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이 자라날 때 문학동네 청소년 4
방미진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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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을 선호하는 독자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좌절 속에서 희망을 보고 싶은 욕망 때문일까? 강렬하고 음습한 이미지라는 책 소개에 맞게 음습한 느낌만 느꼈을 뿐이였다. 
거꾸로 말하자면, 강렬하고 음습한 이미지를 선보이고자 했던 저자의 의도가 독자인 나에게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고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그저 밝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의 편독 습관과는 맞지 않았을 뿐이고, 저자의 의도와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잘 전달 되었다는 점을 구지 밝히고 넘어가야 겠다. 책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기는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이다. 요즘 청소년들 중 하루에도 극과 극의 심적인 변화를 느끼고,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이 미흡하여 잘 못을 저지르는 경우를 뉴스를 통해서 종종 접하게 된다. 그것이 잘 못인지도 잘 모르는 아이들을 볼 때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섬뜩하고 두렵다. 이 책에는 자의식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여전히 미숙하고 불안한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그렇다. 간혹 뉴스에서 접하는 섬뜩하고 무서운 아이들이 모습이 이 책속에 담겨져 있다.
그렇다고 책 주인공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내용은 결코 아니다. 단지 불안한 그들의 심리 상태를 담아냈었고, 그 불안함이 음습하고 공포스럽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하얀 벽><난 네가 되고><붉은 곰팡이><손톱이 자라날 때><고누다>의 다섯 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불안했던 십대였을 때의 내 모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두려웠는지, 무엇이 걱정되는 것인지도 모른 채, 불안하고 힘들었던 그 시기가 곰팡이처럼 눅눅하고 음습하게 묘사되고 있다. 닦아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고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불쾌한 냄새가 나는 곰팡이처럼 이 책은 그렇게 음습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들에게 ’두려움’은 알 수 없는 미래가 끝없이 펼쳐지는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진 기분일 것이다. 
요즘 십대의 아이들에게 ’친구’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집단 따돌림이 극성인 요즘은 아이들에게 친구라는 부분은 또다른 두려움을 자아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얀 벽><손톱이 자라날 때>는 그런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는데,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공포감이 느껴진다. 

분명한 것은, 이 책은 저자의 의도대로 십대들이 불안한 자의식 속에서 느껴지는 공포감을 너무도 잘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분명, 나 역시도 그런 과도기를 겪어왔으며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십대의 아이들도 공감을 느낄 것이며, 나 뿐만 아니라 십대의 많은 아이들이 이런 불안함과 공포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고 그로 인한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청소년 문학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희망을 보고 싶다.
다섯 편의 결말은 끝나지 않는 공포로 맺어진다. 십대들에게 그것이 더 공포스럽지는 않을까?
지금의 불안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좌절감이 생기지는 않을까?
나는 그것이 더 공포스럽고 두려울 뿐이다. 어쩌면 내가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음습함에 가려진 깊은 속내를 내가 들춰내지 못한 무지일지도 모르겠다.

"도망칠 수 없으면............"
"곰팡이처럼 살아.

곰팡이는 우스울 정도로 쉽게 닦여 나간다. 뿌리를 잃고 흩날린다. 하지만 금세 다리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기가 질리도록 질기고 질기에.

그래.
곰팡이처럼 살아.
(본문 132,1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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