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왜?
홍은경 지음, 오치근 그림 / 계수나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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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대한 안 좋은 기억때문인지, 나는 유난히 고양이를 무서워한다. 늦은 밤 아기 울음소리와 같은 고양이의 울음은 스산하기만 하다. 간혹 일명 명품(?) 고양이들의 우아한 자태를 보면 밤에 유난히 빛나는 무서운 고양이 눈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곤한다.
그러나 여전히 도둑 고양이는 내게 공포의 대상이다. 
그런데..여기~!! 명품 고양이를 흉내내는 도도한 도둑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도둑고양이라는 별명은 억울하다며, 떠돌이 고양이라 불러달라는, 절대 쓰레기를 뒤질지언정 도둑질은 하지 않는다는 고고한 고양이다.
몸단장을 하며 거리를 나설때, 도도한 떠돌이 고양이는 쇠사슬에 묶인 개들을 향해서 자신의 자유로움을 자랑한다. 

"쯧쯧, 불쌍한 녀석들."
나는 혀를 차요. 아무리 애룰 써 봐도 복줄 길이 이상 나갈 수 없는 개들의 신세라니. 나는 녀석들을 비웃는 대신 차라리 불상히 여겨요. 난 마음씨까지도 착하니까요.
 (본문 13,14p)

떠돌이 고양이는 매일 영숙이네 집을 찾아가 영숙이가 주는 우유랑 카스텔라를 먹지만, 자신을 사랑해주는 영숙이에게 마음을 주지는 않는다. 함께 지내자는 영숙이의 청을 거절한 것은, 함께 살면 같이 자야하고고 같이 놀아줘야 하는 귀찮음 때문이다. 떠돌이 고양이는 자유를 사랑하는 고양이니까.
떠돌이 고양이는 가끔 엄마 꿈을 꾼다. 세상으로 나아가 세상과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되라고 훌쩍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떠돌이는 자신의 곁에 아무도 없는 쓸쓸함과 허전함을 느낀다.
그 날도 영숙이를 찾아가 우유와 카스텔라를 먹으려던 떠돌이는, 영숙이 품에 있는 단비라는 이름을 가진 작고 어린 강아지 한마리를 보게 된다. 단비로부터 영숙이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떠돌이는 영숙이와 함께 살기로 결심을 한다. 
단비와 떠돌이의 생활을 담은 부분은 유쾌하고 즐겁다. 똥오줌을 못 가려서 늘 영숙이에게 혼나는 단비를 보며 즐거워하는 떠돌이의 모습이나, 떠돌이에게 놀아달라고 징얼대는 단비의 모습이나 모두 귀엽고 유쾌하기만 하다. 단비를 구박하는 떠돌이와 자신과 놀아주는 것인지 알고 좋아하는 단비의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영숙이가 외출 후 돌아오지 않자, 배가 고파진 떠돌이 고양이는 단비를 놔둔 채, 밖으로 나가 예전처럼 쓰레기통을 뒤지며 배를 채운다. 가끔 단비를 걱정하는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며칠을 보낸 떠돌이는 배고파 누워있는 단비를 위해 우유와 카스텔라를 훔친다. 자신을 버리고 갔다고 원망할 줄 알았는데, 놀자며 칭얼대는 단비의 순진무구함에 떠돌이는 그제서야 단비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비로소 사랑을 알게 된 떠돌이는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조그맣게 녀석의 이름을 불러 보았습니다. 그러자 가슴속 저 밑에서,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저 아래에서부터 따뜻한 기운이 씨앗처럼 톡, 깨어났습니다. 그것은 점점 커지면서 온몸으로 퍼져 갔습니다. 나는 알 수 있었습니다. 늘 허전하게 비어 있던 가슴이 채워지고 있음을. 비로소 내가 ’진짜 어른’이 되었음을. (본문 129p)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이기적이라 말한다. 풍요로운 생활로 부족한 것없이 자라다보니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관심갖고, 배려하는 법보다는 ’나’의 잇속의 먼저 챙기는 이기적인 아이들이 되어가고 있는게다. 머하나 부족할 것 없었던 도둑고양이는 영숙이에게 사랑을 받을 줄은 알았지만, 사랑할 줄 모르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함께 살아가면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즐거움을 알게 되고, 사랑하는 법과 사랑받는 법을 알게 된 떠돌이 고양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함께하는 즐거움과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넌 이제 다 컸어.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세상에서 배워야 한단다. 내면이 어른이 되어야 진짜 어른이야. 자, 네 세상을 찾아 떠나거라."

"아이들만 엄마랑 사는 거야. 넌 이제 아이가 아니잖니? 사나이답게 네 꿈을 마음껏 펼치고 세상을 사랑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다오. 그게 네가 태어난 이유고, 또한 엄마가 널 낳은 이유다."

"아들아,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는 훨씬 강하단다."
(본문109,110,112p)

엄마가 들려주었던 말의 의미를 이제 떠돌이는 알게 되었다. 고양이와 개는 상극이라는 벽을 깨고 사랑할 수 있었던 떠돌이는 이제야 어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이다.
떠돌이 고양이를 통해서 세상에 존재하는 불필요한 감정인 편견과 선입견을 토해내고,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서로 사랑하며 사는 참맛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우리는 그들을 믿고 지켜 봐주면 되는 것이다.
이제 나는 도둑고양이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출처: ’고양이가 왜?’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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