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일기 레인보우 북클럽 21
루트비히 토마 지음, 김희상 옮김, 홍살구 그림 / 을파소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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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일러스트를 보면서 짐짓 유쾌한 이야기일거라 생각했지만, 사실 어른들에게는 유쾌하지 못한 이야기였다. 반면 어린이들에게는 유쾌하고, 통쾌한 즐거운 이야기일 것이다. 왜냐하면, 악동 루트비히는 모순을 가득 담고 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비웃고 있으며, 그들을 혼내주기 위해 끊임없이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상대로 모순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곤 하는데, 아이들이 모를 거라는 착각과 어른이라는 권위를 내세워 아이들에 눈에도 뻔히 보이는 거짓과 모순적인 모습을 감추려 한다. 악동 루트비히는 모순으로 가득한 어른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그러니 모순을 가지고 있는 어른의 한 사람인 나로서 유쾌하지 못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저자의 이름은 ’루트비히 토마’ 그리고 <악동 일기>의 주인공 이름 역시 ’루트비히 토마’이다. 저자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주인공 토마와 저자의 어린 시절의 환경을 빗대어 봤을 때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어린이었다면, 루트비히를 통해서 통쾌함을 많이 느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순적인 모습을 보며 어른들의 그릇된 행동에 못 마땅해하지만, 어른들에게 직접적으로 잘못을 지적하지는 못한다. 이 또한 어른들의 모순된 가르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토마는 어른들에게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구제불능이라며 혼이 나지만 어른들의 모순에 상응하는 나름대로의 보복을 하고 있다. 물론 그의 행동이 모두 어른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참 잘 했어요’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지만 말이다.

공부 잘하는 딸 자랑에 침이 마르고, 공부 못하는 루트비히를 깍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는 폴베크 부부는 지리학을 지루학이라 잘 못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 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덜 자란 어른의 모습 그대로이다.
루트비히가 쓴 연애편지를 큰 소리로 읽어대는 철없는 선생님, 더군다나 ’너는 우리 정원에 피어난 잡초 같은 놈이야.’(본문 27p) 라는 말을 서슴치않고 뱉어내는 교장선생님의 언행은 교사로서의 부족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뿐인가, 토마의 버릇을 고쳐주겠다는 명목으로 80마르크의 교육비를 받아내는 삼촌, 누나의 결혼식에 와 엄마의 흉을 보는 숙모, 싸구려 석고로 만든 조각상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권위를 높이려는 종교 선생님인 팔켄베르크, 신앙심의 모범을 보여주겠다며 토마를 설교한 후에는 정각 9시가 되면 빠짐없이 술집으로 출근하는 페피 삼촌 등 토마 눈에 비추어지는 어른들의 모습은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 뿐이었다. 



루트비히는 그렇게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을 대상으로 말썽을 피우고 악동짓을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기다려주는 어머니가 있어 후회하고 반성을 한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하는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이 루트비히를 성장시킨다.
모순된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배운대로 짐짓 어른인 채 독한 시가를 피우고, 술을 마시던 루트비히는 깨질 듯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슥거리는 고통에 그동안 해온 거짓말과 말썽에 염증을 느끼며 깊은 반성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내 죽음을 두고 조금도 안타까워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엄마의 속을 썩여드린 것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제는 달라지자! 엄마를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이며 무엇이든 하자! 열심히 공부하고, 벌을 받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자. 그래서 모두 나를 보고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하자
! (본문 154p)

아이들은 후회와 반성을 통해서 조금씩 자라난다. 어른들의 욕설과 폭력이 아이들을 자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끝까지 믿고 지켜주며 보듬어주는 사랑 속에서 자신의 잘 못을 깨닫게 되고 반성하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되는 것이다.
루트비히를 통해서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을 비판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루트비히가 자신의 그릇된 행동에 대해 반성하면서 올바른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악동 일기>는 어린이들에게 루트비히를 통해서 통쾌함을 느끼겠지만 그와 동시에 후회와 반성을 통해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무엇이 옳은가를 스스로 깨닫게 도와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는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모순이 아이들에게 비추어지는 모습이 얼마나 초라하고 부끄러운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사진출처: ’악동 일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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