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생의 사랑 푸른도서관 42
김현화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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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사랑, 꿈, 신념 등 많은 고민을 하는 시기가 바로 청소년 시기가 아닌가 싶다. 수많은 갈래길에서 내가 가야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도 하고, 등 떠밀려 길을 걷다가 고뇌하고 후회하기도 하고, 그러다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또다른 고민을 하는,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가 아닌가 말이다. 
저자는 인생의 고락이 깃들어 있는, 인간의 삶 자체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길’에 걸맞는 인물 조생, 조연을 그려냈고, 조연의 삶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걷고 있는 청소년들의 수많은 고민에 해답을 줄 수 있으리라 본다. 
사랑을 하게 되고, 아픔을 겪게 되고, 신분을 넘어선 우정을 나누고, 정암을 만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학업에 대한 즐거움을 찾고, 그로인해 신념을 갖게 되는 과정이 조연이라는 한 인물에 고스란히 스며들고 있다. 

연은 노복 황업산의 배웅을 받으며 명나라 연경으로 사행을 떠난다. 이야기는 연이 사행을 가는 과정과 과거로의 회상이 교차하면서 이루어진다. 명나라로의 사행은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보여주고 있고, 과거의 기억은 길을 찾기 위해 헤매던 연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길의 끝이 보이는 시점에서 또다른 길을 칮은 연은 꿈을 찾게 된다. 
부모의 죽음으로 노복 황업산의 등에 업혀 지냈던 연은 열학당의 밤나무 가지에 앉아있던 한 아이를 알게 된다. 기화는 여자였지만 그 어느 훈장님보다 학식이 높았다. 연은 그런 기화를 사랑하게 되었고, 기화 역시 연과의 혼인을 약속했다. 욕심이 많은 기화의 꿈에 이끌려 연은 성균관에 입성하게 되지만, 기화의 욕심을 채워줄 수는 없었다. 
결국 기화는 자신의 꿈, 집안을 살려줄 수 있는 여문생과 혼인을 하게 되고, 연은 그로인해 아픔을 겪게 된다. 어린시절부터 기화 옆에서 자신을 지켜봐주던 애기의 사랑은 보지 못했고, 학업에 대한 열의마저 잃게 되었지만, 정암을 통해서 학업에 대한 열정과 신념을 갖게 되고, 이상과 현실 속에 고뇌하던 연은 왕친이었던 파릉군 이경이 연에게 다가옴으로써 우정을 알아간다.
기묘사화로 인해서 정암 조광조가 사사되고, 동료들이 유배되는 과정에서 이경의 도움으로 풀려난 연은 자괴감을 느낀다. 

권력이 주는 힘을 알고 있었던 기화와 여문생과 달리, 굳은 신념으로 정의를 보려했던 연은 소위 말하는 든든한 빽이었던 우정을 나눈 파릉군 이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소유하려 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경의 도움으로 어려운 상황을 빠져나왔을 때조차, 연은 자신만이 홀로 살아남은 것에 대한 절망에 빠지게 되었던 게다.
황사로 앞이 보이지 않는 명나라, 그곳에서 홀로 말을 돌린 채 조선이 아닌 명나라를 걷고 또 걷게 된 연은, 사행길에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진정한 삶을 찾기 위한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서게 된게다.

황사 속에서 보았네. 때로 길 밖에도 길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 곳에서 말을 달렸네. 천산의 늙은 걸인을 찾아갔네. 그처럼 걷고 싶었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싶었네. 내 삶을 지탱해 준 것들을 보고 싶었네. 그래, 천산에서 그대를 보았지만 그렇게 보냈네.
나를 위해 천 리 배웅길에 뼈를 묻은 여인이 있어 아름다웠고, 유년의 시절부터 나를 들뜨게 한 여인이 있어 아름다웠고, 불우한 내 삶을 밝혀 준 노복이 있어 아름다운 꿈이었네. 나를 세상과 이어준 정암 선생과 기재 선생이 있어 아름다운 꿈이었네. 길고 곡진한 우의를 맺은 자네가 있어 또 아름다운 꿈이었네.
(본문 296p)

한미한 향반의 처지여도 자신의 주인인 왕친 앞에서 당당했고, 무엇보다 노복 황업산을 제 피붙이처럼 깍듯이 예우했던 연이 자신의 신념을 갖고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이끌어주고 보듬어주었던 이들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비록 자신의 의지가 아닌 기화를 통해서 성균관에 입성하게 되었지만, 길 잃은 자신을 보듬어주던 이경이 있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정암고 기재가 있기에 연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던 게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고, 진정한 우정을 깨닫게 되고, 하고자 하는 꿈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청소년들에게 조연은 그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어두컴컴한 바다에 빛을 밝히는 등대같은 인물이 아닌가 싶다.

<<조생의 사랑>>에서는 조연 외에도 강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부모를 여의 조연을 등에 업고 다녔던 황업산은 명나라에서 실종된 조연이 오기를 애태게 기다리며 임자도 없는 학궁으로 말을 끌고 걸어다닌다. 대문앞에 버려진 자신을 거두어준 주인에 대한 보답이라 하지만, 목매어 자살한 부모를 잃은 트라우마를 가진 조연을 바르게 이끌어준 인물이기도 하다.
학식이 깊다해도 여자이기에 자신을 내세울 수 없었지만, 당당했고 자신의 꿈을 남편을 통해서 이루려는 기화와 유모의 딸로 기화의 이복동생으로 늘 조연을 바라보며 희생했던 애기는 같은 시대를 살아온 두 여성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왕친의 자손으로 태어난 이경은 가슴에 자라고 있던 커다란 사자 한 마리가 왕친이라는 자신의 환경으로 인해 사자가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 슬픔을 알고 있기에 슬픔을 간직한 연의 아픔을 기꺼이 보듬어 줄 수 있었으리라.

연 뿐만 아니라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은 시대 속에서 각자의 아픔을 간직하고, 그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을 가려고 애쓰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들을 통해서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고민들에 큰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조연이 사랑과 우정과 정의와 신념들의 고뇌를 헤쳐가는 과정을 통해서 삶이란 무엇인가를 깨우쳐 가는 그 ’길’이 청소년들이 마주하는 고민들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는 작은 해답이 되었으면 한다. 

"누구나 꿈꾸고 바라는 만큼 걷게 된다네. 이 자리에서 모든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게.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옳거나 그르다고 단정지을 수 없네. 자신이 바라는 대로 단정해 버리는 일들이 허다하기 때문이라네." (본문 1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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