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로의 특별한 세계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8
프란시스코 X. 스토크 지음, 고수미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정상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와 조화롭게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였다. 겉보기에는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듯 보이는 사회 속에서 가끔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을 말하고, 진실을 은폐하며, 잘못인 줄 알지만 행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을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라 할 수 있을까?
옮고 그름의 판단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 걸까? 책을 읽는동안 어쩌면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상적이지 못한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았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마르셀로는 아버지 아투로의 권유로 여름방학 동안 아버지가 경영하는 법률 회사의 우편실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직원들고 관계를 맺으며 일을 처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아투로는 자신의 아들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마르셀로가 다니는 패터슨 학교가 아닌, 보통의 오크리지 고등학교에 다니기를 원한다.
마르셀로가 현실 세계에서 제대로 적응할 때, 아투로는 마르셀로가 원하는 패터슨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조건을 내세웠기에 마르셀로는 패터슨에서 여름방학동안 말을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못하게 된 것에 속상해 한다.

마르셀로는 ’나’라는 1인칭 단어 대신에, ’마르셀로’라는 3인칭 단어를 사용하고, 종교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투로가 말하는 현실 세계에서는 ’나’라는 말을 써야하고, 다른 사람들 눈에 띄게 기도해서는 안되며, 타인과 경쟁하며 살아가야함을 강조한다.

"경쟁은 마음가짐이야. 어떤 사람의 행동 뒤에 숨은 동기가 이기심일 수도 있다는 걸 이해하고, 그에 따라 작절하게 반응하는 거야:"

"사람의 동기를 정확하게 아는 건 불가능해요."

"바로 그렇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넘버원을 쫓는다고 생각하면 도움이 될 거다."

"넘버원을 쫓는다. 비유적으로 말한 거야. 자기 자신의 이익을 제일 먼저 생각한다는 뜻이다."
(본문 60p)

마르셀로는 우편실 재스민에게 일을 배우고 회사의 규칙을 알아간다. 그러다 우연히 회사에서 진실을 외면한 채, 이익을 앞세우며 일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의 아버지인 아투로가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친구의 죽음에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마르셀로는 재스민과 일하면서 점차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고, 마르셀로는 아투로의 옳지 않는 일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다.
고객의 변호를 맡아야 하는 회사의 입장, 경쟁에서 졌을 경우 회사가 감당해야하는 막대한 손해와 잘못을 숨긴 채 엄청난 피해를 입고도 보상을 받지 못한 불쌍한 소녀 익스텔에 대한 도덕적 감정 사이에서 혼란해 하던 마르셀로는 진실을 찾으려 한다.

현실 세계는 우리가 어린시절부터 배워왔던 도덕적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옮고 그름의 잣대는 현실 세계에서는 이익에 의해서 정해지고 있다. 세상에 때묻지 않았던 마르셀로는 그 현실 세계의 옮지 않는 잣대에 타협하지 않은 채 진실을 찾아내고 있었다. 마르셀로는 패터슨 학교가 아닌 보통의 오크리지 고등학교에 다니게 될 것이다. 아투로가 원했던 대로 현실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마르셀로는 오크리지 고등학교에 다니는 것은 결코 두렵지 않다. 이번 일을 계기로 현실 세계의 옮고 그름에 대해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되었고, 무엇이 옳은 일인지 명확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소년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면서 겪는 성장통이 결코 아니다. 청소년들은 학교라는 작은 울타리에서 사회라는 커다란 경재사회로 들어서게 된다. 현실 세계에서 만들어진 규칙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마르셀로의 성장과정은 현실 세계에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하고, 수많은 규칙을 따라야 할 때,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진실을 숨긴 채, 나의 이익을 쫓으려고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익보다는 마음의 고통을 더 겪어야 했음을 역시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마르셀로의 느리지만, 천천히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과 변화해가는 마르셀로의 심리가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딛고, 무엇이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 모른 채, 사회의 편파에 적응하던 내 모습을 떠올린다. 옳고 그름보다는 세상의 때를 묻히는 일에 더욱 급급했던 사회초년병이였던 내 모습은 마르셀로와는 사뭇 다르다. 어쩌면 우리는 인지 장애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옮고 그름이나 진실과 거짓을 제대로 구별하지 않은 채, 사사로운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는 장애 말이다.

"다음 음이 올바르다는 걸 어떻게 알지?"

"올바른 음은 올바른 소리를 내."
(본문 410p)

세상에서 울려퍼지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듣고 싶다. 거짓과 횡포와 범죄의 틀린 음이 아닌, 진실 속에서 올바른 음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현실 세계의 규칙이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마르셀로처럼 비록 느리지만, 자신만의 올바른 잣대를 가지고 옳은 판단을 한다면, 세상은 아름다운 멜로디를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들의 몫이며, 진실을 외면하지 않은 옳은 판단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간과하지 않기를.....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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