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 되어서도 가슴에 남을 열 살 여행 - 평범한 엄마가 아들을 위해 준비한 13박 14일 생각키움 여행기
황윤정 지음 / 지식채널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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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를 맞이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대화’일 것이다. 허나, 직장을 다니고 있는 워킹맘의 한 사람으로서 자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 핸드폰 문자와 메일을 통해서 주고 받을 수 있으나, 사실 현실적으로 아이와 문자와 메일을 통해서 대화를 이어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핑계일수도 있겠지만, 직장을 다니며 아이와 많은 대화를 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은 내게는 참 어려운 일이다.
올해 중학교를 입학하는 큰 아이와 이제 직장생활 만 3년에 접어든 엄마인 나와의 대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간혹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둘만의 조촐한 데이트를 통해서이다. 함께 영화를 보러 가는 등 둘만의 외출시간이 주어지면, 그때 우리는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학교 생활, 친구 이야기 혹은 요즘 관심사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나는 딸과 단둘만의 여행을 꿈꾼다. 앞으로 학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시간이 되고, 사춘기라는 성장통을 앓게 되면,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대화시간을 갖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유럽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다. 더 넓은 곳을 바라볼 수 있고, 힘겨운 고3 생활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주기 위함도 있지만, 성장하면서 점점 부모의 품안에서 멀어질 아이와의 추억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던 듯 싶다. 직장 생활로 친정집에 아이를 맡겨두고 일주일에 한 번정도 아이와 짧은 시간의 만남을 가져야 했기에, 아이와 서먹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업으로 인해 아예 친정집으로 들어가 살게되면서 아이 곁에서 든든한 지원자의 역할을 해줄 수 있었지만, 어느새 자란 아이와의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저자는 아이와 둘만의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나는 아이의 마음이 계속 열린 상태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인 내가 아이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은 상대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과연 나는 지원이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은 엄마일까? 지금으로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 같았ㄷ. 하지만 1~2년 후에는? 그때는 자신이 없었다. 나는 아이와 통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는 그런 엄마를 보며 마음 한켠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원이와 둘만의 여행을 계획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앞으로 점점 줄어들 ’함께할 시간’을 대비해 더 늦기 전에 아이와 둘만의 시간을 저축해두고 싶었다. (본문 19p)



함께 여행지를 결정하고, 여행계획을 세우는 과정을 통해서 이미 아이와 엄마는 하나가 되어가는 듯 싶다. 만화에서 짱구가 사달라는 초코비가 한국에서는 너무 비싸고 마트에서는 금방 다 팔려서 자주 못 사먹어 일본에 가면 초코비를 실컷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일본에 가고 싶다는 아이의 말을 통해, 엄마와 아이의 마음이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음을 느꼈다. 이렇게 엄마와 아이는 같은 여행지 일본을 택하면서도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게 다름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저자는 원했던 것이고, 내가 꿈꾸는 여행이기도 하다. 여행을 통해서 거창한 것을 얻으려 했던 것이 아니라, 엄마와 아이의 추억을 만들기 위한 여행이라는 점이 참 마음에 드는 컨셉이였다.
이 책은 일본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 유적지, 일본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서 엄마와 아이가 서로 느끼고 공감하는 과정, 아이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엄마는 여행을 통해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계획하에 여행을 시작하지만, 사실 여행을 통해서 아이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그것을 통해 학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또다른 마음을 갖는다. 저자 역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지만, 아이와의 작은 충돌과 에피소드를 통해서 학습이 아니라,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노력한다. 아이 역시 여행을 통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엄마보다 한 걸음 앞서 걸으며 스스로 세상을 헤쳐나가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 바로 여행을 통해 얻는 큰 깨달음이 아닐까 싶다. 여행을 통해서 어른과 다른 아이의 감수성을 이해하고 그 차이를 인정하고 공감하면서 아이와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아이와의 단둘만의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아이와의 여행과정을 통해서 강조하고 있다.

나는 앞으로 지원이의 풋내나는 어른 흉내를 보더라도 짓궂게 놀리는 대신 이해하고 공감해주자고 마음 먹었다. 그게 아이의 질풍노도시기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리라. (본문 70p)

여행과정을 통해서 지원이는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와의 여행은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에 공감을 하게 된다. 한정된 장소가 아닌 좀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것을 보고 체험하면서 아이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육아서를 통해서 아이와의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도 별반 다를 바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론이 아니라, 아이와 둘만의 여행을 통해서 충돌과 에피소드를 통해서 깨닫게 된 체험을 통한 이야기는 좀더 쉽게 와닿고 공감을 하게 되는 듯 싶다.

나는 진심으로 지원이에게 사과를 하고 아이를 가슴에 꼭 안았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서도 페어플레이가 있다. 아무리 속상하고 화가 난다고 해도 아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을 꼬투리 삼아 위협해서는 안 된다. 부모는 그저 화를 내 거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부모의 이런 ’화’가 엄청난 위협과 공포,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더구나 어린아이들은 아직 어떤 말이 부모의 진심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그저 들은 그대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지원이처럼 말이다. (본문 133p)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는데, 이번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내게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엄마가 조금 덜 엄하다고 해도,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니 조금은 더 현명하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본문 213,214p)

열 살의 여행이 아이에게는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는 좋은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꿈을 꾸기도 하면서, 아이는 여행을 통해서 한 뼘 더 자라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여행은 엄마인 저자에게 더 좋은 시간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 시간이 같은 엄마인 내게 참으로 부러운 시간이였다.
저자처럼 오랜 시간은 아니여도, 아이와의 단둘만의 여행은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시간이 된다. 이제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과의 짧은 여행은 사춘기인 아이와 엄마인 나를 연결해주는 좋은 소통의 시간이 될 듯 싶다. 그러기에 올해부터는 딸과의 잦은 데이트를 꿈꿔보려 한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그것이 바로 우리가 여행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사진출처: ’서른 살이 되어서도 가슴에 남을 열 살 여행’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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