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까? 말까? 마음이 자라는 나무 26
댄디 데일리 맥콜 지음, 구정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일까? 자의든 타의든, 오로지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이지만, 그들의 관심사에는 성적 뿐만 아니라, 이성에 대한 관심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으리라 본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청소년시절, 잘생기고 멋진 연예인에 가슴앓이를 해보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이성 앞에서 괜시리 새초롬한 표정을 짓기도 하는 등 이성에 대한 관심을 표출하기도 했었다. 이성에 대한 관심은 청소년 시기에 꼭 거쳐가는 통과의례지만, 보수적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학생들의 이런 자연스러움에 대해서 인정하려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참 강하다. 
요즘 세대는 우리 세대와는 달리, 자연스레 이성친구를 만나기도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이성친구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더 높다. 지금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성문화에 따른 문제점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는 청소년들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청소년들이 자연스레 느끼고 판단해야 할 부분들을 억압하려는 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싶다.

<<할까? 말까?>>는 평범한 고등학생인 메리 제인이 청소년 시기에 생기는 다양한 고민을 대해서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친구과의 우정, 부모님과의 관계, 이성에 대한 관심 그리고 성관계에 대한 고민 등이 평범하지만 매력적인 메리 제인을 통해서 풋풋하고, 상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시기에는 ’평범한 나’와 ’좀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나’ 사이에서 갈등을 하게 된다. 부모들의 보호아래에 있던 아이들은 모범적이고 착한 이미지로 자라게 되고, 커가면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는데 지금까지 자신의 모습과는 또 다른 부분을 발견하기도 한다. 제목 <<할까? 말까?>> 처럼 평범하고 착한 모습과 그와 다른 모습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런 청소년들의 심리를 메리 제인은 잘 묘사하고 있는데, 매력적인 M.J.와 평범한 M.J. 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통해서 갈등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평범한 M.J. : 왜 그래? 가족하고 모처럼 저녁 식사조차 못 하겠다는 거야? 살찔까 봐 햄버거가 먹기 싫은 거로군. 그래도 가족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 정도는 해야지.
매력적인 M.J. : 짜증나는 햄버거 따위를 생각하느라 시간 낭비 하지 마. 네가 뭘 원하는지 이미 잘 알잖아. 집으로 가. 좋은 기회를 놓치면 안 되지. 어서 들어가서 잭슨에게 전화해! (본문 89p)

메리 제인은 스타 사이먼스의 남자 친구인 잭슨 하우스를  좋아한다. 사실 스타는 딴 녀석들하고도 데이트를 계속하고 있었고, 친구의 남자친구를 뺏을 생각은 없지만, 언니의 경기를 잊어버렸을 정도로 딴 애의 남친에게 홀라당 정신이 팔려있었다.
파티장에서 팝콘을 사러 잭슨과 함께 나갔던 4분은 메리 제인을 외톨이로 만들기에 충분했고, 메리 제인에게 관심을 보이는 잭슨으로 인해 메리 제인은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잭슨과의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평범한 M.J. : 진짜 멋지다! 널 좋아하나 봐! 널 좋아한다고!
매력적인 M.J. : 쟤는 그냥 네 뺨에 나 있는 여드름을 구경하는 것뿐이야.
평범한 M.J. : 쟤 마음이 좀 더 뜨거웠더라면 학교가 활활 타 버렸을걸!
매력적인 M.J. : 친구들을 몽땅 다 떠나보내도 좋겠어? 캐시와 사만다오 제시카를 생각해 봐. 남자애 때문에 친구들을 다 포기할 생각이야? 책 내려놓고 저 애한테서 떨어져!
평범한 M.J. : 저런 헛소리는 듣지 말고 저 앨 꽉 잡아. 저 입술에 키스를........ (본문 31,32p)

