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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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이 붕괴될 당시 1995년 6월 29일, 나는 회사에 월말 마감으로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었다. 옆 사무실 선배 언니가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남은 업무를 부탁할 때 강남의 한 백화점이 무너져 내린 것을 알았고, 선배 언니의 오빠가 그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무너진 건물에서 사람들이 구조되어 갔지만,(선배의 오빠도 무사히 구조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조 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가슴을 애태워야 했다.
그 와중에 십여일이 지나 구조된 여학생은 제일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OO 콜라를 먹고 싶다고 답변을 했고, 그 학생의 답변으로 콜라회사는 많은 광고 효과를 얻게 되었다.
그 뿐인가, 사람들의 구조가 한창일 때도 보상 문제로 시끄러운 일들이 야기되었다. 
건물의 붕괴를 통한 홍보 효과와 보상문제로 인한 문제들이 어쩐지 우리나라의 역사를 비추어주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주었던 그때를 나는 <강남몽>을 읽으면서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왠지 모를 씁쓸함과 허탈함.

우리나라 제일의 도시에서 백화점이라는 고층 건물이 무너진 것은 굉장한 뉴스이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의 급진적인 개발에 문제점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했다. 현재 강남은 부의 상징이자, 많은 사람들의 꿈의 무대이기도 하다. 동시에 강남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집약해 놓은 곳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제 감정기를 벗어나고 전쟁을 치룬 후에 새마을 운동을 시작으로 집약적인 발전을 보여주었다. 군사정권, 구테타 등 곪은 것들이 터지면서 역사는 또 다른 길을 맞이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왔다.
상품백화점 붕괴는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이루어진 부실공사가 곪아 터지면서 일어나 사건으로, 어쩌면 예기치 않은 사건이 아니라,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사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 황석영이 쓴 <강남몽>은 5명의 인물을 통해서 강남을 둘러싸고 있는 비리, 탐욕, 폭력 등 고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가난한 환경때문에 상고에 들어가고 모델 일을 하다가 유흥업소에 들어가게 되고 결국 조폭과 손을 잡고 유흥업소를 차리다가 부동산으로 돈을 벌게 되고, 김진 회장의 둘째부인이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겪은 박선녀.
만주에서 독립군을 고발하며 친일활동을 벌이다가 해방이 된 후에는 미군을 도와 빨갱이 잡는 일을 시작으로 한국의 정치적 변화와 함께 하면서 부를 얻어 백화점 빌딩을 소유하게 된 김진.
부동산업자 박기섭과 부동산 투기로 막대한 이익을 거머 쥔 심남수.
후에 박선녀와 동업을 하게 되는 조직 폭력배 홍양태.
내집 마련을 위해서 파출부로 일하는 어머니를 도와 백화점 아동복 매장에서 일하다 백화점 붕괴로 박선녀 옆에 갇히게 된 임정아.

다섯명의 인물은 개발을 중심으로 한 우리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류의 사람들이다. 폭력배와 손을 잡고 유흥업을 하는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 박선녀, 권력과 돈을 쫓아 눈에 보이는 현실을 쫓아가던 김진이 가진 부의 붕괴, 개발 속에서 볼 수 있는 또다른 부패인 폭력배 홍양태가 도박빚으로 무너지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저자는 탐욕과 비리 그리고 폭력 등의 끝은 결국 파멸을 맞이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일제감정기 이후 우리나라의 정치적인 모습을 흡사 드라마 ’제 5공화국’을 보듯이 자세히 묘사한 것은, 붕괴된 강남의 한 백화점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모습과 오버랩 시키려는 효과를 보여주기 위함은 아닌가 싶다.
지금 우리나라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성수대교 붕괴와 삼풍백화점 붕괴가 보여주었듯이, 우리 사회는 발전을 명목으로 여전히 비리와 폭력이 난무하고 있음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저자 황석영의 이야기가 강남에서 시작하고 있지만, 마무리는 지금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이 해야하는 것을 아닐까?

도시의 개발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적인 부분에서 많은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백화점 건물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결국 붕괴를 한 것처럼, 그 취약점들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결국 이 사회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뉴스 속에서 보여지는 정치인들의 다툼과 치졸한 싸움들이 결국 사회를 무너뜨리는 시작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을런지.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이루어지는 그들의 다툼이 결국 발전이 아니라 붕괴가 되리라는 것이 보여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헛된 꿈을 꾸며, 자신들의 이익과 부과 권력, 명예만을 쫓고 있다.
삼풍백화점이 세워지면서 있었을 많은 비리와 부패 그리고 붕괴는 한 나라가 세워지고 부패와 비리와 폭력 등이 난무하여 결국 붕괴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과정을 담아낸 듯 싶어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무너진 삼풍백화점 자리에는 또다른 건물이 세워졌다. 무너진 건물은 다시 세울 수 있으나, 무너진 사회를 다시 일으키는 것을 쉽지 않다는 것을 나, 너 그리고 그들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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