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블 꿈꾸는 달팽이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불행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집을 지으면, 불행이 결코 찾아오지 못하지." (본문 13p)

불행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집을 지으면 불행이 결코 찾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 스미스 집안은 삼백 년 동안 불행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바닷가 말을 블리스베리에서 살았다. 자기 방의 여닫이창에서 깃털 같은 파도를 내다볼 수 있고, 발코니로 나가면 수평선까지 펼쳐져 있는 반짝이는 바다를 구경할 수 있는 집에서 헨리는 바다가 잔잔한 만큼 불행도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헨리의 열네번 째 생일 날 형 프랭클린은 헨리를 ’칼날 산등성이’라 불리는 카타딘 등반에 데려가기로 약속했지만 형은 달리던 중 차에 치어 팔 한쪽을 잃은 채 병원에 누워있게 되었다.
’불확정한 뇌 기능’ 진단을 받은 프랭클린의 사고로 헨리의 가족에게 불행이 찾아왔고, 헨리는 바다에서 필사적이고 숨이 넘어갈 듯한 강아지이 형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강아지 검둥이와 함께 지내게 된다.

프랭클린을 차로 친 사람은 전쟁을 피해 온 캄보디아 이민자인 차우 초우안이었고, 의식이 돌아오지 않던 프랭클린이 의식을 찾고 예언자처럼 다급하게 헨리를 향해 한 처음이자 마지막 말은 ’카타딘’이었다.
"넌 해내지 못할 거야. 산 중간쯤 가다 포기하겠지" (본문 14p) 헨리의 나약함을 지적했던 형의 말을 곱씹으면서, 헨리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를 깨닫게 된다.

’카타딘을 올라가야겠어. 내가 절대로 해내지 못할 거라고 형이 생각한 일을 하는 거야. 그리고 돌아와서 형에게 말하는 거야. 그럼 형도 불가능한 일을 해낼 거야. 형은 나을 거야.’ (본문 115p)

재판을 통해서 헨리는 초우안네 가족을 처음 만나게 되었고, 차이는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였다. 차이는 집행 유예 2년에 스물한 살이 될 때까지 운전면허가 최소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받게 되며, 스물한 살이 되면 면허를 돌려받고, 이 사건은 차이 초우안의 경찰 기록에서 삭제가 된다. 형은 평생 한 팔이 없이 살아야 하는데 차이는 몇 년 뒤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몇 년 뒤에 차를 다시 몰게 된다는 사실은 헨리를 분노하게 되었고, 이 재판 결과는 바닷가 마을 블리스베리를 발칵 뒤집어 놓는다.
부상자를 도우려했고 경찰관을 찾아 교통사고 사실을 알린 차이의 행동과 상관없이 차를 운전한 사람이 캄보디아 인이었다는 사실이 그들을 분노케 했으며, 바닷가 마을 블리스베리의 누군가는 초우안 가족이 운영하는 머턴 석재 공업사에 불을 질렀다.

프랭클린 형이 결국 죽음에 이르고, 헨리는 검둥이와 친구 샌번과 함께 가족들 몰래 카타딘에 오르기로 한다. 히치하이크를 하던 중 차이가 몰던 픽업트럭과 만나게 되고, 헨리는 자신이 원수처럼 여기던 차이와 여정을 같이 하게 된다.
그들의 아이러니한 여정 속에서 헨리는 차이에 대해서 알아가게 되고, 형의 사고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
헨리는 형의 죽음 이후 카타딘을 등반하려는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지만, 여정을 통해서 그 이유를 찾아간다.

"제 형을 위해서 오르려고 해요."
"우리는 함께 산을 오를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형이 죽었어요. 그래서 저는 형을 기억하는 마음으로 산에 오르려고 해요."
"일종의 추모구나. 그렇지?"
"네."
"그런 이유로 카타딘을 오르는 건 바보 같은 짓이야."

"제가 왜 카타딘에 오르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아요."
"그래?"
"불행과 더불어 사는 법을 알아내기 위해서예요."
(본문 323,325p)

전체적인 이야기의 축은 가족에 들이닥친 불행으로 인해 힘겨워하는 한 소년 헨리가 불행과 더불어사는 법을 깨닫고 배워가는 모험을 통한 성장 소설이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저자는 많은 것을 담아내고 있다.
캄보디아의 전쟁 속에서 누나와 형을 잃고 전쟁을 피해 조국을 떠나 타지에 와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게 되는 이민자들의 삶과 이민자들에 대한 편견과 인종차별을 저자는 차우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아들의 죽음은 사고였습니다. 끔찍한 사고였지요. 비극적인 일이지만, 결국은 사고였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누가 무엇을 하든, 프랭클린을 되돌아오게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가족은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닷가 마을 블리스베리의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하기를 부탁드립니다." (본문 179p)

신문에 실린 헨리 어머니의 글에도 이민자에 대한 블리스베리의 사람들의 분노를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초우안씨네 가족은 그들의 분노를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는 불행을 맞이하게 되었다. 불행이 낳은 또 다른 불행.
헨리는 여행을 통해서 불행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지은 자신의 집이 가지고 있는 가문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결코 불행과 떨어져있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 말은 틀렸다, 하고 헨리는 생각했다.
우리는 불행이 있는 곳에서 살아야 한다. (본문 357p)

세상은 불행이다. 그리고.........은총이다. 정말로 그렇다. (본문 398p)

이야기 중간중간 배치되고 있는 소년(차이)의 일기가 가미되면서, 이야기는 또다른 이야기와 대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초반부 이야기는 살짝 지루한 느낌을 주면서 느리게 진행되는 듯하지만, 헨리와 차이 그리고 샌번의 여정을 통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로움으로 몰입을 유도한다. 헨리의 불행과 차이의 불행이 하나가 되면서 이야기는 절정에 이르게 되고, 헨리가 처음 불행을 안고 시작된 가문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카타딘에 오르는 과정 속에 헨리가 성장하는 모습이 진하게 베어나온다.
두 소년이 불행과 더불어 살아가는 과정이 알싸한 감동으로 전해지며, 그릇된 편견과 인종 차별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불행과 사회적 편견에 정면으로 부딪친 두 소년의 힘겨웠던 여정이 정말 값진 모험이었다는 것을 마음 속에 담겨진 감동과 여운을 통해서 곱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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