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아 푸른도서관 40
안오일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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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어른을 위한 시집을 많이 접해보았지만, 청소년을 위한 시집은 처음이다. 청소년들이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지고,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일도 한정적인 것처럼 청소년을 위한 문학도 왠지 한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청소년을 위한 시집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고보니 청소년들을 위로할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이 생긴 같아서 청소년도 아닌 내가 괜한 위안을 받는다. 앞으로 내 아이가 이 시집을 통해서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샛노란 표지색깔이 눈에 끌린다. 보통 노란색은 ’주의’를 요하는 색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명도를 강조할 때 다른 색상보다 눈에 잘 띄어 주로 사용되기도 한다. 왠지 이런 의미의 노란색이 청소년 시기를 대변하고 있는 색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청소년 시기는 인생을 설계하는 첫 출발선에 있지만, 가장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이고, 그들을 유혹하는 수많은 장애물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시기이며, 일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답게 꽃피우는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란색은 왠지 그들과 잘 어울린다.



1부 한 대 치고 싶다
2부 그럴 때도 있지
3부 이 정도는 웃어 주세요
4부 지금 우리는


불만이 느껴지는 ’한 대 치고 싶다’와 주변의 관심과 사랑을 요구하는 ’이 정도는 웃어 주세요’ 에서 그들의 마음이 담뿍 담겨진 소제목이 눈길을 끈다. 한 편 한 편 읽어가면서 지금 그들이 느끼고 있는 마음, 고민, 우정 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했다. 짧은 글 속에서 그 어떤 성장 소설 못지않는 그들만의 세계가 그려진다.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하루의 일상이 시로 표현되면서, 그들에게 큰 공감대가 형성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쁘고 달콤한 시어로 미화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일상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감성이 그대로 녹아들어있다는 점이 놀라웠고, 이런 일상의 언어가 그들에게 더 와닿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니 ’시’라는 것이 어려운 단어, 예쁜 단어가 아니여도 충분히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구나~하는 새로운 진리를 얻게 된 듯하다.

천 냥 하우스

모양이 달라도
쓰임새가 달라도
모두 다 천 원이란다

일괄 처리된
이쑤시대, 면봉, 칫솔, 컵, 바구니...

바둑부 동완이
운동부 훈이
음악부 화주
그리고 문예부 나
모두 수학 심화반에 넣어졌다. (본문 22p)

스스로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재능을 키워내는 것이 아니라, 좀더 높은 수학 점수, 영어 점수를 받기 위해 똑같은 교육을 받아야하고, 개개인이 잘하는 재능이 아니라 점수만으로 평가를 하는 요즘 교육 현실로 인해 힘겨워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이 시 속에 담겨져 있는 듯 하다.

질문

수학 공식 말고
영어 단어 말고

때론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요

인생은 소중한 거니까요 (본문 65p)

이 정도는 웃어 주세요

오른쪽 실내화는 분홍색
왼쪽 실내화는 초록색
치마 속에는 쫄바지
손톱엔 화이트
머리는 엉거주춤 똥 머리
커다란 책가방

그게 뭐냐고
단정치 못하다고
하진 마세요
나를 가꾸고 싶은 마음은
나쁜 게 아니잖아요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나만의 패션이니까요

그냥 봐 주시면 안 되나요?
귀엽고
발랄하고
당당한
학생으로 말이에요 (본문 73p)

관심과 사랑은 그들에게 힘이 된다. 무엇을 지적하고, 다그치기보다는 그들에게 힘이 되는 한마디가 절실할 때인 듯 하다.

지금 그들은은 실수를 통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알아가는 때이다. 실수를 해도 괜찮다. 충분히 괜찮다고 위로 받을 수 있으며, 스스로 다독일 수 있는 시기이다. 무언가를 결정해야하는 때가 아니라, 결정하기 위해서 도전을 할 때이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괜찮아>>는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도록 마음의 위로를 받는 시집이다.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시 속의 아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 속의 아이들에게 위로를 받으며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바로 청소년! 그들을 위한 시집이다. 지치고 힘든 그들의 어깨에 이 시들은 어깨를 다독여주는 위안을 받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괜찮다..괜찮다...그래도 괜찮다..

(사진출처: ’그래도 괜찮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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