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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학교 - 제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35
전성희 지음, 소윤경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평점 :
어릴 때부터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어른이 된 지금은 내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고 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렇게 교육을 받고 자라왔고 아이들에게 그렇게 교육하고 있지만, 나는 거짓말을 하며 살아간다.
거짓말을 정당화시키는 하얀 거짓말 뿐만 아니라, 상황을 모면하거나 내 상황을 유리한 쪽에 두기 위해서 거짓말을 간혹 하게 된다.
그리고...그동안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거짓말 학교]를 읽고 난 뒤에, 내가 거짓말을 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그것은 나 스스로가 나 자신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하루에 4번, 평생 8만 8천 번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뭐, 자기가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거죠. 그만큼 거짓말은 자연스러운 겁니다. 그런데 거짓말할 때마다 죄의식을 느낀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평생 8만 8천 번 죄의식을 느껴야 하는데, 그게 행복한 삶일 수 있을까요?"
"교육이 아주 잘못됐어요. 지아가 형성되는 아주 중요한 시기에는 말이죠, 거짓말은 나쁘다, 거짓말하며 혼난다, 이렇게 가르쳐 놓았잖아요? 그런데 다 커서 사회에 나와 보니 세상은 그게 아니란 말이죠. 거짓말 없이는 성공할 수 없지요." (본문 92p)
그랬다. 이 학교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철저하게 거짓말을 가르치는 ’거짓말 학교’이다. 이 사회는 경쟁이라는 이름하에 서로를 속고 속이며 살아가는 사회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누가 더 진실처럼 거짓말을 잘 하는가,에 따라 경쟁의 승패를 좌우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기 행각이 늘어나고, 정치인들은 진심을 다해 공략을 내세우곤 하지만 결국 거짓말로 판명되고 만다.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들이 진실된 사람들보다 더 잘 살고 있는 이 사회...결국 어린이들에게 거짓말을 잘 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인가.
"거짓말은 21세기 연금술입니다!" 라는 취지하여 거짓말을 잘 가르치기 위해 설립된 이 학교는 상위권의 아이들만이 입학할 수 있으며, 철저히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는 곳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이 학교에서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인애, 부모의 이혼으로 외톨이가 되어 입학하게 된 나영, 1등을 놓치지 않는 준우 그리고 준우를 따라 기부금을 내고 입학한 도윤, 네 명의 아이들은 이 학교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한다.
나영이와 인애가 빼앗긴 쪽지를 찾기 위해 교장실에 잠입하게 된 이들은, 교장실에 몰래 들어온 새로운 의사 선생님과 만나게 되고, 교장 선생님에게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이 쫓겨나게 되고, 평소 인애의 마음을 다독여주던 진실학 선생님 마저 학교를 그만두게 되면서 아이들은 혼란을 느끼게 된다.
네 명의 아이들이 한 일을 훤히 알고 있는 교장 선생님은 누군가 너희 일을 밀고한 사람을 밝혀 낸다면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편지를 받게 되고, 네 명의 아이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서로의 약점을 헐뜯게 된다.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남게 되었고,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예기치 않은 제안을 받게 된다.
인애를 진실한 친구로 생각했던 나영, 처음부터 나영의 거짓말을 알고 자신의 숙제를 위해서 접근했던 인애, 진실학 선생님을 진실로 믿고 있는 인애. 그들에게 거짓말과 진실의 분기점은 과연 어디일까?
"하하, 보지 않아도 뻔히 알 수 있지. 너희들은 내 편지 한 장으로 서로를 의심하고 원망했을 거다, 그렇지 않니?"
"매일 함께 지내는 친구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의심하지. 배신 또한 그런 사람에게 당하는 거란다. 진실학 선생도 마찬가지야. 너희가 왜 진실학 선생을 믿었는지 따져 본다면 아무 이유도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다. 그런 걸 무모한 믿음이라고 하지." (본문 194p)
나영이와 인애의 혼란을 통해서 내가 앞서 말했던 거짓말을 했던 이유 중의 하나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 상황과 사실을 믿고 싶은 마음에, 진실의 여부와 상관없이 나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통해서 최면을 거는 것이다. 그것이 거짓말인지 조차 인식할 수 없을만큼.
’맞아, 내가 원한 게 아니었어. 내가 원한 거라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던 거야.’ (본문 202p)
거짓말 학교의 취지도, 교장 선생님의 이야기도 모두 현 사회를 봤을 때 일리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나 자신을 속이고, 타인을 속이고 경쟁에서 이겨야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행복’일까? 앞서 8만 8천 번의 죄책감을 느낀다면 행복하겠냐는 질문에 이제서야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나 자신을 속이는 것보다 훨씬 행복하다는 것을 인애와 나영이를 통해서 대답을 찾을 수 있었다.
요즘 어린이 동화의 수준은 내가 어린 시절 읽었던 책과는 많이 달라져있다. 권선징악의 주제가 주를 이루고, 활자 그래도 인지해야 했던 그 시절의 동화와는 달리, 어린이 스스로 질문에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가고 있으며, 보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논리적인 생각을 이끌어내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최선인가?에 대해서 스스로 깨닫도록 이끌어간다.
이 책 역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거짓말’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행복’에 대해 스스로에게 자문하도록 만들었다.
그뿐인가? 현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비꼼으로써 어린이가 앞으로 이끌어 갈 사회를 그려보도록 했다.
남을 속이고자, 내가 처한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고자 했던 ’거짓말’은 결국 ’나 자신’을 속이고 있는 일이었음을 나는 깨닫는다.
결국 내 스스로에게 조차 진실하지 못한 내 모습에 나는 상당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나는 그 거짓말을 통해서 행복했던가?
’이제 어떡할래?’ 인애가 자신에게 반문했던 것처럼 나 역시도 나에게 반문해본다.
(사진출처: ’거짓말 학교’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