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 아빠 백점 엄마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시집, 6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동심원 14
이장근 외 지음, 성영란 외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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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 뉴스에서 초등2학년 아이의 동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엄마와 냉장고가 있어서 좋은 이유를 나열한 후에 마지막 구절에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글로 마무리 된 동시가 어린이들 눈에 비춰진 아빠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시집 제목을 보고 문득 그 동시가 떠올랐다. 그러나, 어쩐지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었던 제목과는 달리 시집에 담겨진 동시들은 모두 예쁘고 순수했다.
이 동시집은 [제 8회푸른문학상]에서 ’새로운 신인상’ 부분에 수상한 다섯 시인들의 색다른 느낌의 동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서로 다른 느낌을 주는 동시들이지만, 이 동시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모습을 예쁜 단어로 담아냈다는 것이다.

방에 갇힌 날

숙제 다 할 때까지
방에서 나오지 마라
쾅!
방문이 닫혔다
방에 갇혔다

형아, 다 했어?
아니.
형아, 얼마나 남았어?
다 해 가.
방문 앞에서 조르는 동생

동생이 거실에 갇혀 있다. (본문 18p)

숙제를 안해서 혼나는 형이 방안에서 뾰루퉁한 채 숙제를 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형과 놀고 싶은 동생은 형이 얼른 나오기를 바라는데, 형은 숙제를 다하지 못했다. 우리 집에서 간혹 볼 수 있는 모습이라 그런지 머릿 속에서 형제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마지막 구절에서 왠지 피식 웃음이 난다. 형이 갇힌 게 아니라, 형과 놀고 싶은데 나오지 않는 형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는 동생의 모습이 너무너무 귀엽게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초승달이 점점 보름달이 되어가는 모습을 두 끝이 뾰족해서 하늘에 생채기 낼까 봐 조금씩 살찌운다고 표현한 [초승달]은 따뜻함과 정겨움이 느껴진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 10분, 10분만 놀다 온다고 엄마에게 조르는 아이는 친구들하고 놀 시간이 10분 밖에 없기에  친구를 10분 친구들이라고 표현한 [10분 친구]는 요즘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친구들과 뛰놀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진 듯 하여 마음이 짠했다. 차안에서 잠든 엄마가 집을 나간 줄 알고 엄마를 찾으러 다닌 후에야 엄마와 아내의 소중함을 느끼고 집안 일을 돕기로 했다는 내용을 담은 [남자들의 약속]은 시를 읽는내내 흐뭇하게 한다. 평범한 일상을 어쩜 이렇게 재미있게 잘 살려냈는지 신인 작가들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단한 나

공부도
그리기도
운동도 못하는
내가 아주 작게 느껴지는데

교실 벽에 붙은 세계지도가
눈에 들어온다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어디를 찾아봐도
나는 안 보인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뭐 어때?
나는 세계를 한눈에 보고 있잖아? (본문 64p)

가장 마음에 드는 시였다. 어린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많은 동화도 많지만, 이렇게 짧은 글로 큰 힘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시’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마음은 있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담은 [마음에 맞는 몸]을 통해서 어린이들이 공감을 얻는다면, [대단한 나]를 통해서 용기를 얻고, 자신의 마음에 맞는 몸이 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니 우리 아이들은 정말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가. 



일상의 모습을 많지 않은 단어로 감동과 웃음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동시’는 참으로 매력적인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장편동화 한 편 속에서 얻는 감동 못지 않는 감정들을 짧은 한 편의 동시 속에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라 그런지 새로움, 신선함이 많이 느껴지는 듯 하다. 꾸미려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담아낸 작품들이 퍽 마음에 든다. 동시 속에서 어린이들의 마음을 엿보고, 우리의 삶을 엿보면서 웃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또한 시 속에서 묻어나는 순수함이 내게로 전달되어지는 듯 깨끗함이 느껴졌다.
동시들을 통해서 우리 어린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으면 싶다. 이 또한 가능케하는 것이 동시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라 할 수 있으리라.

(사진출처: ’빵점 아빠 백점 엄마’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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