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대 1 - 개정판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있자니, 옆에서 다들 드라마 이야기를 건넨다. 사실 <연애시대>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나는, 드라마에 대한 사람들의 호평에 이 책에 더 많은 호감이 갔을지도 모른다. 지금껏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원작이 주는 감동이나 감정을 100% 재연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었기에, 드라마의 호평은 원작 소설에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원작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드라마를 시청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연배우였던 손예진과 감우성의 연기가 눈에 그려진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원작 소설 속 주인공 리이치로와 하루에 대한 성격, 심리묘사 등이 섬세했다는 증거일게다.

결혼생활 13년인 지금, 연애시절 느꼈던 콩닥거림이나 애틋한 사랑에 대한 감정은 오히려 생소한 느낌이다. 어른들 말씀에 부부는 ’정’으로 살아간다고들 하는데, 신혼초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그 말이 이제 비로소 이해가 간다고 해야할까? 항상 내 몸에 붙어있는 신체의 일부처럼 혹은 소중하고 귀한 줄 모르지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기처럼 13년이 아니라 지금껏 늘 나와 함께하고 있었던 것과 같은 익숙함때문에 부부는 정으로 살아간다고 말씀하시는 듯하다. 
이런 익숙함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오래된 부부사이의 설레임이나 애틋함은 괜한 우스개소리처럼 치부하고 있었는데 <연애시대>를 읽으면서 설레임이라는 감정을 다시금 끄집어내게 되었다. 
어쩌면 그동안 ’사랑’이라는 감정을 ’정’이라는 감정과 혼돈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하고 있기에 살을 맞대고 살아가고 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생각을 나는 잊고 살았는가보다.

대부분의 커플은 사랑을 하다가 헤어지면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안고 적대감을 느끼게 마련인데, 주인공들은 1년 3개월의 부부 관계를 청산하고도 여전히 결혼기념일에 만나 저녁을 같이 하고,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는 참 아이러니한 커플이 아닐수가 없다. 이해할 수 없는 이 커플의 이야기는 라이치로와 하루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2중구조를 가지고 있다. 같은 상황에서 느끼는 라이치로의 감정과 하루의 감정이 코믹하게 다루어진다. 진지하고 진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우려를 코믹함을 가미시켜서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라이치로의 미소에 첫눈에 반한 하루는 초등학교 4학년때 백마 탄 왕자님에 대해 꿈꾸었던 내용이 현실로 다가왔고, 라이치로 역시 하루에 호감을 느끼게 되었고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늘 중요한 순간에 뒤로 빠지는 우유분단한 성격을 가진 라이치로는 하루와의 결혼에 고민을 하게 되고, 호텔의 연회 담당자 나카토미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엉뚱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첫 남자였지만 라이치로에게 대담했던 자신을 감추기 위해서 일곱번째 남자라고 말하는 하루는 그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여동생을 소개하고, 아버지를 소개시켜주는 등 라이치로가 빠져나갈 구멍을 막아 놓는다.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아이가 사산되면서 끝이 나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마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정작 당사자인 두 사람이 아닌 주위의 사람들은 여전히 두 사람이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서로의 단점을 극복하는 과정이 부족했던 그들은 다시 합치는 것을 두려워한다. 다툼 중에 그들은 상대방에게 서로에게 맞는 짝을 소개하기로 하는데, 하루는 라이치로에게 초등학교 친구인 가스미를, 라이치로는 자신의 결혼 상담을 맡아주었던 나카토미를 하루에게 소개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상대방의 연애 진척도에 관심을 보인다.

"다시 한 번 서로에게 반할 수는 없나...." (본문 77p)

사랑은 참 묘한 감정이다. 알면 알수록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일게다. 연애든 결혼이든 언제까지고 서로에게 반할 수 있는 상태를 지속하기는 없다. 서로에 대해서 알아갈수록 상대방의 단점이 보이면서 서로를 좋아했던 감정은 조금씩 사그러든다. 그러면서 서로 다투기도 하고 토라지면서 맞추어가고 이해해가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무르익는 것일게다.
현실을 도피하려는 라이치로와 그런 라이치로에게 상처를 받았던 하루는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그렇게 이혼으로 서로를 피해왔던 것이다. 아직 사랑이 무르익기도 전에...

"싸우면 좀 어때! 남자와 여자가 어린애 같아지는 것이 부부라면 우리는 좀더 싸웠어야 했어. 애들처럼!" (본문 207p)

그들은 이혼을 한 후에야 서로가 가졌던 마음과 서로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사산된 아이 신노스케는 그렇게 현실에 맞서기 싫었던 두 사람에게 이혼의 계기가 되었을 뿐이지, 그들은 20년동안의 위자료 지급이라는 명목하게 그렇게 결혼기념일을 기념하고, 서로의 근황에 궁금해하면서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사랑의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게다.
사랑이란 참 묘한 구석이 있다. 괜한 자존심 때문에 ’사랑한다’는 말 조차도 온전히 건네지 못하고, 위로받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을 온전히 할 수 없는 감정도 함께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사랑은 늘 사소한 오해로 다툼을 만든다.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을, 다시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괜한 자존심으로 건네지 못한 그들이 2부에서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결혼 13년동안 남편과 괜한 자존심을 내세우며 참 많이도 다투었다. 그 다툼이 오히려 ’내 마음을 좀 알아달라, 난 지금 네 옆에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라는 것으로 표현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고 생각하니, 우리의 다툼이 그야말로 아이들의 ’사랑 싸움’이었다는 생각에 괜한 웃음을 짓게 한다. 싸우면서 힘들었던 부분을 이겨내고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내 삶의 일부로 생각하면서 익숙해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괜한 설레임을 느낀다. 
이들의 다툼 역시 그런 설레임을 느끼기 위한 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부디 좋은 결말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 나는 이 설레임을 안고 남편과 연애를 시작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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