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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 집안의 형제들 1 ㅣ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8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서상범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11월
평점 :
[카라마조프 집안의 형제들]은 도스토옙스키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자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돈과 애욕에 얽힌 비운의 가족을 통해서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는 작품인데, 19세기 문학의 정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카라마조프 집안의 형제들]은 평생을 탐욕에 사로잡혀 살다가 죽음을 당하는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와 그의 세 아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1권에서는 악명 높은 지주인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가 세 아들을 두게 된 삶과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된 드미트리, 이반, 알렉세이 세 형제의 삶 그리고 그들이 고향에서 다시 만나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출세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나머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좋은 가문과 지참금까지 챙길 수 있는 조건에 그저 구미가 당겼던 아젤라이다와 결혼 후 드미트리를 낳았지만, 파국에 치달았던 결혼 생활은 가난한 교사와 눈이 맞았던 부인이 달아나면서 끝이 났다.
당시 세 살이었던 드미트리는 아이의 존재마저 잊어버린 아버지에 의해 완전히 내팽개쳐 버렸지만, 우직했던 하인 그리고리의 보살핌을 받다가 알렉사이의 사촌 오빠였던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에게 맡겨졌지만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차가 파리로 떠나게 된 탓에 친척집에 얹혀살 게 된다.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고아나 다름없던 이제 갓 열여섯 살이었던 소피야와 결혼하게 되고, 이반과 알렉세이 두 아들을 낳았다. 부부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조차 짓밟아 버렸던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행동에 놀라 발작을 일으키고, 의식을 잃기도 했던 소피야는 결국 죽게 되었고, 소피야의 양육자였던 늙은 미망인은 이반과 알렉세이를 양육했고, 얼마지 않아 두 아이에게 각각 천 루블씩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고, 두 아이들은 미망인의 첫 번째 상속자인 고결하고 정직한 성품은 가진 예핌 페트로비치 폴레노프라에게 맡겨졌다.
세 아들 모두 폭행과 난잡한 행동을 일삼았던 아버지 표도르 파블로비치에 의해, 어머니를 잃어야했고 결국 다른 사람 손에서 자라야했으니, 그들의 평탄치 않았던 성장과정 속에서 그들이 올바르게 성장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들에게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우울한 품성으로 자란 이반과 달리 알렉세이는 박애주의자로 악의로 가득 찬 속세에서 벗어나 참사랑의 빛을 찾으려는 열망으로 인해 수도원에서 지내게 된다. 알렉세이는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신비한 기운을 선척적으로 타고난 듯 했고, 수도원에서 조시마 신부를 만나면서 꿈을 꾸었다.
’성스러우신 저분의 마음속에는 다른 사람을 갱생시킬 수 있는 비밀이, 그리고 지상의 진리를 다시 세울 위력이 깃들어 있다. 머지않아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성스러워져서 서로를 사랑하게 될 것이며, 부유한 자도 가난한 자도 높은 자도 낮은 자도 모두 다 하느님의 자녀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참된 왕국이 되래할 것이다.’ (본문 30p)
세 아들은 서로 뿔뿔히 흩어져 성장했는데, 장성한 후 고양에 돌아오면서 불화가 시작되었다. 드미트리는 어린 시절 어머니 몫이었던 자그만한 집과 영지를 물려받았었는데, 소년 시절과 청년 시절을 방탕하게 보내면서 꽤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 그러다 자신의 재산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궁금한 나머지 성인이 된 후에 처음으로 아버지를 찾아왔으나,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아들이 자신의 재산 상태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빼돌리려는 탓에 아버지와 아들의 재산싸움이 시작되었다.
이 재산 싸움에서 이반은 드미트리의 부탁으로 아버지를 찾아 오게 되었고, 막내 알렉세이는 이미 수도원에 머무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형제가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아들의 유산을 가로채려는 아버지와의 갈등은 깊어진데다가, 아들과 아버지가 동시에 그루센카라는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 갈등은 더욱 골이 깊어지게 되었다.
순수한 영혼을 지녔으며, 사람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알렉세이는 카라마조프 집안의 격정적인 피가 자신의 내면에도 흐르고 있음에 괴로워하게 된다. 술주정뱅이에다 도통 말릴 수 없는 폭군, 질 낮은 욕정을 가진 아버지의 피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카라마조프 집안의 아들이었지만, 사람들에게서 선함을 발견하려는 깨끗한 영혼을 가진 그는 조시마 신부의 영향을 받아 사람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다. 반면 독선적이고 냉소적인 이반은 신이 창조한 세계가 불합리한 모순 덩어리라고 주장하는데, 알렉세이와는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카라마조프 집안의 갈등의 원인은 바로 탐욕과 이기심 그리고 애욕때문이다. 돈 때문에 결혼을 하고, 아내를 두고도 다른 여자와 난잡한 행동을 벌이고, 아들은 외면하는 파블로비치 카마라조프의 이런 인간적이지 못한 성품으로 인해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더군다나 거지나 다름없는 여자를 겁탈하여 사생아인 스메르쟈코프를 낳게하고, 아무 죄의식도 느끼지 못한 채 하인으로 부리는 파블로비치의 죄악이 바로 이 갈등의 원인이 되었고, 돌이킬 수 없는 결말로 치닫게 되었다. 그 성격을 물려받은 큰 아들 드미트리, 총명하지만 타인을 멸시하고 선의가 없는 둘째 아들 이반, 그리고 파블로비치에 대한 분노가 가득한 불운한 하인 스메르쟈코프...이 모든 갈등을 풀어가려고 동분서주하는 선한 셋째 아들 알렉세이. 이들의 이야기는 추잡하고, 음흉하며 어둡기 그지없으나, 저자는 그 속에서 알렉세이를 통해 인간의 선한 본질을 찾아내려는 듯 보인다.
1권에서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과정을 담아냈으며, 인물들의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성품을 묘사하고 있다. 농노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도입되는 과도기에서 보여지는 시대의 모순을 도스토옙스키는 <<카마라조프 집안의 형제들>>을 통해서 재물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과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가족을 헐뜯고, 죽이겠다는 폭언을 일삼는 것이 가능할까?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지만, 사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는 이런 일들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얼마 전 보험금 때문에 어머니를 죽이게 된 경찰 간부의 이야기 역시 이런 사례와 다를 바 없지 않나 싶다. 인간의 탐욕은 가족조차 무의미한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해, 그리고 탐욕과 애욕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게 된다.
과연 토스토옙스키는 이 탐욕의 결말을 어떻게 보여주게 될 것인가? 이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자신의 내면에 담겨진 선한 마음을 끌어낼 수 있을까? 그 궁금증에 2권을 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