메리 제인에 대한 헛소문이 퍼지면서 곤란한 상황이 생기지만, 메리 제인은 평범하고 매력적인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난감한 상황을 잘 이겨나간다. 결국 메리 제인은 원하던 잭슨의 공식적인 여자친구가 되고, 잃었던 우정도 되찾게 되지만, 키스 이상을 원하는 잭슨으로 인해 또다른 갈등을 하게 된다.
메리 제인에게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금욕 행동 강령’이라는 이름을 붙힌 ’순결 서약’을 함께 맺었던 레드와 이미 대학생활을 시작한 알리시아 두 명의 단짝 친구가 있다.
레드와 알리시아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메리 제인은 알리시아와 전화통화를 통해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게 되고, 남자 친구와 이미 성관계를 맺은 알리시아를 통해서 잭슨이 갖고 있는 설레임에 혼란을 느끼게 되지만, 레드와의 대화를 통해서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간다.

"우리는 이런 인내야말로 우리의 사랑을 올바르게 증명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그래, 섹스는 즐겁지. 네가 에이즈나 성병 같은 걱정은 안 하는 긍정적인 애라고 치자. 그러면 섹스가 곧 연인 관계의 전부가 될 거야. 섹스는 노력할 필요가 없는 거니까. 반면, 진정한 의사소통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 섹스같이 즐거운 걸 놔두고 과연 누가 심각하게 관계 따위를 고민하겠니? 그래서 섹스로 맺어진 즐거우면서도 불안한 관계에 빠지고 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는 거야."
  (본문 263,264p)

메리 제인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평범하고 매력적인 M.J.가 들려주는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해답을 찾아간다. 메리 제인의 우정, 사랑, 성 그리고 가족관계 등의 고민들은 바로 우리 청소년들의 고민이다. 메리 제인을 걱정하는 부모님은 그녀의 상황을 해결해 주겠다고 하지만, 메리 제인은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갔고 부모님은 그런 메리 제인을 기다려주었다. 청소년 시기는 그렇게 실수를 통해서 무언지 옳은지를 깨달아가기도 하고, 갈등 속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기도 한다. 비록 그들의 선택이 어른들이 보기에는 틀릴 수도 있으나, 힘겨운 고민 속에서 스스로 얻어낸 선택이라는 것만으로도 값진 것은 아닐까 싶다.

요즘 우리나라의 청소년 성문화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제 중학생이 되는 딸을 가진 엄마로서 이 부분에 대해 예민할 수 밖에 없다. 초등학생들의 동급생 성폭행에 관한 뉴스를 접하면서 올바른 성문화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메리 제인의 자연스러운 성관계에 대한 고민과 달리, 우리 나라는 청소년들의 이성과 성문화에 대해 보수적이고 폐쇄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들 스스로 할까?말까?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기에, 이런 부분이 문제점을 유발하는 듯 싶다.
이 책은 청소년들의 성문화를 꼬집겠다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가질 수 있는 고민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물음을 제기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권유하고 있다.
이렇게 고민과 선택을 통해서 청소년들은 성장하고 자아를 찾아가며, 진정한 우정과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아간다.
어른들은 기다림과 믿음으로 지켜봐줘야 하며, 그것은 그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몇 년 후면, 내 아이도 메리 제인과 같은 이런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메리 제인의 부모처럼 믿고 기다려줄 수 있을지에 대해 아직 자신은 없다. 언제까지 ’평범한’ 아이였으면 하는, 이기적인 부모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허나 메리 제인을 보면서 내 아이가 스스로 원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값진 과정인가를 깨닫게 되었고, 그로 인해 조금씩 믿음과 기다림으로 내 아이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보려고 한다. 
타인에 의한 선택, 원하지 않는 선택이 아니라,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는 지혜로운 아이로 자라기를 나는 바란다.

어찌 되든 매력적인 M.J.와 평범한 M.J.는 계속 내게 말을 걸어올 테고, 나는 언제가 괜찮을 것이다. 이제 그 애들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잘 알게 되었으니까.  (본문 3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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