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밥, 서울 밥! - 개구쟁이 창작동화 1 꿈소담이 저학년 창작동화 17
남인숙 지음 / 꿈소담이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양이 있고 수양을 쌓은 사람일수록 겸손하고 남 앞에서 자기를 내세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네이버 국어사전 인용)
쌀 한톨이 생기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 어린이들은 밥을 남기지 않고 잘 먹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 볍씨가 자라서 쌀이 되기까지는 200여 일이 걸리고, 우리가 밥을 먹을 수 있기까지 농부 아저씨들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땀 흘리며 준비하십니다.
이 동화책에서는 늘 어른들이 말씀하셨던 그 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벼가 자라 우리에게 쌀을 주는 것 이외에도 벼가 자라는 동안에도 우리에게 많은 일을 해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벼의 겸손함 뿐만 아니라, 벼가 자라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배려심과 강인함 그리고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는 너그러움을 배워야 할 거 같아요.
찬이는 벼와 친구가 되면서 벼가 가지고 있는 마음을 배워갑니다.

서울에 있는 큰 회사에서 과장님으로 있던 아빠는 고향 마을로 돌아가 벼농사를 짓고 싶다하셔서, 찬이네는 서울이 아닌 이 시골 마을에서 살게 되었어요. 찬이는 커다란 놀이 공원도 없고, 햄버거 가게나 피씨방도 읍내에나 나가야 있는 이 시골이 정말 싫습니다.
이 곳에서 친구를 만들면 영영 서울로 돌아갈 수 없을 거 같아서 찬이는 늘 심통을 부렸고, 혼자 외롭게 다녔어요.
학교에서 아빠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되자, 찬이는 더욱 기분이 나빴습니다. 수동이가 아빠가 치과 의사라고 잘난 척한 탓에 수동이가 밉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죠.

집에 와 보니 물 그릇에 담겨진 볍씨들이 이상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찬이는 깜짝 놀랐지만 엄마는 볍씨에 싹이 돋았다며 반가워하셨죠. 이제 묘판에 볍씨를 심을 수 있게 되었다며, 엄마는 찬이에게 표판에 ’모’를 심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었습니다. 엄마는 찬이가 벼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듯 싶어서 찬이가 기특해 보였어요.
학교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던 찬이는 학교가 끝나고 아무도 없는 집으로 가기 싫어 논으로 갔습니다. 아빠, 엄마는 논에 없었지만 모가 자란 모습을 보고 감탄을 했어요.



"우린 모가 아니야. 이만큼 자랐으니 이젠 ’벼’라고 불러야지." (본문 29p)

아무도 없는 논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바로 벼들의 목소리였고, 찬이는 벼들과 친구가 되었어요. 물론 허수아비 아저씨하고도 친구가 되었지요. 찬이는 친구 벼들을 위해서 피를 뽑아주었고, 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요.
친구가 없는 찬이는 늘 외로웠지만, 벼 친구들이 생기면서 명랑해졌고 이제는 반 친구들하고도 아주 친해졌어요.
논에 사는 여러 가지 생물들을 관찰하고 오라는 자연 숙제 때문에 찬이는 친구들을 찬이네 논으로 초대했고, 찬이는 친구들에게 논에 사는 생물들을 설명해주었어요. 

"논에 있는 물에는 여러 가지 영양분이 있어서 그걸 먹고 사는 작은 벌레들이랑 물고기들이 굉장히 많대. 또 그 벌레들을 먹고 사는 동물들도 얼마나 많은데." (본문 51p)



찬이는 벼들이 구정물을 마시고도 쑥쑥 자라고, 오히려 물을 깨끗하게 해 주는 고마운 곡식이라며 벼 친구들을 자랑스럽게 소개했어요. 찬이는 잘난 척 하는 수동이가 미웠지만, 친구들한테 다정하게 대해 달라는 벼 친구들의 속삭이는 소리에 논두렁에 빠져 엉망이 된 수동이에게 자신의 옷을 빌려주었습니다.
찬이는 매일매일 넓은 논에서 그만큼 넓은 마음을 배우고 있었던 거예요.



가뭄에는 양수기로 물을 끌어 올려 벼들에게 물을 주기도 하지만, 비가 많이 올대는 양수기로 물을 퍼올리기도 합니다. 장마가 끝나 도열병에 걸린 벼들을 위해 기도를 올린 찬이 덕분에 벼들은 도열병에서 이겨냈습니다.

"썩은 잎을 아까워 하지 않고 버리는 거, 이게 우리가 병을 이겨 내는 방법이야." (본문 89p)

욕심이 없는 벼들은 지혜롭게 이겨내주었습니다. 그 후 도열병을 이겨냈지만, 태풍으로 벼들은 모두 쓰러졌어요. 하지만 누워 있는 벼들을 한 아름씩 들고 묶어 준 덕분에 벼들은 머리를 들고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힘을 합치면 어떤 어려운 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벼 친구들을 보여주었어요. 

<<시골 밥, 서울 밥>>은 벼 농사를 위해서 농부 아저씨들이 1년 동안 힘들게 노력하고 계신다는 걸 보여주어 쌀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있으며, 벼가 쌀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힘을 합치며 친구들과 사이좋게 사는 벼의 넓은 마음을 보여줍니다.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처럼, 그리고 지혜로운 벼처럼 우리 어린이들도 겸손한 마음, 지혜로운 생각으로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힘든 상황에서도 이겨내는 용기를 갖게 되길 바랍니다. 이 동화책을 읽고 나니, 쌀 한 톨에 담긴 농부 아저씨들의 많은 땀과 노력이 보이는 듯 하네요. 밥 먹기 싫어하고, 밥 투정하는 어린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동화책입니다. 

(사진출처: ’시골 밥, 서울 밥!’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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