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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메이 아줌마 (반양장) ㅣ 사계절 1318 문고 13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5년 4월
평점 :
믿고 의지했던 가족을 잃은 슬픔을 받아들이고, 억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친정 엄마를 보내드린 후에야 그 슬픔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 슬픔을 겪어보았기에 나는, 오브 아저씨의 침통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돌아가셨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 있으리라는 믿음도.
이 이야기는 메이 아줌마가 돌아가신 이후 남겨진 가족들의 모습과 마음을 열두 살 소녀의 시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여섯 살 때 엄마를 잃고 친척집을 전전하던 서머는 메이 아줌마, 오브 아저씨와 함께 그들의 작은 집인 산자락에 자리잡은 낡고 녹슨 트레일러에서 살게된다. 낡은 트레일러였지만 서머는 트레일러에서 보낸 첫날 밤을 천국 가까이 갔던 때라 기억한다.
온 벽을 뒤덮은 듯한 선반에 걸린 바람개비는 여자아이를 충분히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음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고, 서머는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같은 기분이었다.
그 때 나는 여섯 살이었고, 마침내 집을 찾았다. (본문 15p)
메이 아줌마는 밭을 가꾸다가 돌아가셨고, 어느 덧 여섯 달 가까이 되었지만, 아저씨와 메이가 한일은 아줌마를 그리워하며 가슴아파한 일 뿐이었고, 메이는 슬퍼하는 아저씨를 보면서 아저씨마저 잃을 거 같은 두려움을 갖는다.
사실 아저씨와 서머는 아줌마의 죽음을 느끼고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오브 아저씨와 나는 난데없이 사교계의 명사라도 된 듯 했고, 그렇게 우리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목놓아 통곡할 기회조차 빼앗기고 말았다. 사람들은 우리가 어떤 틀에 맞춰 슬퍼하기를 바랐다. (본문 54p)
서머는 슬픔에 빠진 아저씨마저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고, 어떻게든 아저씨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아저씨는 메이 아줌마가 이곳에 와 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한다. 그런 오브 아저씨를 이해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평소 별난 수집 취미를 가지고 있는 클리터스였다.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서머는 메리 아줌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웃음을 되찾고 희망을 품기를 바라는 마음에 죽은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미리엄 B. 영 목사’를 찾아가겠다는 클리터스와 오브 아저씨를 따라나선다.
목사의 죽음으로 메이 아줌마와 다시 만날 수 있을 희망마저 잃게 되고, 오브 아저씨는 더 큰 절망에 빠진 듯 했다.
열두 살 서머가 보는 슬픔의 무게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자신을 지켜줄 아저씨마저 잃을 것같은 두려움에 사랑하는 서머 아줌마를 잃은 슬픔마저 온전히 느낄 수 없었던 서머는 비로소 아줌마에 대한 그리움을 울음으로 터뜨리게 된다.
"아줌마는 여기 있단다, 아가. 사람들은 늘 우리 곁에 있단다." (본문 121p)
메이 아줌마의 독백으로 서머는 자신을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을 온전히 느끼게 되었고, 서머 아줌마를 가슴에 품게 되었으며 더이상 아프거나 슬프지 않았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마음을 다룬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슬픔을 묘사하거나 독자들로 하여금 슬픔을 이끌어내지 않은 채, 담담하게 이끌어나간다. 슬픔을 억제하는 듯 그려진 이야기는 결국 서머가 슬픔을 토해냈을 때 독자들로 하여금 가족을 잃은 상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나는 이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든다. 넘치지도 않으며 모자르지도 않게 그리움과 슬픔에 대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는 점과 슬픔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가 슬픔을 이겨내고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잔잔하게 그려준 점도 마음에 들었다. 독자들에게 억지로 슬픔을 유도하지 않은 채, 깨끗하게 쓰여진 느낌이다.
짧지만 깊이있는 이 이야기 <<그리운 메이 아줌마>>는 사랑과 슬픔, 죽음에 대해서 긴 여운을 남겨줄 듯 싶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postfile/1/2011/01/27/17/jin9802_8269342728.jpg)
(사진출처: ’그리운 메이 아줌마’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