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귀신나무 (문고판) - 개정판 네버엔딩스토리 11
오미경 지음, 원유미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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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예쁜 표지이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만으로도 어른들을 웃음짓게 한다. 이 책속에 수록된 단편들에게 이렇게 나를 웃음짓게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리고 눈물짓게하는 슬픈 사연도 있다. 그렇게 웃고 눈물짓게 하는 이야기들의 중심에는 ’함께할수록, 나눌수록 좋다’라는 주제가 있다.
요즘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이웃과의 정을 나누는 일이 힘겨워졌다. 점점 개인적인 성향이 짙어가는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 ’함께’라는 단어가 어색하기만 하다.
’함께하는 즐거움’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를 알고 있는 나 역시도, 점점 개인적인 성향이 짙어감을 느낀다. 책을 읽으며, 어린시절 궁색해도 함께해서 즐거웠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그 행복함을 다시 찾아야겠다는 다부진 각오(좀 거창한가???)도 해본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사라져가는 자연, 그 자연 속에서 슬픈 추억과 기쁜 추억을 나누던 사람들은 쫓기듯 떠나야만 한다. 전쟁때 인민군에게 끌려간 아들 동욱이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도 댐 건설에 묻혀버리고 만다. 함께 했던 사람들도 보상금 앞에서는 욕심으로 서로 등을 돌리는 세상이 왠지 서글프다. 엄마의 사랑과 사라져가는 자연에 대한 아픔을 담은 <제비집>은 그렇게 눈시울을 적신다.

"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오는데 엔젠간 올 수 있겄지. 동욱아, 이젠 우리 집 마당이며 삽짝이며 다 읎어졌다. 저 솟대있는 디가 우리 집 자리여. 그 위에 매달린 건 우리 집 마당에 피던 꽃들 씨앗이구. 이 에미 가슴에다가도 씨를 받어 놨으니께, 이 에미 가슴에선 철마다 꽃이 필 게여. 그 꽃들이랑 널 기다리마. 욱아, 욱아. " (본문 22p)

선생님을 속이고, 자신을 속인 죄책감에 힘겨운 하루를 보내는 세호의 마음이 잘 드러난 <돼지꼬리 일기장>은,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나 자신만은 속일 수 없다는 걸 알려주는 귀여운 동화였다.
함께사는 행복을 잘 보여주는 <경비 서장 아저씨>는 삭막한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따뜻함이 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가져온 따뜻하고 포근한 이야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눈시울을 적신 또 하나의 이야기 <기름병 소동> 역시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마음과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키워주는 아름다운 동화이다. 급식이 없는 토요일이면 간식이 사라져 반 아이들은 한바탕 소동을 피우게 되고, 그것을 바라보는 엄마는 오래전 초등학교 다니던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아픈 할머니를 위해 작은 기름병 하나를 훔쳤던 옥주의 이야기가 가슴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엄마의 이야기가 짠하게 들려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를 각각 담은 <송아지>와 <외할머니와 접시꽃>은 경륜에서 묻어나는 삶의 지혜와 의미를 알려주고 있으며, <신발귀신나무> 역시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기쁨을 알려주고 있다. <쌍굴다리에 핀 꽃>은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을 소재로 다룬 이야기로, 전쟁 놀이를 재미있어 하는 요즘 아이들을 전쟁이 가져온 아픔과 고통을 일깨우며, 평화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있다.

"다리에서 이 파편은 빼냈지만, 이 할애비 가슴엔 아직도 빼내지 못한 게 있단다. 그건 이것마냥 의사들이 칼로 빼낼 수 있는 게 아녀. 이제 와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전쟁은 사람을 전부 미치광이로 만드니까 말이여. 하지만 진실이 묻혀선 안 되지. 죽은 사람들의 넋을 생각해서라도 말이여. 그건 그 사람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인 게여. 잘 못한 건 잘못했다고 하고, 용서를 구할 건 구해야지." (본문 130p)

<엄마의 무대>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가족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고 있으며, <젓가락과 숟가락>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천 번째 나무 인형>은 혈연이 아닌, 필연으로도 가족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입양’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지만, 그보다 진한 사랑으로 이어진 가족이다. 아들을 잃은 털보 아저씨와 엄마 아빠가 없는 준오가 함께하는 과정이 잔잔하게 담겨졌다.



단편들 하나하나가 짧은 글 속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여서 즐겁고 기쁜 마음을 우리 아이들이 알아갈 수 있을 듯 싶다. 우정과 사랑 그리고 관심과 배려를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아이들은 마음이 쑥~ 자라게 될 것이다. 또한 나 역시도 하루하루 바쁘다는 핑계로 둘러보지 못했던 주위를 둘러보는 계기가 되었다. 자연, 이웃, 가족과 소통하고 함께할 수 있는 따뜻함을 마음 속에 담을 수 있어서 행복했던 독서가 아니였나 싶다.

(사진출처: ’신발 귀신 나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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