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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사 이야기 1 - 카이스트 신동원 교수님이 들려주는 하늘과 땅의 과학 ㅣ 한국 과학사 이야기 1
신동원 지음, 임익종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0년 8월
평점 :
과학사에 대한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주로 서양 과학자들의 이야기와 서양 과학사 위주로 구성이 되어 있었고, 우리나라의 과학사는 세계에서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몇 가지 외에는 주목할 만한 내용이 별로 없었다. ’과학’이라는 자체가 서양에서 집약적인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었고, 서양 과학사에 대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만약에 이 책 <<한국 과학사 이야기>>를 접하지 못했더라면, 나는 우리나라의 과학사가 가지고 있는 훌륭한 점을 끝내 알지 못했을 것이고, 아이들에게도 우리나라의 과학사에 대한 자긍심을 이야기해주지 못했을 것이다.
왜 그동안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었던 창조성 넘치는 과학사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사실 편독이 심한 나로서는 두툼한 책과 과학이라는 부분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아가는 흥미로움과 우리나라 과학사에 대한 놀라움으로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과학사 이야기>> 1권에서는 하늘과 땅의 과학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삼국사기><고려사>등 우리나라의 여러 역사서들의 기록들을 인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글들을 통해서 조상들의 과학에 대한 탁월했던 능력과 지혜를 엿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세계 고인돌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2만 5000개 가량의 한국의 고인돌에서 선사 시대 사람들이 하늘의 별을 관찰하고 새겨놓은 점과 기준에 따라 좋은 곳에 고인돌을 놓은 점을 봐서 오래전부터 천문학과 풍수학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이 열심히 하늘을 관측하고, 풍수지리를 발전시킨 것은 지금 우리의 학문과는 연구와 성격이 크게 달랐다. 하늘 관측을 통해서 나라의 정세와 전쟁의 승패 점치기 위한 목적이었고, 풍수와 하늘은 주로 농사를 위한 연구였다.
그러나 지금의 연구와는 사뭇 다른 성격을 가지고 천문학과 풍수지리를 발전 시키고 연구하며 기록했던 내용들은 현재 우리의 천문학과 풍수지리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고려사>에 적혀있는 186번의 가뭄 기록, 1002년(목종 5년) 6월 우리나라 최초의 화산 폭발 기록, 고려 시대 84번, 조선 시대 490차례의 지진 기록 등은 늘 관찰하고 기록한 역사서를 통해서 좀더 나은 삶을 위해서 노력했던 선조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비록 100년 전 처음으로 큰 공 세 개(해, 달, 지구)로 지구가 공중에 떠서 돈다는 학설을 제시한 김석문의 학설이 ’세계 최초의 지전설’이 아니었음에 아쉽고, 현재 풍수지리가 ’과학인가, 미신인가’에 논란에 휩싸이고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의 과학사가 아주 오래전부터 꾸준한 관찰과 노력으로 발전해왔고,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점이다.
많은 사진자료와 역사서의 기록을 인용한 내용들이 우리나라 과학사에 많은 흥미를 일깨우고 있다. 초등학교 다니는 딸 지영이와의 대화로 이끌어가는 부분이나 설명 등을 볼 때, 저자가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정확히 읽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과학사에 다루고 있지만, 보다 나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시작된 천문학과 풍수지리학의 발전 과정은 우리나라의 생활 모습과 역사를 이해하기에도 용이하다. 현재 측우기가 가지고 있는 과학적, 역사적 의미는 대단하지만, 사실 그시절 측우기를 만들었던 목적은 가뭄 끝에 단비가 너무 반가워서 얼마나 내렸는지 정확히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과학은 세상에 대한 궁금함을 풀어내고, 더 나은 삶을 살기위한 목적으로 시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한국의 과학사를 배우고, 역사 속에 드러난 우리의 생활모습과 문화를 배우는 것은, 그들의 지혜를 통해서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함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과학적 발전을 통해서 우리는 더 많은 부분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그 호기심을 풀기 위해 또 다른 발전을 이루어내고 그로 인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한국 과학사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금껏 서양 과학사에 가려져 있는 한국의 과학사가 우리 어린이들에게 많이 알려져 조국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이런 자긍심은 훗날 세계의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자신감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과학사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 발전이 어느 정도였는지 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서양의 과학사에만 열광했던 것은 아니었나 싶은 마음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런 책들을 통해서 한국의 과학사가 어른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에게도 많이 알려질 수 있었으면 싶다. <<한국 과학사 이야기>> 시리즈는 분명 우리의 과학사를 알리는데 초석이 되리라 믿는다.
(사진출처: ’한국 과학사 이야기1’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