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최강 문제아 - 푸른문학상 수상작가 동화집 미래의 고전 24
신지영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딸아이와의 둘만의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길을 나서던 중 앞서걷는 짙은 노란색으로 염색을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는 자못 심각한 목소리로 얼굴도 보지 못한 아이의 뒷 모습만을 보며 타박하기 시작했다. 앞서 걷던 아이가 뒤를 돌아보자, 딸아이와 인사를 나누는 것이 아닌가. 초등학생 밖에 안된 녀석의 머리 모양과 겉모습으로 처음 대면한 아이를 평가하기 시작하자, 딸아이는 화를 내며 선입견을 가지고 판단하는 엄마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순간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으나,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기 싫어 괜시리 그 아이의 겉모습을 나무랐고, 그 일로 딸아이와의 데이트는 삐그덕거리며 시작하게 되었다.
나도 어린시절 내가 싫어했던 어른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에 허탈한 마음이 들었고, 시간이 지나자 그마저도 잊고 있었는데 <<우주 최강 문제아>>를 읽으며, 다시금 그 때의 그릇된 내 모습을 돌아보며 나 자신을 꾸짖어 본다.

거짓말하는 아이 혹은 반항하는 아이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어른들은 왜 그러느냐며 아이들을 다그치지만, 사실 그들의 이유에는 부모들이 단단히 한 몫하고 있음에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유를 묻는다. 도대체 왜 그러는거냐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엄마 아빠는 옆방에 살던 여행작가 니콜라스 아저씨를 알게 되었고, 영어도 엄청 잘하고 오카리나 연주도 잘하며 세계 곳곳을 다니며 자유롭게 사는 아저씨가 부러웠고, 니콜라스가 진정한 사내이며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생각한 아빠는 결국 넓은 세상을 마음껏 누비는 멋진 니콜라스 아저씨처럼 되라는 뜻에서 아이의 이름을 니콜라스라고 지었다. ’탁니콜라스’가 된 아이는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았고, 결국 새로 전학간 학교에서 니콜라스는 미국의 미시시피 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쭉 외국에서 보냈다는 거짓말을 시작한다. 허나 니콜라스의 이야기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아는 짝꿍 태랑이로 인해 니콜라스는 불안해하는데, 니콜라스의 거짓말을 탓하기에는 그가 받은 상처가 너무도 큰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영어 이름을 지으면 자연스레 영어도 잘할 수 있으리라는 부모의 터무니없는 욕심이 가져온 <탁니콜라스, 소설을 쓰다>는 소년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져 있다.

내 마음을 가장 아프게했던 작품 <우주 최강 문제아>는 우주 최강 문제아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중인 준우의 아픈 마음을 담아냈다. 준우와 둘도 없는 단짝이었던 윤재에게 아빠가 없다는 이유로 함께 어울리지 못하게 한 엄마에게 반항하는 준우의 마음이 잘 표현됨으로써 준우의 안타까움이 전해지는 듯 했다. 준우의 마음을 알게 된 엄마가 윤재를 초대함으로써 이제 문제아가 되지 않아도 된다며 안심하는 준우를 보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어른으로써 그릇된 마음을 가졌던 나에 대한 죄책감이 더해진다.

엄마가 시키는 건 다 안 할 거야.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해야지. 얼마쯤 이렇게 해야 엄마가 내 마음을 알아줄까. 지금 내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엄마가 이해할 수 있을까? 아무리 엄마가 잘못했어도 엄마이기 때문에 대놓고 화내지도 못했었다. (본문 41p)

"나랑 윤재가 뭐가 달라? 하나도 다르지 않아. 윤재도 윤재네 엄마한테는 제일 소중한 자식이야. 엄마 진짜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거야?" (본문 45p)

동생 아영이가 아픈 탓에 학원 다니는 것도 그만둬야했고, 뒷전이 되어야 했던 영찬이는 동네에 슈퍼맨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고 우철이와 바퀴벌레 탐정단을 결성하지만, 그 슈퍼맨이 피자를 배달하는 아빠였다는 사실에 심통을 부린다. <떴다, 슈퍼맨>은 아픈 동생을 위해 밤낮으로 힘들게 일하는 아빠와 아픈 동생 아영이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통해서 가족애를 다시금 느끼게 하는 따뜻한 동화이다. 
고래와의 교감을 보여주는 <그 고래, 번개>와 전래동화 팥죽 할멈과 호랑이를 모티브로 하여 용서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보리밥 잔치>, 낡은 자전거가 싫었던 동우와의 특별한 모험을 통해 물건마다 가지고 있는 가치를 되새겨 보는 <달려라, 나의 고물 자전거> 세 편의 동화에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밖에도 <꺽정불의 비밀>은 진짜와 가짜에 대한 진위 여부를 파헤치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청석골 두령들처럼 보잘것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주로 찾아와 꺽정불에게 불공을 드렸고,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백정부처라는 말을 듣게 된 꺽정불는 사람들 마음속에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진실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나는 단지 나무를 깍아 만든 불상이란다. 그 많은 이야기는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나누어 가지고 있지. 그러니 나는 가짜일지도 모른단다. 암.............진짜는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거란다." (본문 107p)

수록된 단편 동화들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함으로써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삶의 소중한 가치를 전달하여 성장의 테이크오프 보드가 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어른이 되면서 불필요한 선입견을 갖게 되었다. 이 동화책은 불완전한 성장으로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된 나에게도 큰 지침이 되어주었으며, 그렇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7편의 동화는 어른,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자양분이 되어주고 있음을 나는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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