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의 눈물 마음이 자라는 나무 25
세사르 마요르키 지음, 김미화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제목도 궁금증을 자아냈지만, 표지에서부터 많이 이끌렸던 책이다. 매혹적인 여인의 눈빛은 슬퍼보이는 듯 하며,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두드러지게 묘사된 목걸이는 무엇을 뜻하고자 함인지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약간의 판타지를 가미한 이 책은 한 소년의 성장기로 보아도 좋을 듯 싶고, 사랑과 복수 그리고 화해의 서사시라 보아도 좋을 듯 싶다. 독자들에 따라서 책을 통해 얻게 되는 부분은 다르리라 생각되지만, 한 번 읽기시작하면 책을 놓을 수 없는 끌림과 재미에 대한 느낌은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작품은 2002년 스페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에데베 문학상을 받았고, 이듬해에 리부루 가스테아 상을 받으며 스테디셀러로 탄탄히 자리매김했다고 하니, 내가 이 책을 통해서 느꼈던 흥미로움과 즐거움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이 책을 읽으면서 저주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피렌체 다이아몬드를 떠올리게 되었다. ’시바의 눈물’은 칠십 년 동안 사라졌던 아주 값비싼 보석의 이름이었고, 이 보석을 둘러싼 처절한 복수로 오브레곤 가문은 몰락을 하게 된다. 굉장한 수수께끼를 가진 보석 ’시바의 눈물’의 행방불명은 나비효과를 일으키듯 칠십 년 후 하비에르에게 태풍과도 같은 엄청난 사건을 경험하게 한다. 

꽤 오래전, 언젠가, 나는 유령을 봤다. (본문 7p)

이야기는 하비에르가 오래전 1969년 그해 여름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1969년은 프랑스와 영국, 네덜란드, 미국 같은 데서는 여성들은 남성들과 동등한 권리를 달라고 부르짖었고, 젊은이들은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아가씨들은 미니스커트와 비키니로 새로운 유행을 만들었으며, 학생들은 더 나은 세상을 요구하며 거기로 쏟아져 나오던 때였다. 하지만 스페인은 독재 정권 아래에 있었고, 늙은 프랑코 장군의 청통같은 손아귀 아래서 통제를 받던 시기였다. 
결핵에 걸린 아빠에게 전염이 될 것을 염려한 엄마는  형인 알베르토는 에스테반 큰아빠 집에서 지내게 했고, 하비에르는 아델라 이모 집에서 지내도록 했다. 아델라 이모 댁은 산탄데르에 있었고, 딸만 넷이 있는 집이었다.
동성 친구와의 즐거움을 좋아했던 하비에르는 ’소꿉놀이할 여자 친구’가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이 짜증났고, 하비에르를 부러워하는 형을 이해할 수 없었다.

루이스 오브레곤 집안은 산탄데르에서 가장 유서 깊은 가문 중의 하나였고, 아델라 이모는 미인이었고, 루이스 이모부는 발명가로 하루 종일 작업실에서 지냈고, 첫째 로사 누나는 상냥하고 다정했고, 둘째 마르카리타 누나는 자유를 원하는 혁명가적이었으며, 동갑내기 셋째 비올레타는 공상 과학을 좋아하는 하비에르를 빈정거리며 무시하기 일쑤였으며 유식한 척하면서 우쭐대는 오만방자한 계집애였으며, 막내 아수세나는 말 없이 식구들을 관찰하는 내성적인 아이었다.
 한때 금권 정치를 하던 19세기 초 지어진 집 ’비야 칸델라리아’는 훨씬 옛날식 건물이었는데, 하비에르가 관심을 갖게 된 장소는 오브레곤 선조들의 초상화가 걸려있고, 먼지 쌓인 고서들이 수천 권쯤 꽂혀있는 서재였다. 그중 하비에르의 눈을 사로잡은 초상화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에메랄드 목걸이인 시바의 눈물을 걸고 있는 증조할아버지의 여동생인 ’베아트리스 오브레곤’ 이었다. 그러나 베아트리스나 시바의 눈물의 이야기는 오브레곤 가문에서는 금기사항이었기에 하비에르는 궁금증을 풀 수 없었다.

권태롭기 짝이 없던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하비에르는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경험하게 되는데, 마치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었으며 그 순간에는 수선화 향기가 났다는 것이었다. 식구들 중 유독 비올레타만이 그 유령을 목격한 경험이 있었고, 하비에르과 비올레타는 그 유령의 존재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 나가게 된다. 이들은 칠십 년전 시바의 눈물과 함께 실종된 ’베아트리스 오브레곤’에 주목하게 되고, 그녀의 필체로 적힌 메모를 통해서 칠십 년전의 그녀의 행방을 찾아나선다.
70년 전 베아트리스는 아버지에 의해 가문의 권세가 높았던 멘도사 가문과 억지 결혼을 해야했고, 약혼 선물로 시바의 눈물을 선물 받았다. 결혼식 전날 베아트리스가 사라졌고, 멘도사 가문에서는 시바의 눈물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베아트리스와 함께 시바의 눈물도 사라졌다. 결국 멘도사 가문은 오브레곤 가문에 도둑 혐의를 씌워서 고발했고, 오브레곤은 몰락했으며 그 갈등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로사 누나와 멘도사 가문의 가브리엘 멘도사는 서로 사랑했으며,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원수지간과의 사랑은 부모들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비에르와 비올레타는 유령이 주는 메시지를 쫓으며, 베아트리스와 시바의 눈물을 추적하게 되고, 그 속에서 복수와 화해,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 70년 전 독재정권과 신분제도 그리고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삶을 쫓아가는 동안, 하나의 인격체로 살아가고 싶었던 베아트리스와 만나게 된다. ’사랑’이라는 믿음으로 기꺼이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자신의 삶을 찾으려 했던 베아트리스의 삶은 결국 후손에게 가문의 몰락이라는 아픔을 주게 되었고, 베아트리스는 자신의 행동이 나비효과로 가져온 후손들의 아픔을 끝내기 위해 유령이 되어 나타나게 되었던 것이다. 
추리소설처럼 힌트를 통해서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과정은 묘한 긴장감을 주어, 독자로 하여금 책 속에 빠져들게 할 뿐만 아니라, 자유와 사랑을 꿈꾸었던 베아트리스를 통해서 자유와 사랑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계기를 준다.
그 과정을 통해서 이성에 관심이 없었던 하이베르는 사랑에 눈뜨게 되고, 소년이 아닌 청년으로 성장하게 된다.

책을 읽기시작한 순간,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이야기는 표지의 삽화처럼 굉장한 끌림이 있었고, 흥미로운 내용 속에 자유와 사랑 그리고 한 소년의 성장이라는 주제를 다룸으로써 흥미 뿐만 아니라, 문학적 가치로서도 충분히 제 구실을 하고 있다.  한 순간도 눈길을 뗄 수 없었던 흥미로운 이야기는 실로 오랜만에 읽어 본 듯 하다. 즐거움과 감동이 공존하고 있는 이 작품은 앞으로도 주욱 스테디셀러로서 자리매김 하리라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진출처: ’시바의 눈물’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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