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기욤 뮈소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읽고, 작가의 글에 매료가 되었다. 숨가쁘게 진행되는 이야기와 영상미가 느껴지는 글은 누구나 그의 작품에 빠질 수 밖에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 모두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것을 보면, 비단 나만이 가지는 생각이 아닐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를 읽고, 나는 서둘러 그의 또다른 작품을 찾아 읽게 되었다. 이 책도 한동안 읽어보겠다고 생각했던 책인데, 이제사 읽어보게 되었다. 애절함이 묻어나는 제목이다. 책 제목보다 더 애절함이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기욤 뮈소가 가진 스피드한 내용 전개와 영상미에 푹 빠져 있었다. 

기욤 뮈소의 두 권을 책을 접하고 느낀 것은, 그 주인공들 모두가 내면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였다. 그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상처와 대면하는 것이였다. <사랑하기 때문에><구해줘>의 두 주인공은 모두 내면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고, 그들의 직업은 타인의 상처를 돌보는 의사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들의 상처를 극복해가는 과정은 모두 다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그 상처와 대면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치유책이라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또한 그 상처는 용서와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는 점을 두 권의 책에서 저자는 말하고 있다. 두 권의 책이 모두 굉장한 반전을 가지고 있는 책으로, <사랑하기 때문에>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내용으로 반전을 이끌어 냈다면, <구해줘>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등장시킴으로써, 독자로 하여금스스로가 반전을 만들어가며 책을 읽게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두 권의 책은 비슷하면서도 굉장히 다른 책이다. ’상처, 사랑과 용서’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서로 다른 책을 그려낼 수 있는 기욤 뮈소의 기발함에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우리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이고도 운명적인 사랑을 추구한다. 만나야 할 운명, 헤어져야 할 운명이 사랑을 좀더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 운명을 거스릴 수 없을 것만 같은 끈끈함이 사랑을 더욱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헤어져야 할 운명을 거스르고, 끝내 사랑을 지켜낸다면 어떨까? 그 사랑은 강함을 뛰어넘어 애절하고 절절한 느낌마저 줄 것이다. <구해줘>라는 단어는 굉장한 애절한 느낌을 준다. 모든 상황을 이 한마디로 함축할 수 있는 놀라운 마력을 가진 단어이다. 운명을 거스르려는 한 남자의 애절함과 사랑이 이 단어 속에 함축되어 있다. 사랑....자신의 운명을 걸고 지켜내려는 그를 통해서 사랑이 가지는 굉장한 마력에 나는 또 한번 매료된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엄청난 마력을 나는 새삼 느껴본다.

배우가 되려는 꿈을 가지고 뉴욕에 온 줄리에트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카페 종업원이 되어 있었고 모든 것을 포기한 채 프랑스로 돌아가려 한다.
아내의 자살로 인해 일과 행복을 모두 잃은 의사 샘은 매일 아침 아내의 묘지를 찾는다. 아내의 자살과 그리고 씻을 수 없는 아픈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샘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정신적으로 피폐해 있었다.
병원에서 질병, 강간, 가까운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 등으로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입은 환자들을 치료해주는 샘은 자신의 상처와 고통은 치료하지 못 하고 있었다.
마약상과 범죄자들이 우글거리는 브루클린의 저주받은 빈민가 베드포드-스타이브슨트에서 성장했던 샘과 그의 아내 페데리카는 마약과 죽음과의 사투에서 무사히 살아남았고, 그들은 그 곳에서 벗어나 뉴욕에서 새로운 삶을 맞이하였으나,그 혼란스러운 소용돌이의 기억은 그들을 늘 쫓아다녔다.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채 자살을 결심했던 아내 페데리카, 그 아내를 잃은 절망감으로 살아가는 샘.

줄리에트는 변호사가 된 친구 콜린의 급작스러운 약속으로 함께하지 못하게 되자, 홀로 뉴욕 거리를 헤매이다, 샘이 운전하던 차에 치일뻔하게 되었고, 그것은 그들의 운명같은 만남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도 같았다. 줄리에트는 카페 종업원이 아닌 변호사로, 샘은 부인이 있다는 말로 거짓말로 그들의 어긋난 만남은 시작되었지만, 운명처럼 끈끈한 그들의 만남은 곧 그들을 사랑에 빠지게 한다. 이틀간의 불같은 사랑이 끝나고, 프랑스로 돌아가기 위해 비행기에 올라탄 줄리에트와 그녀를 잡지 못한 샘 그리고 비행기의 추락으로 그들의 운명의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다행이 줄리에트는 비행기가 출발하기 5분전 샘과의 재회를 위해서 무작정 비행기에서 내려 죽음을 면하게 되었다.
’죽음의 사자’라며 샘의 앞에 나타난 그레이스 코스텔로는 10년전에 죽은 경찰로, 줄리에트를 데리고 가야할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
마치 영화 ’데스티네이션’처럼 죽어야 할 운명이였던 줄리에트는 반드시 죽어야만 한다는 법칙처럼.
처음 ’죽음의 사자’로 등장한 캐릭터가 뜬금없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 캐릭터는 이야기의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운명보다 더 강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샘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준 역할이기도 하다.

샘은 그 해묵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진정으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라면 과거를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받아들였어야 했다. 그러나 페데리카의 자살은 그로 하여금 더더욱 과거를 회피하게 만들었다. 그는 과거를 직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절망에 빠진 홀아비 역할에 자신을 가두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어떤 희망을 만나기 전까지.....

샘은 줄리에트라는 희망의 이름과 그레이스를 통해 상처와 직면하면서 용서와 사랑을 통해서 내면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다.
사랑을 위해 운명을 다시 쓰겠다고 결심했던 샘의 심리적인 묘사가 애절하고도 절절하다. 
죽어야 할 운명이였던 줄리에트를 사랑했던 샘은 줄리에트의 운명을 바꾸고자 했다. 사랑의 놀라운 힘은 운명마저도 거스를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책 속에 캐릭터들은 다분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사회가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적절하게 인용하고, 사람의 행동으로 인한 인과응보를 토대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사랑과 용서를 말하고 있다.
기욤 뮈소는 빠른 이야기 전개와 뛰어난 영상미를 가진 글솜씨를 가지고 있다. 파격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각각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듯 하지만, 그들은 ’사랑’이라는 주제의 한 카테고리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죽음보다 못한 패배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죽음을 생각하던 그들이 정작 죽음 앞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을 읽어내려가면서,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긴장감 넘치고, 반전에 반전을 보여주고 있어 로맨스 소설이 가지고 있는 달콤함을 미처 느끼지 못하고 넘어가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로맨스 소설보다 애절하고 뜨거운 사랑을 보았다.
누구나 상처를 떠안고 살아간다. 작가는 <사랑하기 때문에><구해줘>라는 서로 다른 이야기 속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사랑...그리고 용서... 우리는 실패할 운명을 거스릴 수 있는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다. 내 삶을 운명이라는 단어에 맡기고 말 것인가? 기욤 뮈소는 그렇게 되묻고 있는 듯 하다.

(글 내용 중 일부는 '구해줘’ 본문에서 인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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