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코리아 알렉스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64
류호선 지음, 윤지회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시종일관 유쾌함을 주는 코믹적인 소재가 담겨진 이야기 속에서 진한 감동을 전해주는 재미있는 동화책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영어 교육,한글, 가족의 의미, 입양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전혀 산만하지 않고 내용이 알찬데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동화책인거 같아요.자녀들의 영어 교육은 엄마들의 영원한 숙제입니다. 이제 영어도 모국어처럼 해야하는 시대이니만큼, 엄마들의 영어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졌어요. 그러나 그만큼 아이들이 가지게 되는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도 많이 커졌습니다.
영어교육, 정말 어린시절부터 미리미리 시작해야하고, 모국어보다 더 중요한 걸까요? 이 동화책은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습니다.



현서와 경서의 영어 공부를 위해서 엄마는 홈스테이를 신청했습니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동생 경서(이하 ’경댕이’, 이는 오리궁뎅이 경서가 합쳐진 말이다.)도, 영어에 자신감이 없는 현서도 같이 살게 될 미국 형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현서가 상상했던 노랑머리에 파란 눈이 아닌, 까만 머리카락에 까만 눈동자를 가져 오히려 한국 사람같이 생긴 미국 형이 온 것입니다.
자신없는 목소리로 겨우 영어로 인사를 했는데, our 대신  my를 붙히는 바람에 또 경댕이의 잘난체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현서는 영어를 열심히 배우고 이미 알고 있는 영어는 자신 있게 말하는 법을 배워서 경댕이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기로 했어요. 아이들은 알렉스 형을 금방 좋아하게 되었고, 알렉스 형이 빨리 한국말을 익힐 수 있도록 학교나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를 알렉스 형의 한국어 공부를 위해 희생(?)하기도 했어요.



알렉스 형의 엄마는 한국 사람인데 지금 마음이 아파서 ’치매’라는 병에 걸렸다고 합니다. 알렉스 형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엄마에게 전화하는 탓에 늘 늦잠을 자곤 했어요. 어린시절 미국으로 입양되었던 형 엄마의 머릿속에 잇는 지우개가 영어를 살금살금 지워 버리고, 아주 어렸을 때하던 한국말만 남겨 놓은 것이죠. 술 안 먹고, 아들 안 때리고, 야구 같이 해 주고, 축구 같이 해 주는 착한 아빠가 되고 싶은 알렉스 형을 보면서 현서는 두바이에서 일하는 아빠와 초강력 슈퍼 울트라 기억력을 가진 엄마를 떠올립니다.
알렉스 형의 숙제를 도와주던 현서와 현서의 친구 민혁이가 ’만둣국’ 을 ’만두국’으로 잘 못 알려준 것을 계기로 아이들은 한국말 중에서도 우리가 잘 모르고 사용하는 말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현서는 어학당에 다니면서 한국말을 열심히 공부해서 1등을 하는 알렉스 형을 보면서 열심히 한국말을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답니다.
엄마가 많이 아프다는 나쁜 소식과, 미국 회사에 변호사로 일하게 되었다는 좋은 소식으로 알렉스 형은 미국에 돌아가게 됩니다. 

어학당에서 백점을 맞았다고 근사한 저녁을 사겠다던 날 ’낙산가든’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했던 형은 ’낙산공원’에서 기다리기도 했고, 한국 엄마 생일이라며 미역국을 끓이다던 형은 우유를 넣고 끓인 특별한 ’알렉스 표 미역국’을 주기도 했으며, 한국말을 세종대왕님이 만들었다는 경서의 말을 믿지 못했던 형 때문에 경서는 한글에 대해 탐구하며 한글을 만들게 된 세종대왕의 유래를 설명해주기도 했어요. 알렉스 형과는 정말 재미있고 신나는 에피소드가 많았어요.
그런 형이 미국으로 가게 된다고 하니, 두 아이는 너무너무 슬펐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잠도 안 자고 힘들게 돈을 벌어 비싼 학교에 보내주었던 엄마, 학교에서 쫓겨날 뻔한 알렉스를 위해 용서해달라며 빌던 엄마 덕분에 끝까지 학교를 다니게 된 알렉스, 어린시절 동양인 혼혈아라고 놀림을 당해 열심히 노력하면 완전히 미국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엄마의 아들이라는 것을 바꿀 수 없듯이 한국 사람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알렉스는 아픈 엄마를 위해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이제 현서는 친구 민혁이와 우리말 간판이나 메뉴판에서 틀린 글자 찾기 놀이를 합니다. 

~내가 입양되지 않고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아들로 태어났다는 사실이 기뻤다. 요새 들어 말대꾸도 꼬박꼬박하고 뺀질뺀질 반항하며 부쩍 얄밉게 구는 문경댕이. 하지만 경서라는 동생이 있는 것도 기쁘다. (본문 43p)



’미닫이’ 때문에 ’드르륵’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민혁이의 이야기와 낙산가든 대신 낙산공원에 가 있는 알렉스이야기, 현서와 경서의 투닥투닥 싸움이 참 재미있게 그려졌어요. 하지만 입양된 형의 엄마 이봉순의 이야기와 혼혈아로 따돌림을 당했던 알렉스 형의 이야기는 가슴이 아픕니다. 알렉스 가족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정말 내 가족이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엄마인 나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말’을 잘해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우리말은 당연히 할 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서평을 쓰다보면 띄어쓰기도 헤깔리고, 단어도 헤깔려 틀리게 쓰기도 합니다. 문법에 맞지 않은 말을 쓰게 되기도 하구요.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잘 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은, 한국 사람에게 미국 사람이 되어라~라고 말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유쾌함 속에 잔잔한 감동과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웰컴 투 코리아, 알렉스>>가 보여주는 따뜻함으로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우리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음에 더욱 감사하게 된 동화책이랍니다.

(사진출처: ’웰컴 투 코리아, 알렉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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