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공지영 작가는 개인적으로 참으로 좋아하는 여류작가 중의 하나이다. 엄마라는 입장에서 딸 위녕에게 보내는 편지를 엮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읽으면서 딸을 향한 마음을 진솔하게 써 내려갈 수 있는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를 많이 질투하기도 했었고, 부러워도 했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가니>등을 통해서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 독자들에게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보이게 할 수 있는 작가로서 가지고 있는 의식도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서둘러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읽으면서 문득문득 지리산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내 마음 속에 가득찬 욕심을 비우면 내 마음 속에 지리산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이 지리산에 있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욕심을 비우고 자발적 가난을 선택했기에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산 속 깊은 곳에서 작은 움막집을 지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물질만능주의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서, 이제는 이런 환경이 아니면 살지 못할 거 같은 나에게 그들의 삶의 모습은 측은지심만이 느껴질 뿐이다. 그런데 그들은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행복하다고 말한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더 이상 희망을 느끼지 못하던 그들이 산 속에 들어와 혼자 궁색하게 살아가면서도 행복하다한다. 더 갖고자 하는 욕심이 없고, 더 쥐려고 하는 탐욕이 없기에 그들은 자연이 주는 햇빛과 바람과 물 그리고 음식만으로도 웃음을 짓는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깨끗한 느낌을 주는 웃음이다.
나는 이 책에서는 그 순수하고 깨끗한 웃음과 행복을 만났다. 더 많이 가져야하고, 경쟁 사회에서 선두를 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무작정 달리기만 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산 속의 깨끗한 공기를 선물하는 듯한 ’휴식’을 준다. 
더 가져서 행복했던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며, 매캐한 먼지 속에서 헉헉거리며 달렸던 일들이 즐거웠던가?를 생각나게 한다.
후~~~ 지리산의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 듯한 신선함이 책 속에서 느껴지는 듯한 이 기분을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책을 읽는내내 행복했다. 라는 표현만으로도 내 기분이 전달되어지려나? 어떤 로맨스 소설보다 재미있었고, 수없이 읽은 자기계발서보다 더 쉽게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말하면 좋으려나.

이 책은 지리산을 등에 지고 섬진강을 내다보며 옹기종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는’ 도시의 삶이 역겨워질 때, 든든한 어깨로 선 지리산과 버선코처럼 고운 섬진강 물줄기를 떠올렸으면 싶다. 거기서 정직하게 살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혹여 잠시의 미소와 휴식이 되었으면 한다. 그들이 거기서 어떻게 돈 없이도 잘, 그것도 아주 잘, 살고 노는지 저와 함께 지켜보시기를. 어쩌면 행복한 생각보다 가까이 우리에게 다가올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본문15p)

 

도시의 잘나간다는 직장을 다니다가 ’내가 왜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나’라는 의문이 물꼬를 트면서 산골로 들어와 살게된 버들치 시인은 봄이면 나물을 뜯어 말리고 손바닥만 한 밭에 자신의 오줌을 거름으로 주는 농사를 지으며 산다.
정권이 바뀌면서 자신에게 화려함을 주었던 서울이 실패를 안겨주자, 수중에 있던 돈 50만 원을 들고 지리산에 오게 된 낙장불입은 그 곳 사람들 속에 스며들면서, 수경 스님과 함께 지리산 살리기, 낙동강 살리기, 지리산 살리기, 새만금 살리기 등등 10년에 걸친 순례를 이어오고 있다. 모든 것을 다 잃고 온 지리산에서 낙장불입은 고알피엠(高RPM)여사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되었고, 국토순례라는 새로운 삶의 표어가 생겼으니 지리산의 정기가 좋긴 좋은가 보다. 아니..버리고 나니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는 넓은 마음이 생겼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에게 당연한 말로서 가르침을 주고 있는 ’내비도(道)’의 교주 최도사(나도 그 교주의 교인이고 싶다. 나 좀 내비도~~), 정성스레 키우던 집 앞 개울에 버들치를 건장한 남자들의 전기충격기로 버들치를 잃고 앓아누운 버시인, 여자를 때리는 남자를 향해서 큰 소리로 소리를 칠 줄 아는 꽁지작가와 고알피엠 여사, 쌍계사 일대의 국립공원 조성으로 남들이 다 갖게 된 큰 돈이 아닌, 인근 커다란 빈둥산을 얻어 남의 손가락질에도 불구하고 후손을 위해서 묵묵히 나무를 심었던 평범한 농부, 15년 전 아무것도 없이 섬진강변에 들어와 누런 천막을 치고 쓰레기를 치우며 꽃과 나무를 심으며 이제는 터를 잡게 된 세 가족 등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물질의 풍요가 아니라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벗삼아 살아가고 있다. 연봉 200만원으로도 행복할 줄 아는 사람들, 핸드폰 요금을 내지 않아 발신정지가 되어도 그저 껄껄 웃으며 삶이 행복하고 좋기만 한 사람들이다.

"우리의 욕망은 너무도 획일적이다. 좋은 학벌, 많은 돈, 넓은 집. 우리는 이제 다양하게 욕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본문 27p) 

 

작가가 얼마 전 읽은 책의 한 구절을 함께 읽으면서 모두가 같은 욕망을 가지고, 매케한 도시 속에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모습이 레고의 꼬마 병정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비추어졌다. 그 욕망 속에서 우리는 사람에게 상처받고, 상처를 주면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더 많이 갖고자, 경쟁에서 이기고자 힘겨운 전쟁을 벌이는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연민이 느껴진다.
무엇을 얻고자 함인지도 모른 채, 상처만 받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사람에게 입은 상처는 그 사람에게 다시 상처를 돌려줌으로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만 치유된다는 것을 말이다. (본문 39p)

이 책속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서 나는 상처를 치유한다. 더 갖으려고 애쓰며 받았던 상처가 치유되면서, 마음 속에 담아둔 욕심들이 서서히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또 배운다. 자연이 사람에게 베풀고 있는 인자함과 마음을 깨끗하게 닦아주는 너그러움과 스스로 가난을 택한 사람들을 거두어들이는 풍요로움을 자연이 아니라면, 이 곳 지리산이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
그들은 행복을 함께 나누기 위해 ’지리산 학교’를 만들었고, 상처입은 이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려한다.
그들은 말한다.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본문 333p)

훌쩍 지리산으로 떠나고 싶었던 마음이었으나, 책 속의 그들과 만나고, 지리산의 대자연과 만나면서 나는 조금 견딜만해졌다.
사람이 살아가는 법, 다양한 욕망을 갖는 법, 물질적인 풍요가 아니라 자연이 주는 풍요에 행복해하는 법을 배우면서 전쟁터와 같은 도시 속에서 살면서 얼마든지 지리산의 정기를 내 품에 안고 살아갈 수 있음을 배웠다. 
일요일인 오늘 나는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통해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했다. 왔다갔다 힘들여 산행하지 않고도, 꽉 막힌 도로에서 짜증내지 않고도, 그 곳에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맑은 냇물에 발을 담그며 아주 행복하게 지리산에 다녀온 기분이다. 
나중에 지리산에 갔을 때, 나는 그들이 낯설지 않으리라. 나를 위로하고 나에게 휴식을 준 그들을 다시 만난 느낌을 갖게 되리라.

(사진출처: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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