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소녀
빅토리아 포레스터 지음, 황윤영 옮김, 박희정 그림 / 살림Friends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누구나 상상을 한다. 하늘을 날고, 투명인간이 되고, 초능력이나 염력을 가지는 등 남들과 다른 특별한 재능을 가져보는 상상은 늘 즐겁고 유쾌하다. 그런 재능은 먼가 특별한 일을 해낼 것만 같다. 그런데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남과 다른 능력을 가진 이들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수 있겠다는 걸 알았다. 상상 속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편견과 따가운 시선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하늘을 나는 소녀>> 속에는 그동안의 상상의 세계가 담겨져 있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편견과 무서운 시선들이 존재한다. 판타지와 성장 소설이 절묘하게 믹스되어 한 편의 SF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이다. 저자 빅토리아 포레스터가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소설이 영화로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은근한 기대를 가져본다.

늘 순리대로 살아온 베티 매클라우드는 결혼 후 25년만에 아이를 갖게 되었고, 이것이 순리가 아니라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을 염탐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를 좋아하는 밀리 메이 역시 그것이 올바른 일이 아니라 말하고 다녔다.
생전 처음으로 신의 노여움을 샀다고 생각했던 베티 매클라우드는 파이퍼를 낳았고, 신의 노여움을 가라앉히기 위해, 집안의 정해진 양육 방식대로 파이퍼를 엄격하게 키웠다. 덕분에 파이퍼는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가지 못했고, 친구가 없었지만, 다른 이와 달리 공중에 떠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어미 울새가 새끼를 둥지에서 밀쳐내어 새끼가 스스로 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지켜보던 파이퍼는 스스로 나는 법을 터득하게 되고, 하늘을 나는 것을 행복해 한다. 그러나 그 능력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곤경에 처하게 된 파이퍼는 능력에 맞춰 특별히 고안된 개별학습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는 특별안 아동을 다루는 전문가라 불리는 헬리언 박사의 도움을 받아 연구소에 가게 된다. 

그 연구소에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있었는데, 특히 콘래드는 굉장히 뛰어난 두뇌를 가진 아이였지만,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면서 아이들의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있었다. 파이퍼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뛰어난 아이로, 콘래드와 많은 충동을 일으키곤 했지만, 콘래드로 인해서 연구소의 음모를 알아가게 되고, 콘래드와 탈출을 도모한다.

"’이 글자는 ’정상, 안정 그리고 보통을 위한 연구소’를 의미하는데 줄여서 ’인세인(I.N.S.A.N.E.) 이라고 하지. 인세인은 단 한 가지 목적, 즉 이 연구소 문을 통과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정상적인 것으로 만들겠다는 목적을 위해 지어진 완벽한 시설이야. 그리고 이 연구소는 그 목적을 100퍼센트 완수하고 있어. 게다가 설립 이래 절대적인 성과를 보증하는 균일하고 조직적인 과정을 만들어 냈어."

"하지만 왜? 왜 그들이 우리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거야?"

" 왜냐하면 그들이 우리를 위험하다고 여기고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무스타파 쌍둥이는 해일을 일으킬 수 있어. 데이지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탱크를 들 수 있고, 머틀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기록을 잴 수 있는 기구조차 없어. 우리는 정상적이지 않고, 결국 그들의 세상에 있을 자리는 없는 거야. 그래서 그들이 우리를 여기 지하에 가둬 두는 거지."
(본문 206, 215p)

뛰어난 두뇌로 탈출방법을 계획하는 콘래드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잊지 않도록 다른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준 파이퍼는 탈출을 감행하지만, 실패로 돌아간다. 완벽한 정답을 알고 있었던 콘래드는 한가지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정답은 최고의 결정, 논리적인 결정이 아니라 올바른 결정이라는 것을...콘래드는 파이퍼를 통해서 그것을 알아갔으며, 우정과 사랑이 무언가를 알아가고 있었다.

"넌 실수를 한 바보가 세상에서 너뿐이라고 생각해?"

"너 과대망상이 장난이 아니구나. 실수 한 번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젠장, 난 아침에 일어나기 전에도 그것보다 더 많은 실수를 하는걸. 먼저 실수를 하지 않고서는 가치 있는 것을 배우지 못하는 법이야!"
(본문 318~319p)

헬리언 박사는 남들과 다른 것이 틀린 것이라 말한다. ’정상적인 것 = 좋은 것. 비정상적인 것 = 나쁜 것’ 이라는 삶의 지침으로 아이들이 가진 남과 다른 능력을 없애기 위해 화학물질과 감정적인 면을 지배하여 그들을 정상적인 아이들로 만들려고 한다. 자신의 어린시절의 아픈 추억으로 그녀는 그렇게 아이들을 지배했던 것이다. 
남들과 다른 것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니다. 남들과 다른 것은 특별함이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다.
헬리언 박사를 통해서, 그리고 다른 능력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려 애쓰는 파이퍼를 통해서 다름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삶의 정답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최고의 결정이 아니라 올바른 결정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을 파이퍼와 콘래드는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사랑, 친구간의 우정, 그리고 가족의 의미까지 확인할 수 있는 <하늘을 나는 소녀>는,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통해서 다르다와 틀렸다가 결코 같은 의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엄마는 인생에서 가치 있는 일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라고 말씀하셨어. 엄만 내가 길을 걸어갈때마다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씀하셨지. 하지만 엄마가 말씀해 주시지 않았지만 내가 이곳에 와서 배우게 된 사실이 있어. 나 스스로 걸어갈 길을 선택하지 않으면, 조만간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나 대신 그 선택을 할 거란 거야. 그래, 어쩌면 머틀이 옳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처럼 평범한 존재가 돼도 아무렇지 않을지 몰라. 하지만 진실은 우리가 다른 사람과 같지 않다는 거야.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런 모습으로 만드셨는데, 우리가 스스로를 저버리는 건 정말로 끔찍한 일이 아닐까? 난 이 길에 놓인 모든 것이 괜찮을 거라고 장담하지는 못해. 왜냐하면 분명 내가 이제껏 걸었던 모든 길에는 굽어진 곳도 한두 군데 있었고 언덕과 골짜기도 여러 차례 있었으니까. 그래도 이것만은 알아. 나는 날기로 되어 있는 사람이고, 이곳을 걸어서 나가는 게 아니라 날아서 나갈 것이란 사실 말이야. 그리고 난 내가 어느 길을 가고 있는지 알아. 여기로 그 길을 느끼니까."

파이퍼는 손끝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본문 237p)

"스스로 꿈꾸고 계획하는 건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잖아요. 스스로 꿈꾸고 계획하지 않으면 우린 결코 어디에도 못 갈 거예요." (본문 77p)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었고, 느끼고 있었다. 남과 다른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가슴이 알려주는 옳은 결정이 무엇인가를 말이다. 남과 다른 자신의 재능을 사랑했던 파이퍼, 자신의 재능이 비정상적인 것이라 생각하는 헬리언 박사, 이 두 사람 중 누가 더 정상적이고, 행복해 보이는지 독자들은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