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맨 학교로 출동/한권으로 보는 그림문화재 백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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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맨, 학교로 출동! ㅣ 시공 청소년 문학 38
이명랑 지음 / 시공사 / 2010년 10월
평점 :
큰 길을 따라 함께 걷던 아이들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 길과 만나는 시점이 바로 청소년 시기이다. 원하는 꿈, 원하는 목표를 찾아서 아이들은 제각기 자신이 가야하는 길을 찾아 가게된다. 그 중에는 스스로가 원하는 길이 아니라, 부모의 강요에 의해서 선택된 길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길이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윤현상은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길에서 잠시 길을 잃었다. 목적지가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자신이 원했던 일이었는지 조차 잊고 지금 미로 속을 헤매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고 있는 아이들 조차 간혹 이 길이 과연 옳은 것이라를 고민하는 때가 생긴다. 주인공 윤현상처럼 말이다.
참 독특한 제목이지만, 인물의 캐릭터들은 정말 더더욱 독특하다.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지만, 그 속에 조심스레 녹아들어 있는 사회문제들이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강한 자성을 가지고 있다.
학교 가기 전에 영어 듣기 연습을 하기 위해 줄곧 5시 30분에 일어났던 모범생이었던 17살 윤현상은 이제부터 자신안에 숨어있는 ’모범생’을 밞아 주기로 했다.
어려서부터 각종 영어 대회에서 상이란 상은 전부 휩쓸었던 현상이지만, 외고를 떨어진 뒤 현상이는 ’낙오자’가 되었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혀있다. 오늘은 다른 낙오자들처럼 꼭 지각을 해주겠다며 운동화를 구겨 신으며 나름 복장 불량 흉내를 내며 지각을 한 현상이는 선도부에게 걸려 낙오자로서의 첫발을 내딛었다.
낙오자들만 모인다는 K고, 이 K고에서도 낙오되어 벌을 받던 진정한 낙오자들, 그중에서도 나만 혼자 낙오가 되다니!
"으하하하하! 으하하!"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본문 17p)
영어시간 아이들을 선동한 죄로, 현상이와 머리카락들이 일제히 위로 삐죽삐죽 솟은 새둥지는 전직 경찰이었던 우리 학교의 ’배움터 지킴이’ 폴리스맨으로부터 매일 정신 개조훈련을 받게 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새둥지였지만, 폴리스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폴리스맨의 뒤를 캐기 시작하면서 현상이는 조금씩 낙오자가 된 자신의 문제에서 벗어나 세상을 둘러보게 되었고, 친구보다는 경쟁자가 되어버린 아이들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우정이라는 따뜻한 느낌도 점차 알게된다.
중학교 3년 내내 함께 문제집을 풀고, 함께 경시대회에 나가고, 함께 인터넷 카페 활동을 하던 아이들....그러나 내가 외고 시험에서 떨어지자마자 자격 미달이라는 이유로 활동하던 카페에서 나를 강제 퇴출해 버린 아이들....친구라 생각했으나 단 한번도 그들의 체온을 느껴 보지 못했던 아이들....그 아이들에게서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을 나는 뜻밖에도 새 둥지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본문 116p)
독자들은 현상이, 새둥지와 함께 폴리스맨을 쫓아가면서 주택 재개발 문제와 노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주스 아줌마 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일자리 문제까지 다루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엄마의 미래이자 꿈이자 로또였던 현상이와 그 엄마를 통해서 지나친 사교육 문제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낙오자가 되어 갈 길을 잃어버린 현상이와 억압된 생활에서 자유가 그리워 날개짓하는 신유, 자신을 버린 엄마를 그리워한 채 엄마가 쥐어진 노란색 크레파스를 버리지 못한 채 꼭 쥐고 있는 새둥지 승준이, 그리고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폴리스맨의 폭주족 손자 상수, 이렇게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아이들이 등장하고 있다.
전직 경찰이었다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온 폴리스맨을 통해서 이 아이들은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낙오자였고, 자신이 가고자 했던 길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렸던 현상이는 친구 그리고 폴리스맨과의 뜻밖의 일들을 통해서 진정 자신이 원했던 일이 무엇이었나는 깨달아간다.
"그림은 좋으니까 그리는 거야."
어디선가 신유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어떻게 그 사실을 잊고 있었을까?
나는 특목고에 가려고 영어 단어를 외운 것이 아니었다.
좋으니까...........그뿐이었다.
그래, 내 자리는 바로 여기다.
지금의 내가 맞서 싸워야 할 자리가 바로 여기다! (본문 251,p252p)
이 책은 "스카이, 스카이, 스카이! 그놈의 스카이!" (본문 20p)로 판단되어지는 인생의 성공점이 결코 좋은 대학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 하는 경쟁이라는 무서운 사회에서 벗어나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모범생이었던 현상이가 자신의 꿈조차 잃고 헤매었던 것은 부모들의 끊없는 기대감과 억압때문이었다. "시작이 다르면 평생 죽어라 쫓아가도 안 돼!" (본문 86p)라며, 스카이에 들어가야만 성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엄마의 핍박이 영어가 좋아서 공부를 했던 기억조차 잊게했던 것이다.
저자는 현상이를 통해서 청소년 스스로가 자신이 원하는 꿈이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도록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꼭 여기 들어와야 되는 거야? 그래야 그림을 그리는 건 아니잖아?"
"난 날고 싶다고! 훠이- 훠이-." (본문 136p)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을 결코 아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걸어갈 수 있는 길은 무수히 많이 있다. 이 책은 경쟁 속에서 숨 조차 쉬기 힘든 청소년들에게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게하는 돌파구가 되고 있다.
(사진출처: ’폴리스맨, 학교로 출동!’ 표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