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박한별 동심원 4
박혜선 지음, 강나래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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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집을 읽으면 내 마음이 순수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익살스러운 한별이의 모습과 제목 그리고 노란색 표지에 이끌려 아침일찍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그동안 읽어왔던 동시집과 달리 첫 동시부터 마음이 짠해집니다.
<위풍당당 박한별>은 독특한 구성을 가진 동시집입니다.
한별이의 이야기가 동화 대신 동시로 담겨져있습니다. 동화로 출간되었어도 재미있고 짠하게 읽었을 이야기이지만, 동시로 담아내니 그 짠한 마음이 배가 되는 듯 합니다.
함축되어 있는 단어가 한별이의 마음이 절제되어 담겨진 듯 하여, 더욱 안타까움을 전합니다.
그러나 읽어가는 동안 점점 당당해지는 한별이의 모습에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세상에서 젤 무서운 말

엄마랑 살 거야?
아빠랑 살 거야?
선택해!

잠 안 올 때 내 배는 누가 만져 주지?
엄마
비틀거리는 내 자전거 누가 잡아 주지?
아빠

누구랑 살 거야?
선택해!
선택해!                    (본문 8p)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한별이는 힘겨운 선택을 해야합니다. 우르르 쾅쾅 번쩍번쩍 번개가 치는 듯한 아빠 엄마의 이혼으로 결국 한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는 시골에서 살게 됩니다.
시골에는 막내고모 아기를 낳자 시골로 보내진 강아지 마루와 소파 밑에 똥 누구 베란다 꽃 뜯어 먹는다고 시골로 보내진 점박이 토끼가 있습니다. 한별이는 그렇게 서울에서 온 동물들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누구네 엄마일까?

빈 화분이었을 때는
그냥 화분이었는데
봉숭아 모종을 옮겨 심었더니
봉숭아 화분이 되었다

떠돌이 고양이일 땐
그냥 고양이였는데
내가 키우자
우리 집 고양이가 되었다

그냥 새댁이었다가
나 태어나고 한별이 엄마가 된 우리 엄마
지금은 내 이름 말고
다른 아이 이름을 달고 있을 엄마                 (본문 17p)

시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아가는 한별이의 모습과 시골의 모습을 담은 동시들 속에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한별이의 마음이 담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한별이는 당당해지고 있습니다.
한별이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시골의 모든 자연들이 한별이의 친구이고 가족입니다.
한별이는 이런 가족이 있어서 행복하고, 또 당당해집니다.

위풍당당 박한별

우리 학교에서 인사 제일 잘하는 아이는?
나, 박한별
믿을 수 없다면 교장 선생님께 여쭤 봐
열 번 보면 열 번 다 인사하는걸

우리 학교에서 젤 잘 웃는 아이는?
나, 박한별
우리 반에서 공부 젤 잘하는 아이는?
너희가 더 잘 알지?

그럼 우리 반에서 달리기 제일 잘하는 아이는?
현용이?
아니, 엄마 없다고 놀리는 현용이 끝까지 따라가서 등짝 한 대 멋지게 날려 준
나, 박현별이야

위풍당당 박한별!                   (본문 45p)

 

지금 우리 주위에는 또다른 한별이가 존재할 것입니다. 부모의 이혼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상처를 받습니다. 상처입은 아이들의 마음이 한별이를 통해서 드러나고 있어요. 그러나 상처를 다독여줄 수 있습니다. 그 상처는 바로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입니다.
한별이 기죽을까 곱게 화장하고 빨갛게 입술 바르고, 뾰족구두 꺼내 신고 학예회에 참석하는 할머니가 있어서 한별이는 행복합니다. 슈퍼에 자주 가는 할아버지 덕분에 밥상 위에 햄 반찬이 오르고, 할머니는 시내 문방구 단골 손님이 되었습니다.
한별이는 행복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니 말이죠.

슬프게 시작되었던 동시는 점점 따뜻해졌습니다. 시골의 정취와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도 느낄 수 있었죠.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제 마음은 더 따뜻해졌습니다.

한별이의 뒷이야기가 궁금하지 않나요? 한별인 다시 서울로 올라왔어요. 새 가족이 생겼거든요. (본문 94p)

한별이는 저자의 고모였습니다. 한별이처럼 상처 받고 아파하는 아이를 위한 저자의 마음이 담겨진 동시집이죠. 부모님의 이혼이 아이들의 잘못은 아닙니다. 또다른 한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당당하게 용기를 갖고 살아가라고 말입니다.
동시를 읽으면 내 마음이 순수해지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또다른 느낌을 갖게 되었어요.
바로 따뜻함입니다.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마음 따뜻해지는 동시집이네요.


(사진출처: ’위풍당당 박한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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