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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ㅣ 올 에이지 클래식
안네 프랑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3월
평점 :
<안네의 일기>는 어린시절부터 여러 번 읽어왔던 책 중의 하나인데, 정말 오랫만에 읽게 된 보물창고의 <<안네의 일기>>는 학창 절 읽었던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어린 시절에는 안네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유대 인 박해를 피해 은신처에 숨어 감옥과도 같은 생활을 하게 된 부분에 치중해서 읽게 되었다면, 이번에는 은둔 생활 외에도 안네가 사춘기를 겪으면서 가족과 갈등을 겪게 되고, 페터와의 풋풋한 사랑을 느끼게 되는 성장 과정과 절망 속에서 미래를 꿈꾸는 희망을 눈여게 보게 되었다.
1942년 6월 14일 일요일, 12일 생일날 일기장을 선물받으면서 안네의 일기는 시작된다.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고, 히틀러의 반유대 정책 때문에 유대 인에 대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규제가 있었지만, 학교 생활과 친구와 이성친구들 이야기, 성적에 대한 걱정 등을 적어놓은 내용은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열세살 소녀의 모습이다. 비록 자유는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지만, 그럭저럭 견딜만했던 생활은 1942년 7월 8일 은신처 생활을 기록한 일기부터 두려움과 초조함으로 힘겨운 생활을 보내게 된다.
은신처의 내부와 생활 모습을 꽤나 사실적으로 그림으로 표현하고, 글로 묘사하고 있는데 안네 스스로 글을 통해서 현실에 익숙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은 아니었나 싶다. 또한 안네에게 일기는, 자신들의 소리에 이웃들이 알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여 속삭여 말하고 살금살금 걸어 다녀야하고, 외부의 작은 소리에도 겁내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스스로 다독이고, 상황을 판단함으로써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하나의 탈출구가 되었던 거 같다.
은신처에는 안네의 가족 외에도 반 단씨네 가족 그리고 후에 안네와 티격태격하게 되는 뒤셀 아저씨가 함께 살아간다.
은신처의 생활은 개개인들 모두를 예민하게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툼과 화해 등이 안네의 글 속에서 자세하게 묘사되고, 그 과정 속에 안네의 생각을 두드러지게 표현하고 있는데, 특히 안네와 엄마와의 갈등을 통해서 후회와 반성 그리고 깨달음을 통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안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금지되어 있을까 봐 넌 뭐든 하기 두려워하는구나." (본문 13p)
<<안네의 일기>>는 열세살 소녀가 전쟁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인권과 존엄성이 박탈된 ’은신처’ 생활 속에도 희망을 갖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은 ’성장소설’이라는 측면과 행복, 인권, 존언성, 터전 등 많은 것을 파괴해버린 ’전쟁의 참상에 대한 보고’라는 두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는데, 전쟁에 대해 기록한 안네의 일기에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대한 그녀의 뛰어난 견해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전쟁 문학으로서도 손색이 없어보인다. 학창 시절에는 후자에 중점을 두고 책을 읽었다면, 이번에는 전자에 많은 중점을 두고 책을 읽게 되었는데, 보물창고의 <<안네의 일기>>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여 전쟁의 참상 뿐만 아니라, 전쟁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꾸었던 안네를 통해서 희망과 용기를 보여주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면서 성장해가는 안네를 통해서 내적인 성장을 돕기 위함을 목적으로 두었기 때문은 아니었나 싶다.
1944년 8월 1일 화요일, 안네의 일기는 끝이 났지만 안네가 보여주었던 희망과 용기는 결코 끝나지 않았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8월 4일 은신처가 발각되면서 안네는 수용소에 끌려가게 되고 이듬해 1945년 3월 티푸스에 걸려 죽음을 맞이한다. <안네의 일기>는 읽을 때마다 안타까움과 전쟁에 대한 분노로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던 안네의 일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쟁은 일어나고 있다. 너무도 가혹했던 세계 2차대전은 끝났지만, 크고 작은 전쟁으로 제2의 안네와 같은 어린이들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인간의 지나친 욕심은 인정하려 들지 않는듯 하다.
죽은 후에도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어! 그래서 내게 이런 재능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려. 글을 쓰고 내 자신을 표현하면서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주셨으니까.
글을 쓰는 동안은 모든 것을 떨쳐 버릴 수 있어. 슬픔도 사라지고 용기도 솟아오르지. (본문 261p)
안네의 희망처럼 그녀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그녀의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있다. 그녀의 솔직하고, 진솔한 고백은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기에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그녀가 희망으로 적어내려 간 글들은, 사춘기를 보내는 청소년들에게 분명 용기와 감동 그리고 희망을 선사할 것이며, 그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시각과 세상을 포용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키워주리라 생각된다. 이것이 바로 <<안네의 일기>>가 오랫동안 사랑받고, 최고의 명작으로 자리잡은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