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 동백꽃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4
김유정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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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김유정님의 작품을 만나보게 된 듯 하다.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만나본 뒤로 실로 오랫만에 읽어보지만 여전히 친숙하고 익숙한 것은 저자의 작품이 한국 대표 문학에 당당하게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저자의 글 속에 담겨진 해학이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있기에 오랜세월 동안 사랑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오래전 읽었던 명작을 다시금 꺼내 읽었을 때, 그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제와서야 이해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학창시절엔 알지 못했던 ’삶’을 나이가 들면서, 인생에 대해 조금 알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로소 문학 작품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아쉽지만, 이제야 그 느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원작의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사투리와 옛말을 그대로 옮겨두어 구수함을 더해주기는 했으나, 사실 책을 읽어내려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페이지 하단에 주석을 달아야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을텐데, 책 뒷 부분에 담아놓아 책을 뒤적여야만 했다.
어른이 내가 이럴진대,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녹녹치 않을 듯 싶다. 
어쩌면 이런 수고스러움이 있어 책을 정독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가져본다. 이 구수함이 있기에 김유정의 작품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부분도 있었으니 말이다.

네버엔딩스토리로 만난 김유정의 작품 <<봄봄 동백꽃>>은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만 4년 동안 소설 30편, 수필 12편, 번역소설 2편, 모두 44편의 작품을 남긴 그의 작품 중 어린이·청소년·어른 할 것 없이 두루 공감할 만한 대표작 8편을 수록하였으며, 무엇보다 ’작품 해설’은 이 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일제 식민지 시대였던 힘든 시절을 해학으로 풀어낸 내용을 청소년들이 온전히 이해하는 것을 쉬운 일이 아니다.
’작품 해설’ 속에서는 그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저자의 의도, 시대 상황을 설명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한국 문학을 이해하는데 기반을 마련해 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동안 느끼지 못했던 부분을 다시금 찾아 읽게 되었으며, 책을 쉽게 놓을 수 없었다. 그만큼 여운을 많이 남겨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데릴사위로 머슴일을 하는 나와 장인사이의 갈등을 코믹한 묘사로 담아놓은 <봄봄>은 그 시대의 부조리를 해학으로 풍자하고 있다.
저자의 묘사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데, 암담한 현실을 이겨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덮어놓고 딸이 자라는 대로 성례를 시켜 주마, 했으니 누가 늘 지키고 섰는 것도 아니고 그 키가 언제 자라는지 알 수 있는가. 그리고 난 사람의 키가 무럭무럭 자라는 줄 알았지 붙박이 키에 모로만 벌어지는 몸도 있는 것을 누가 알았으랴. (본문 10p)

구절구절 속에 느껴지는 저자의 유머스러움이 느껴진다. 

소년소녀의 풋풋함이 느껴지는 사랑 이야기가 담겨진 <동백꽃>에서는 시골의 정취가 물씬 풍겨지는 자연 속에서의 순수함이 엿보였으며, 권선징악의 교훈을 주고 있는 <두포전>, 노다지를 찾기위해 콩밭을 파헤치는 어리석음을 표현한 <금 따는 콩팥>에서도 해학을 통한 교훈을 그려내고 있다.
그 외에도 <이런 음악회><땡볕><노다지><만무방>의 작품에서도 저자의 익살과 해학이 넘치는 글귀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가 처한 현실은 안팎으로 참으로 힘들었을 때입니다. 몸은 병이 들었고, 시대는 일제 식민지의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는 그 힘든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 세상을 새롭게 보려고 했습니다. 그는 해학과 풍자가 담긴 웃음으로 세상을 보았기 때문에 힘든 현실과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학사에 빛나는 작품들을 발표했습니다. 김유정 소설은 도저히 웃을 수 없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적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 해설’ 中)

그 시절의 암담함과 저자의 아픔을 우리는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의 작품은 현재의 우리들에게도 용기를 주고 있다. 그 시절의 암담함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현재에서 또다른 암담함과 고통 그리고 슬픔을 겪고 있다. 그 암담함 속에서 저자가 그랬듯이 새롭게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의 작품이 그 시절 서민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것처럼, 현재의 우리들에게도 암담함 속에서 희망을 보게 하는 눈을 뜨게하고 있는게다. 
때묻지 않은 순박함을 가진 주인공들이 세상의 부조리에 이용당하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그들의 순진무구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우직하고 깨끗한 그들의 마음이 우리에게 희망과 웃음을 보여주고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암담함을 작품을 통해서 희망을 찾으려했던 저자의 마음이 우리에게 더 큰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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