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천안함 사태가 벌써 1기를 맞이했고, 연평도 사건이 일어난지도 불과 몇달 지나지 않았다. 순식간에 전쟁이 한반도를 휘몰아치는 듯했으며, 국민들은 불안에 휩싸이게 되었다. 한국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의해 휴전의 경계선인 휴전선을 설치하고 휴전협정을 맺어왔지만, 이는 단지 ’휴전’일뿐, 전쟁의 끝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반도는 오랜 세월동안 일촉즉발의 전쟁 상태에 놓여져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안일하게 생각했던 한반도의 상황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으로 다시 긴장감을 부추기게 되었고, 제2의 6.25가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이는 한반도만이 가지고 있는 불안은 아닐 것이다.
현재 리비아는 쿠테타로 정권을 잡으며 42년동안 리비아를 통치한 카다피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이는 시위를 넘어 내전으로까지 불거지는 사태가 되었다.
그렇다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전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강자들이 ’더 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쟁의 원인은 서로 다르게 시작된다. 분쟁은 종교, 민족, 영토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국제문제로까지 번지게 되면서, 세계의 큰 문제로까지 야기된다.
지금껏 10여 년간 세계 분쟁 지역을 취재해 온 김영미 PD는 세계 분쟁의 실상을 아들에게 들려주듯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저자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에 큰 공감을 느꼈다. 수능 공부가 바빠서 국제 뉴스를 볼 시간도, 다른 나라 역사에 관심을 가질 시간도 부족한 한국의 청소년들이 수능과 대학에만 온 관심을 빼앗겨 우물 안 개구리로 자라지 않을까 싶은 안타까움으로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시간이 나면 틈틈이 메모를 하고 아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정리하기 시작했던 이야기가 책을 발전하게 되었고, 이 이야기들은 교과서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경험을 통해서 알게된 인류애와 인권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 또한 그동안 세계의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못했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얼마전 삼호주얼리호의 한국인 선원들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인질로 잡혔던 일이 있었을 때도, 그 사건에만 관심을 두었을 뿐, 굶주림에 소말리아 해적이 생겨나고, 왜 열 살 꼬마아이가 ’저는 커서 아빠처럼 해적이 되어 많은 외국 배를 납치할 거예요."(본문 242p)라는 꿈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슬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싸움에 중동의 동네북이 된 레바논, 오랜 식민지 끝에 독립했지만 불과 9일만에 어처구니없게도 다시 인도네이사의 식민지가 되어버린 동티모르, 파키스탄과 인도의 쟁탈전에 끊임없는 분쟁이 계속되는 카슈미르 등 민주주의와 독립을 위해 혹은 탐욕으로 인해 세계 곳곳은 분쟁 속에 휘말리고 있다.
저자는 분쟁의 요소를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분쟁의 땅 13곳을 취재하며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전쟁의 일어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아픔과 분쟁의 참상을 이야기함으로써 그들을 향한 우리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위험하고 힘든 환경에서도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떠나지 않는 의사는,
"레바논이 전쟁이라 해도 사람은 살아야지요. 아이들에게 예방접종도 해야 하고요. 나는 이스라엘이고 팔레스타인이고 따지고 싶지 않군요. 사람이 살아야 싸우기도 하는 것 아닙니까. 난 최소한 사람을 살리는 작업을 하는 겁니다. 의사니까요." (본문 35p) 라고 말했다. 레바논 뿐만 아니라 모든 전쟁의 해답은 바로 ’사람의 생명’을 생각하는 그 의사의 마음에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전쟁에서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게 되고 그로인해 전쟁은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어린 아이들마저도 소년병이 되어야 하는 정말 믿기지 않는 현실 속에서 그들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야말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세상은 서로 다른 가치관과 다른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카불이 미군에게 함락되고, 미군은 카불에 들어오자마자 여성도 학교에 다닐 수 있고, 부르카를 입지 않아도 된다며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해방되었다고 했다. ’이제 탈레반의 상징인 부르카를 벗어도 돼요.’(본문 43p) 라고 미군들은 외쳤지만, 여성들은 부르카를 벗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은 탈레반의 전유물이 아닌 민속의상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이렇듯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이해하려한다면,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무서운 싸움을 그만둘 수 있지 않을까. 세계화를 부르짓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조금도 넓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 곳곳은 크고 작은 분쟁으로 굶주림으로 해적이 되기도 하고, 다이아몬드가 사라졌으면 하고 바라는 국민이 있고, 사지가 절단되어 구걸을 해야하는 사람도 있다. 형에 대한 복수를 결심하는 동생이 있고, 해적이 되기를 꿈꾸는 어린 소년이 있다.
그들을 향한 우리들의 관심은 그들과 친구과 될 수 있는 미래를 선물하게 된다.
<<세계는 왜 싸우는가?>>에서 보여주는 싸움의 원인을 알아가는 것은 결국 미래를 위한 또하나의 출발선이 되는 셈이다. 저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기록한 분쟁의 참상 속에서 보여지는 작은 희망들은 평화의 불씨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그 불씨는 우리의 관심에서 불타오르리라는 것을 그녀는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