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의 집
김남주 지음 / 그책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연예인이 쓴 책을 접하면 일단 선입견을 갖고 보게 된다. 그동안 연예인이 쓴 책을 몇 권 읽으면서, 선입견을 가진 것에 대한 부끄러움, 미안함을 갖게 한 책도 더러 만나게 되었다. 얼마전 읽었던 배우 조안의 <단 한 마디>라는 책 역시 내가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을 깨준 좋은 책이었고, 나는 책을 통해서 나의 못된 선입견과 편견을 없앨 수 있음에 감사한다.
누구나 그렇듯, 각자 좋아하는 배우가 있고 또 마음에 들지 않는 배우가 있게 마련이다. 나에게 배우 ’김남주’는 좋고, 싫음에 대한 감정이 없었던 배우 중의 한 명이다. 결혼 후 <내조의 여왕>으로 인기 몰이를 했고, 얼마 전 <역전의 여왕>이라는 드라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 접한 바 있다. 아마 내가 드라마를 시청한 적이 없기 때문인지 좋고 싫음이라는 구분이 없었으리라. 

결혼 후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후에도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배우 김남주는 엄마라는 입장과 일을 하고 있는 워킹맘이라는 입장에서 그녀가 쓴 <<김남주의 집>>은 많은 공감을 얻게 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주부라면 누구나 ’집’’가족’에 대한 애착이 있고, 우리 가족이 사는 ’집’을 가장 멋지게, 편안하게 꾸미고 싶은 소망을 갖는다. 나는 이 책에서 그런 소망을 엿보고 싶었고, 내가 하지 못하는 부분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우고자 했다. 그러나 이 책을 몇 페이지 읽고난 뒤 연예인이 쓴 책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다시 스물스물 생겨나는 기분이 들었으며, 책을 읽는내내 그닥 기분이 좋지 못했다. 어쩌면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그녀에 대한 질투, 시기심일지도 모른다. 이런 기분을 배제하고라도, 페이지마다 담겨진 광고가 심히 불쾌했다.
흡사 여성잡지를 보는 듯한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자주 다니는 샵이름, 아이들의 옷 브랜드와 이미지 등 이런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책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배우 김승우와의 결혼 과정을 보여주었고, 임신과 출산을 통해서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면도 있었다. 육아로 지쳤던 마음이나 아이를 키우면서 편한 티셔츠를 선호하게 되었다는 등의 이야기는 같은 엄마로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는 책의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마당이 넓은 집을 얻게 된 과정, 결혼할 때 입은 웨딩드레스의 추억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가구 취향, 백일 잔치와 지인들과 마당에서 즐기는 가든파티 이야기, 뿐만 아니라 마음에 드는 침대를 갖기 위해서 8개월을 기다리고, 마음에 드는 현관문을 사기 위해 6개월을 기다리는 그녀의 삶이 과연 우리에게 얼마나 공감이 되겠는가?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삶을 보여주기 보다는, 가진 자의 삶을 드러낸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직장에서 상사의 눈치를 보며 월급을 받아, 알뜰살뜰 한푼 두푼 모아 ’내 집 갖기’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그녀의 이야기는 어처구니가 없게 느껴질 뿐이다.
누구나 ’꿈’으로서 끝나고 마는 여왕같은 삶을 그녀는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왠지 내게는 자랑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그녀의 이야기가 고깝게만 보이는 것을 나의 속좁음으로 탓 해본다.

노골적인 제품 홍보와 자신이 다니는 샵 홍보가 자주 등장하여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엄마라면 누구나 예쁜 옷, 예쁜 신발을 안 사주고 싶겠는가? 나도 내 아이에게 최고로 좋은 옷과 최고로 좋은 제품으로 키우고 싶다. 잡지나 광고를 통해서 보여지는 것들을 왜 안 사고 싶겠는가? 예쁜 옷 이미지를 올리고, 브랜드 명까지 턱하니 기록한 것을 보면, 이 책은 자신의 이야기를 양념으로 가미한 제품 홍보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배우 김남주가 자신이 집에 대한 애착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려 했다면, 제품 홍보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좀더 진솔하게 드러냈어야 했다. 

 

파리에서 수도꼭지를 사온 것을 자랑하기보다는 아이가 ’엄마’라는 말을 했을 때의 기쁨과 환희를 더 자랑했어야 했고, 의자를 사랑해서 영국 앤 여왕이 앉았던 의자를 재현한 의자를 샀다고 자랑하기 보다 아이가 처음 기어다니고, 혼자 앉기까지의 과정을 자랑했어야 했다. 외국 침대를 얻기 위해서 8개월을 기다린 것을 몇 페이지에 걸쳐 자랑하지 말고, 태교를 잘 해서 아이의 성격이 좋다는 것을 자랑(?)하기 보다는 어떤 식으로 태교를 했는지를 더 자세히 알려 주었어야 했다. 내게 좋고 싫음에 대한 평가가 없던 배우 김남주는 이제 싫은 배우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녀는 도대체 이 책을 왜 썼던 것일까? 넓은 집, 좋은 브랜드 물건을 자랑하고 싶었던 걸까? 결국 독자들에게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데다, 그녀와는 전혀 다르게 살아가는 내가 처한 현실에 대한 불만만 쌓여갈 뿐이다.

결국 내게 <김남주의 집>은 연예인이 쓴 책에 대한 편견만 더 높아졌을 뿐이다.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책. 이런 내용은 여성잡지에서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정가가 15,000원이나 되는 이 책값이 너무도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사진출처: ’김남주의 집’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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