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판타지를 연상케하는 책의 표지가 굉장히 강렬한 느낌을 준다. 그의 작품 [파피용]을 읽어본 터라 예기치 못한 상상력을 잔뜩 기대하며 들었다. 장편 소설일거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작품이였고, 기대했던 것처럼 단편 한편한편마다 놀라운 상상력이 발휘되고 있었다.
있을 법한 과거(추억)와 있을 법한 미래라는 두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17편의 단편들을 수록하였는데, 그 단편들을 읽으면서 어쩌면 우리 미래는 이렇게 변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다른 이야기지만 [파피용]의 결말은 아담과 이브로 돌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를 여행하던 그들은 결국 오래된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였다. 
머지 않은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과학의 발달로 인해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세상이 도래하게 될 것이다.
편리해진 생활과 더 풍요로운 세상이 될 것이지만, 그에 반면 과학에 발달은 우리가 예기치 못한 병폐도 함께 가져올 것이다.
지금보다 환경 오염은 더 극심해질 것이고, 사람들은 더 이기적이고 극단적으로 변모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병폐들이 가져온 미래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파피용]에서 보여줬듯이 자연과 사람 모두 오염되지 않는 과거의 상태로 바뀌는 것만이 방법이라 생각했던 듯 싶다. 그의 생각이 [파라다이스]에서도 적용된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환경 오염이다. [환경 파괴범은 모두 교수형]은 어쩌면 머지않는 미래에 생길법한 법이다. 오존층에 뚫린 구멍이 더없이 아슬아슬한 한계에 도달하게 되고, 그로 인해 환경 파괴범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동차 운전 금지, 석유를 동력으로 하는 모터 사용 금지 등으로 사람들은 튼튼한 두 다리를 이용해서 자동차를 운행하게 되었다. 거리는 말이 질주하게 되었고, 메탄가스의 원천인 소, 양, 돼지가 말끔이 없어져 사람들은 고기 대신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게 되었다. 보잉 797기는 제트 엔진 항공기와 같은 외양을 가지고 있지만 날개에는 엄청나게 큰 헬륨 풍선에 의해 공중에 뜨게 되고, 수백 킬로미터를 힘차게 페달을 밟아 나선형 프로펠러를 돌려야만 한다.
과학의 발달이 가져온 미래의 모습은 편리해진 생활을 영위하기 보다는 머지않은 과거에 우리가 행해왔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뿐인가? 환경오염은 더 이상 자녀를 가질 수 없는 불임과 생식 불능을 가져올 수도 있다. 현 사회에서도 예전과는 달리 불임으로 자녀를 갖지 못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지 않은가. 
공룡의 세계가 멸종된 것처럼 먼 미래에는 인간이 멸종될지도 모른다. 환경 오염으로 불임이 된 먼 미래에 남성의 정자와 여자의 난자가 나비에 의해서 교배되는 꽃 섹스가 이루어지고 결국 인간은 꽃나무로 진화한다는 설정을 가진 [꽃 섹스], 사라진 대문명을 찾아 나선 고고학자가 찾아낸 거인의 왕국은 인간 세계였다는 것을 밝혀낸 개미 이야기를 담은 [사라진 문명] 두 편의 이야기는 먼 미래에 멸종된 인류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내일 여자들은] 편에서는 핵 방출 사고 방지법과 대처법에 대한 연구와 그로 인해 결국 방사능 누출에 잘 견딜 수 있는 여자만이 살아남게 된다는 내용을 담아냈다.



저자가 ’있을 법한 미래’라는 주제를 가지고 담아낸 단편들은 뛰어난 상상력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인간의 욕심은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있을 법한 과거’  속 단편들 역시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 단편들의 이야기는 현 사회의 병폐를 꼬집고 있는 내용으로 이 병폐들이 결국 ’있을 법한 미래’를 만들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경호원이 들려주는 유명인사와 마약상 그리고 창녀들의 밤의 풍경을 담아낸 [존중의 문제], 한 지역 신문기사가 대면하게 된 진실에 대한 외면과 현실유지에 대한 괴리감을 담아 낸 [안개 속의 살인]은 그렇게 현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예이다. 
결국 [영화의 거장]에서 말하는『과거는 백지처럼 지워 버리자!』란 문구는 완전히 깨끗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자는 뜻을 바탕으로 잘못된 과거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지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대가 바뀔 때마다 더욱 나빠집니다. 파괴가 갈수록 더 심화되는 것입니다. 마치 그네가 제자리로 돌아오듯이 말입니다.」 (본문 245p)

굉장한 상상력을 가진 작가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저자의 상상력으로 보게 된 인간의 이기가 만들어 낸 미래의 모습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환경 오염에 의한 인류의 멸망,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된 과학의 발달이 가져온 과학의 도태 등이 재미있고 유쾌한 설정이지만, 마냥 즐거워할 수 없었던 것은 언젠가 이런 미래가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돈, 명예, 권력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시급한 일이 무엇인지,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재미있는 설정 속에 섬뜩하리만치 무서운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저자의 뛰어난 상상력과 글솜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진출처: ’파라다이스 1’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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