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나는, 추리 작가로 유명한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아직 그의 작품을 접해보지는 못 했었다. <용의자 X의 헌신><백야행>을 꼭 접해보리라 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추리소설이 아닌 장르로 그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블랙 유머 소설이란? 명랑한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에 대해, 사람을 웃기면서도 인간존재의 불안·불확실성을 날카로이 느끼게 하는 것으로, 유머에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에 있지만, 블랙유머에는 오히려 인간에 대한 불신·절망이 숨어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발췌)
소설의 장르에 맞게 썩소를 짓고있는 표지의 모습은 인간 내면에 있는 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신나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썩소를 짓게 만드는 내용 속에는 공감가는 부분이 존재한다.
사회의 부조리를 웃음을 통해서 풍자하였지만, 분명 날카로움이 있다. 그 날카로움을 통해서 나 역시도 이런 인물들 중의 하나였음을 인정하게 된다.

요즘 세상은 정말 코미디 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쓴 웃음 짓게하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사건들이 터지고 있는 가운데, 세상의 모순이 책 속에 담겨진 듯한 느낌을 준다.
가장 큰 공감을 준 것은 <울적전차>로 지하철을 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지 싶다.
지하철을 타다보면 주위의 사람들에게 시선을 가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러다보면 처음 본 사람이지만, 외모에서 풍기는 모습과 행동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깜짝 놀라곤 한다.
빈자리에 목숨거는 이들의 속마음, 주위 사람들을 보며 비방하고 있는 전차 안의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와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공감을 통해서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던 중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기여이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시끄러운 전자 내 사람들의 속마음과 달리 잠을 자던 사람은 잠결에 들었던 안내방송으로 문이 닫히기 직전에 내리면서 가방안의 ’자백가스’가 새어 버린 걸 깨달았다.
경찰청의 의뢰를 받아 만든 ’자백가스’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내뱉게 되는 것.

’별일 없겠지 뭐.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타고 있으니까.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무슨 말을 하겠어?’ (본문 34p)

그들의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단다고 생각해보라.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황당하다. 우리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많은 말을 쏟아낸다. 겉모습으로 판단하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헐뜯는 사람들의 심리를 저자는 웃음으로 풍자하고 있다. 

<할머니 골수팬>은 스타에 목매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기 위한 설정인 듯 싶다. 맹목적으로 스타를 사랑하는 이들이 과연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부모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들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 <고집불통 아버지>는 그 어리석음을 비판하고 있다. 부모 자신이 아니라, 자녀 스스로가 원하는 꿈이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닐런지.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생각해 봄과 동시에 지금 나는 우물안 개구리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가지 생각을 동시에 느낀 <역전동창회>는 ’스하루고등학교 제15회 졸업생 담임교사 모임’을 통해서 교사들이 졸업생들을 초대한 모임을 묘사한 이야기이다. 교사들 모임에 온 졸업생들은 각자 다른 분야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회인이 된 그들의 이야기에 절대 공감하지 못하고 자리에 뜨려는 교사들에게 뒤늦게 찾아온 졸업생은 교사였다. 외투를 다시 벗으며 교사가 된 졸업생에게 관심을 두는 교사들의 모습이 우습다.
서로 공감을 느낀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 거 같다. 더불어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도 거듭 해본다.

그 외에도 <초 너구리 이론><무인도의 스모 중계><하얀 들판 마을 vs 검은 언덕 마을> 인간의 그릇된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연상케하는 <어느 할아버지 무덤에 향을>은 점점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듯 하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죽어간다는 것을, 그것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님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할아버지는 의사의 권유로 젊어지는 수술을 하고 점점 젊어져서는 결국 20살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사랑을 느끼고, 욕정을 느꼈던 할아버지는 급격한 노화로 제자리로 돌아온다. 늙어가는 것에 불안해하지 말고, 현재 자신의 젊음을 마음껏 즐겨라.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젊음을 느낀다면 결코 늙는다는 것이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흡사 짐승과 같은 성격을 가진 인간을 꼬집은 <동물가족>은 지금 내가 어떤 동물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유머소설이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 이 책을 읽으면 절대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이 블랙 유머란 것은 인간의 불신에 대한 점에 중점을 두어 비판을 하고자 함이기 때문이다.
독자 개개인이 공감하는 이야기가 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어느 한 부분도 공감하지 않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지금 인간 세상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분명 표지처럼 썩소를 날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비웃음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똑같지는 않아도 이야기 속 주인공들 속에서 나의 내면과 만나게 될 것이 분명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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