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도망쳤다! 미래의 고전 19
백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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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처럼 집이 날아가는 모습을 담은 삽화가 꽤 인상적이다. 책 제목을 통해 연상컨데, 필시 집에 무슨 일이 생겼나싶다. 요즘 판타지 소설에 푹 빠진 딸아이가 반색할 책이다. 저자 백은영은 판타지동화를 주로 쓰는 작가라고 하는데, 그만큼 내용면에서 탄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타지동화를 여러 권 접해보았는데, 동화 속에 어설프게 섞여진 판타지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한 채 내용이 겉도는 느낌을 주는 동화를 접해보았다. <집이 도망쳤다!>는 동화 속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우정’이 판타지를 통해서 잘 표현해주고 있는 듯하다.

"내 경험상 붙박이 사람들은, 너희처럼 당에 붙박여 사는 사람들 말이다, 여하튼 그 사람들은 움직이는 집이나 길 위의 유목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정신병원이란 곳에 집어넣더구나. 그곳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몇몇 알고 있다.정말이지 붙박이족은 생각마저 붙박여 있는지 이 세상에 더 이상 숨겨진 비밀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나로선 아주 신기할 따름이지. 그런 사고방식이 말이야." (본문 37p)

바로 이것이 판타지가 주는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이 글귀처럼 우리는 생각마저 붙박여 선입견과 편견으로 똘똘 뭉쳐져 있다. 판타지라는 것~!!은 바로 우리의 붙박여져 있는 생각에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의 뛰어난 상상력에 몰입하여 나 역시도 주인공들과 함께 살아있는 집을 타고 모험을 하고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 바로 판타지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리라.

현실 속에는 3명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나약하지만 마음만은 착한 원호, 친구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못하고 도와주는 재민, 중학생 형들의 꼬봉 역할을 하며 아이들의 돈을 빼앗고 공포의 대상이 된 범수.
아름드리 떡집의 떡을 사먹으려던 원호와 재민이는 원호의 돈을 빼앗기 위해 찾으러 온 범수와 중학생 형들을 보고 도망을 친다. 원호는 산 속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초라하고 낡은 집 한 채를 발견하고 테라스에 몸을 숨겼고, 재민이는 범수의 일행에 잡히게 된다. 재민이는 그들에게 맞서 싸우다 집안에 들어가게 되고, 쫓아오던 범수 일행은 집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유령의 집이라 생각하고 도망을 간다. 그러나 유령의 집은 재민이를 가둔 채 달아나 버렸다. 그 모습을 목격한 원호와 범수는 아름드리 떡집에서 유목민과 유목민이 키우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떡집 주인인 ’배꽃 아줌마’와 함께 재민이를 찾으러 나선다.
윤호와 범수는 재민이를 찾기위해 동지가 되고, 모험을 통해서 범수의 아픈 과거가 들어나게 된다.

엄마를 폭행하는 아빠에 대한 미움, 폭행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간 엄마에 대한 그리움에 범수는 ’힘’을 키우고자 한다. 엄마와 단둘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아빠가 더이상 괴롭히지 못하도록 힘을 기르는 일이였고, 결국 그 마음이 삐뚤어져 친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가 된 것이다.

"학교란 곳은 둥지니까. 건강하고 구김살 없는 새도 있지만, 상처 입고 추위에 떠는 새도 있기 마련이지. 있지, 원호야. 그런 새는 치료해 주려고 할 때 아주 주의해야해. 왜냐하면 경계심이 굉장히 강하거든. 그러니까 일단 친해지는 게 먼저란다. 상처 치료는 그다음이고. 안 그러면 쪼여요. 아주 아플 정도로 세게 쪼인단다. 하비만 그런다고 새에게 뭐라 그럴 수도 없어. 왜냐하면 새는 너무 무서워서 그러는 거니까." (본문 74p)

재민이를 찾아가는 모험 중 배꽃 아줌마는 괴물 혀에게 납치를 당하게 되고, 유목민의 세계 즉 길 위의 모든 집들을 정복하려는 왕빛나의 음모를 알게 된다. 범수의 과거를 아는 왕빛나는 정복을 위해 힘을 갖고 싶어하는 범수를 이용하게 되지만, 범수는 원호와 재민이는 집으로 돌려보내려 한다. 재민이를 찾은 원호는 범수와 함께 돌아가기 위해 용기를 내고 유목민들과 길 위의 집들을 구하게 되고, 범수의 마음도 되돌린다. 겁쟁이라 불리던 원호는 점차 자신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되고,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가를 알아간다.

’폭풍우가 지난 뒤의 무지개는 더욱 아름답다. 그러니 용기를 가져라.’ (본문 243,244p)

현실 속에서 3명의 아이들이 등장하여 우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판타지 속에는 배꽃 아줌마와 왕빛나를 통해서 욕심에 대한 내용을 전하고 있다. 과욕으로 인해 길 위의 세계를 지배하려던 왕빛나는 결말은 어떤가?
두 가지의 이야기가 판타지를 통해서 조화롭게 이어나가고 있다. 상처입은 범수의 마음이 원호의 우정으로 인해 치유되고 있는 과정이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진다.
판타지라는 화려한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글 곳곳에는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기억해두어야 할 구절들이 담겨져 있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두려운 것도 꾹 참고 강해져야 할 때가 있다고." (본문 97p)

소중한 친구 범수를 위해서 형들에게 두들겨 맞았던 재민이, 재민이와 범수를 되찾기 위해서 용기를 낸 원호의 모습은 독자 어린이들에게도 용기를 갖도록 도와준다. 비록 엄마를 지키기 위해 두려운 것을 참고 힘을 얻으려 했던 범수는 옳지 못한 판단을 했지만, 범수에게도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은 용기가 있었음을 기억해주고 싶다.

"옳고 그름을, 좋고 나쁨을 나눈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지. 정 모르겠거든 그것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인지, 아니면 자신만 즐거운 일인지 생각해 보거라." (본문 213p)

범수는 엄마와 자신을 지키기 위한 힘을 가지려 했지만, 옳지 못한 판단으로 자신만 즐거운 일을 하게 되었다. 이 글귀가 어렵다면 기억해두면 범수의 모습을 기억하면 좋을 듯 싶다.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은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님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판타지소설에 빠진 딸아이에게 잔소리를 한 적이 있다. 그저 흥미위주로만 담겨진 내용들이 유익하지 않을거라는 선입견 때문이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 혼자 괜히 멋쩍어했다. 화려한 이야기 속에서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딸아이에게 괜한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계, 판타지라는 장르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붙박여져 있는 나의 선입견에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가르쳐준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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