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훔치고 싶은 것 미래의 고전 20
이종선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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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푸른책들에서 출간된 김진영 작가의 <<열네 살, 비밀가 거짓말>> 이란 성장 소설을 읽었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 도벽으로 드러났던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진정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였나를 알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내가 훔치고 싶은 것>>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흐르는 듯 보이지만, 차별화된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가장 근원적인 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점에서 같다 볼 수 있다. 
어떤 성장 소설이든 그 이야기에서 이끌어내는 결말은 바로 ’관심’그리고 ’사랑’이다.
이렇게 많은 성장 소설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바로 ’사랑’이라 누누히 말하고 있지만, 어른들은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을 통해서 말하고 또 말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 아이들의 마음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고 있다.
나는 사랑을 주고 있는가? 사랑을 내세워 아이를 간섭하고, 잔소리하며 더 옥좨고 있는 것은 아닌지...내 모습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해본다.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다. ’물건을 보면 욕심이 생긴다.’는 뜻이다. 물건만 봐도 그런데 돈은 더하겠지. 선생님도 너희만 했을 때는 그랬으니까. " (본문 11,12p)

이야기는 민서의 돈이 없어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가슴이 뛰며 심장이 터져 버릴 거 같은 여진이의 모습은 마치 여진이가 돈을 가져간 범인이 되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그랬다. 나는 여진이가 범인이라 생각했다. 먼가 숨기고 있는 듯한 여진이의 모습은 흡사 범인인 듯 보였으니 말이다.
돈을 잃어버린 임시 반장 유민서는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는 아이지만,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심장이 떨렸던 여진이는 민주와 단짝 친구로 화가가 꿈이지만, 자신의 꿈을 말하지 못한다. 선생님이 되라고 말하는 엄마로 인해 자신이 품었던 꿈은 그냥 조용히 마음 속에 담아둘 뿐이다.
민주는 털털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 좋은 친구로 등장하며, 특별활동으로 양궁을 하는 친구다.
또 한명, 여자경찰이라는 별명을 가진 여경이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만 왠지 민서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듯 하다.

이들에게는 각자의 상처가 있고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 있다. 넉넉한 집안에 사는 민서는 엄마의 치맛바람으로 친구를 잃었다. 친구들의 마음도 좋은 선물로 얻으려는 엄마로 인해 민서는 친구를 잃는 상처를 입었지만, 엄마의 꼭두각시 노릇에 길들여진 듯 보인다.
한편 여진이는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엄마가 맞벌이를 하였고, 엄마의 관심에 목말라있다. 주인이 잃어버린 지우개와 수첩 등을 훔쳐 마음을 채우고 있는 여진이는 같이 특별활동을 하는 민서의 좋아보이는 비싼 물감을 훔친다. 
여진이의 단짝 친구인 민주는 양궁 선수가 되어보라는 선생님의 권유로 양궁을 해보겠다는 야무진 결심을 한다. 그런 민주의 모습에 여진이는 응원하는 마음과 괜한 질투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민주는 초등4학년 때 여진이에게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여진이의 반만 닮아보라는 선생님으로 인해 여진이가 좋으면서도, 여진이가 미운 복잡한 감정을 가졌던 민주는 여진이가 모르는 상처를 안고 있었다.
민서에게 복수를 하는 여경이는 민서의 엄마로 인해 큰 상처를 입고 있었다. 그 상황을 모르는 민서지만, 여경이는 민서에 대한 복수심으로 민서의 친구들을 빼앗는다.

4명의 아이들은 서로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다. 엄마로부터 자유를 원하는 민서, 가족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여진이, 그리고 민서로부터 상처받은 마음을 채우고 싶은 여경이와 친구와 비교를 당한 후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는 민주.
서로 다른 마음을 갈구하고 있지만, 이들의 상처를 다독일 수 있는 것은 친구와 가족의 ’사랑’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힘들었어? 그렇게 허했어? 엄마가 몰랐어. 미안해." (본문 141p)

자신을 위로하는 말 한마디에 아이들은 상처는 눈독듯 사라진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이야기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있는 걸까?
책 속의 아이들은 사춘기 소녀들이 겪을 법한 다양한 성장통을 보여주고 있다. 마음을 알아달라 외치는 아이들, 친구의 마음을 얻고 싶은 아이들, 비교를 당하고 상처입은 아이들의 모습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성장통이자 고민이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혼자만의 고민과 상처로 아파하지 말라는 것이다. 친구가 있고 가족이 있기에 그 고민과 상처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4명의 친구들을 통해서 알아가길 바란다.

내가 성장 소설을 사랑하는 이유가 있다. 사춘기를 겪었지만, 그 시절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마음에 상처를 안고 지내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 상처가 오랜시간 동안 내 안에 머물며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사춘기인 딸을 위해 책을 읽는다. 요즘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내고 싶고, 그 마음을 다독이는 방법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서 요즘 우리 아이들의 고민을 알아간다. 내 아이도 겪게 될 그 성장통이 나로 인해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 선주, 여진, 여경, 민주의 마음을 통해서 나는 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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