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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이야기 ㅣ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31
김선아 지음, 국수용 사진, 나오미양 그림 / 시공주니어 / 2010년 11월
평점 :
내 기억 속에 서커스는 텔레비전을 통해서 본 것이 전부입니다. 공중에서 그네를 타는 서커스를 보면서 가슴이 조마조마 터질 듯한 느낌을 가졌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내가 아는 서커스의 전부입니다.
예전에는 텔레비전에서 서커스 공연을 많이 보여줬던 터라, 실제로 본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7살 아들녀석은 서커스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가슴 졸이며 그들을 바라보던 설레임이나, 얼굴에 재미있는 분장을 한 피에로 아저씨를 요즘 아이들이 알 턱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서커스단은 1925년 박동춘에 의해 시작된 ’동춘서커스’입니다.
이미 옛 추억이라 생각했었던 서커스가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이 그림 책속에 실린 사진들은 1993년부터 2007년까지 동춘서커스 곡예사들의 삶을 간추린 것이라고 합니다.
여전히 우리 곁에서 아련한 옛 추억으로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그들이 있다는 것에, 공중그네 곡예를 보듯 설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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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를 보여주기 위해 긴 막대기를 하늘 높이 세우고 그 위에 커다란 천을 씌워 멋진 집을 완성시킵니다. 천막이 세워지면 사람들은 줄지어 기다립니다. 가난하고 힘들었던 그 시절, 이들의 곡예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으며, 큰 웃음을 지었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모습들이 보입니다.
서커스를 보여주기 위해서 천막 안에 사람들은 재주를 갈고 닦습니다.
트럼펫도 잘 불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해 주는 피에로 삼촌, 통굴리기가 특기인 형, "헤이!" 한마디로 두 발로 걷고, 동그란 훌라후를 뛰어넘도록 재주를 부리는 엄마.
하늘 위를 걷는 엄마를 보면 사람들의 가슴은 두근두근 방망이질을 하고, 그네가 하늘 높이높이 올라가면 울던 아이도, 찡그린 얼굴의 할아버지도 모두모두 활짝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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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녀석은 신기한 사진 속에 푹 빠집니다.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그들의 모습이 신기하고 놀랍기만 한가 봅니다.
<<서커스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살아가던 그 시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그 추억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을 알게 되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서 피나는 연습을 하는 그들의 모습도 보여 줍니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오래 전 우리에게 웃음을 주었던 많은 것들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추억 한 귀퉁이에만 남아있던 서커스가 여전히 우리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서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왠지 가슴이 뭉클해옵니다.
그들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어요. 서커스가 무엇인지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아이들에게 진짜 신기한 일, 놀라운 일을 보면서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말이죠.
(사진출처: ’서커스 이야기’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