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치와 소새와 개미 우리 작가 그림책 (다림) 4
최민오 그림, 채만식 글 / 다림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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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생김새를 소재로 그들의 겉모습을 보면서 상상력을 발휘하여 꾸며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유쾌함과 동시에 교훈을 곁들어주곤 합니다. 예전에는 돼지코가 길었었는데~ 라는 식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담뿍 들어가 있어 어린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로 이끌어줍니다. <<왕치와 소새와 개미>> 역시 그들의 겉모습을 소재로 유쾌한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식민지 시대의 대표적인 풍자 작가인 고 채만식 작가님이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썼다는 것은 이 작품을 통해서 처음 알았습니다.
작가는 왕치와 소새 그리고 개미를 통해서 사람들의 성품을 꼬집고 있는 듯 합니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이들이 마치 부지런한 사람,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 그리고 게으른 사람을 묘사한 듯 합니다.



개미는 지금이나 그때나 다름업이 부지런하고 일을 잘합니다.
소새는 성질이 좀 괴팍하여 인정이 없고 야박스런 구석은 있으나, 본래 재치가 있고 부지런해서 제 앞가림은 할 줄 압니다.
왕치는 힘도 없는 약질이라 매일 놀고먹었으며, 속이 없고 성질까지 불량했습니다.
개미는 너그럽고 낙천적이라 허물을 탓하지 않지만, 까다로운 소새는 개미가 미워 구박을 하고 눈치를 주었죠.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세 마리가 모여살고 있으니, 조용할 날이 없을 듯 합니다.

 

왕치를 골려 주기위해 소새가 사흘 잔치를 하기로 했습니다. 하나가 하루씩 혼자 맡아서 잔치를 해야하는 것이죠. 왕치는 혼자 차리는 것이 걱정스러웠으나, 둘이 먼저 차리거든 우선 먹어 놓고 볼 일이라고 어물쩡 승락을 했습니다.
첫날 개미는 부우연 흰 쌀밥에, 얼큰한 풋김치에, 구수우한 된장찌개에, 짭짤한 자반 갈치 토막 등으로 보기 드문 잔치를 벌였고,
다음 날 소새는 커다란 잉어로 잔치를 벌였습니다.
다음 날 왕치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물가에서 이어에게 잡아먹히고 말았어요.
돌아오지 않는 왕치를 걱정하던 개미와 소새는 왕치를 찾으러 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죠. 소새는 왕치를 찾아 날아다니다 잉어 한 마리가 굼실거리는 것을 보고 사냥을 했습니다.

날이 저물어 내일 왕치를 찾기로 하고 개미와 소새는 잡아온 잉어를 먹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잉어 뱃속에서 왕치가 풀쩍 뛰어나오더니, 
"휘! 더워! 어서들 먹게! 아, 이놈의 걸 내가 잡느라고 어떻게 앨 썼던지! 에이 덥다! 어서들 먹게!"
하니, 소새는 왕치가 반가운 것보다 화가 나 주둥이가 한 자나 도게 내밀었고, 그들의 모습이 우스워 웃다보니 허리가 잘록 부러졌고, 속을 못 차리고, 공짜를 바라던 왕치는 대머리가 되고 말았다네요.

동물의 생김새를 가지고 어쩜 이렇게 맛깔스럽고 유쾌한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는 것인지..정말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참을 이고가는 아줌마, 엿장수 아저씨의 모습에서는 우리나라의 정서가 담뿍 담겨져 있고, 글을 맛깔스럽게 담겨져 있습니다. 구수우한 우리말이 읽을 때마다 정감있게 느껴지고, 읽는 즐거움도 있네요.
그 뿐 아니라, 유쾌한 이야기 속에서 교훈까지 담아내고 있습니다.
왕치와 소새 그리고 개미는 우리들의 모습이겠죠? 우리는 서로 다른 친구들을 만나고, 나와 다른 많은 사람들과 공존하며 살아갑니다. 분명 왕치처럼 눈치도 없고, 속도 없는데다가 게으른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자기의 일은 완벽히 하지만, 배려심이나 인정 없는 소새같은 사람을 만나는 일도 있겠죠.
누구나 허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의 단점을 보며 미워하기보다는 그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보도록 노력한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새처럼 입을 내밀며 뚱한 얼굴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왕치처럼 게으르고 친구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을 듯 싶네요. 
한국의 멋이 담겨진 삽화와 구수우하고 맛깔스러운 이야기가 멋지게 조화를 이루어낸 정말 좋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사진출처: ’왕치와 소새와 개미’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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