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미자 씨 낮은산 작은숲 12
유은실 지음, 장경혜 그림 / 낮은산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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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름만으로 이 책이 읽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접해왔던 저자의 책들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겠죠. 참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냄새 나는 책, 그래서 따뜻한 책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치약을 어떻게 사용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치질을 할때만 사용할 것입니다. 저는 간혹 커피잔을 닦는 용도로도 사용을 합니다. 수세미와 세제로도 닦아내지 못하는 얼룩을 치약은 아주 쉽게 커피잔을 하얗게 만들어 줍니다.
이 책에는 성지가 미자씨에게 치약으로 할 수 있는 열 가지를 들려주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상대방에게는 내가 판단하는 것 말고도 좋은 점이 수도 없이 많을 거예요.
왜 우리는 그 사람의 겉 모습만 보려하고, 상대방에게 느낀 단 하나의 감정으로만 그 사람을 보는 걸까요?
그런 선입견과 편견이 상대방을 외롭게 하고 힘들게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 동네에 사는 미자 씨가 외로운 것처럼 말이죠.


이별을 하고, 돈을 날리고 그래서 가난하게 혼자 사는 미자씨는 동네 아이들 간식도 뺏어 먹고, 동네 잔치 음식도 잔뜩 먹고 다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랑 돈을 몽땅 잃어버린 다음부터 말입니다. 미자씨는 그 허기를 먹는 것으로 채우려고 합니다.
밤이 되면 하루를 돌아보며 슬픔에도 잠기고 어떤 날은 훌쩍훌쩍 울기도 하죠.
미자 씨를 상대해주는 사람은 건넛방에 사는 주인집 조카 성지 뿐입니다. 엄마 아빠가 이혼하면서 큰집으로 온 성지는 외로움을 미자 씨를 통해서 달래는 듯 보입니다. 만만한 미자 씨에게 짜증을 내곤 하지만, 성지의 아픈 마음이 그렇게 표출 되는 듯 보입니다.
성지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자신에게 다가와 주는 미자 씨를 통해서 아프고 외로운 마음을 극복해 나가고 있답니다.

미자 씨와 성지의 치약 에피소드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왠지 마음이 아픕니다. 치약의 열 가지 효능을 다 사용해 보지 못하는 가난함이 미자씨의 마음을 아프게 하니 말입니다. 퉁퉁거리며 이야기하는 성지지만, 아픈 미자 씨를 그렇게 달래주는 듯 합니다. 외로운 사람의 마음을 성지는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죠.
미자 씨가 아파서 꼼짝을 못 하자, 사람들은 또 ’자다 깨다 방바닥 뒹굴다 다시 자기’ 취미 생활에 빠졌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하나 미자 씨를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아픈 미자 씨의 마음은 더욱 아파집니다.
그런 미자 씨를 위해서 어묵을 대신 어묵을 사러가 주는 성지와 성지의 이야기를 듣고 동태 두 마리를 선뜻 내어주는 부식 차 장수로 미자 씨의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그리고 예쁜 짝사랑을 꿈꿉니다. 부식 차 장수를 좋아하는 미자 씨를 보는 성지는 화가 납니다. 세상에 외로운 사람이 자신만 남은 듯 해서 말이죠.

미자 씨의 짝사랑은 부식 차 장수가 총각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끝이 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먹는 것으로 허기를 메우고 있던 미자 씨에게 또 다시 아픔이 다가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겨낼 수 있을 거 같아요.
성지가 있고, 순례 할머니가 주신 따뜻한 여우 목도리가 있으니까요.



저는 이 동화책을 미자 씨와 성지의 외로움에 타겟을 두고 읽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 아픔을 가진 미자 씨, 부모의 이혼으로 큰 집에서 외롭게 살고 있는 성지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가 않은 듯 합니다.
우리도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 건넨 작은 마음에 그 외로움은 눈녹듯 사라진 경험이 한번 쯤은 있을 거예요.
미자 씨도, 성지도 그렇게 관심을 기다리고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분명, 우리 주위에는 우리의 작은 관심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짝사랑에 마음 아픈 미자씨는 예전처럼 먹는 것으로 허기를 달래지는 않을 듯 합니다. 작지만 외로움을 채워주었던 성지의 품에서 실컷 울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나 한 번만 안아 줄래?"
미자 씨는 목도리를 풀었어요. 그리고 성지를 꼭 안았지요.
"아, 숨 막혀. 팔에 힘 좀 빼."

성지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어요. 사람 품에 안겨 본 게 아주아주 오랜만이었거든요.
(본문 97p)

나도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사람의 품이 그리운 시기입니다. 어려운 경제, 무서운 사회범죄로 사람들은 점점 외톨이가 되어갑니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세상, 누구든 의심해야 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점점 더 외로워지겠죠?
점점 사람 품이 그리워질 것 입니다.

"있잖아 성지야, 내 보통이 보통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되게?"
"몰라."
"그렇게 생각하면..........불행해져."
(본문 63p)

(사진출처: ’우리 동네 미자 씨’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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