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진이다 - 아주 특별한 나에 대한 상상 마르탱 파주 컬렉션 3
마르탱 파주 지음, 강미란 옮김 / 톡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책의 카테고리를 ’소설’로 분류해 놓은 것이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소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을 위한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을 어떻게 분류하면 좋을까? 삶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마르탱 파주의 3편의 이야기는 모두 그렇게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읽으면 좋은 먼가 특별한 구석이 있는 책이다. [초콜릿 케이크와의 대화] [컬러보이][나는 지진이다] 세 권의 시리즈는 내면의 상처, 타인의 고통, 일상의 기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짧은 글이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긴 여운을 담은 책이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상실감, 타인과의 괴리감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아이들만의 전유물이라 느끼는 ’상상’이 주는 무안한 힘을 나는 글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상상은 그저 재미있는 놀이가 아니라, 나를 일으킬 수 있는 하나의 삶의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친구에 대한 상상, 선물에 대한 상상에 이어 이번에는 아주 특별한 나에 대한 상상이다. 마르탱 파주의 두권의 책을 접하면서, 그만이 가질 수 있는 발상과 독특함에 매료되었다. 짧고 간결한 글 속에는 상상이라는 도저히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넓고도 깊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나는 지진이다] 역시 상상 속에서는 무궁무진한 사랑과 관심을 끄집어내고 있다.




주인공 ’나’의 오래전 기억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다. 전쟁이 한창이였던 나라, 그리고 전쟁의 폭격으로 인해 부모를 잃어야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사탕 공장에서 일하던 부모님은 사탕 공장에 떨어진 폭탁에 의해 돌아가셨고, 나는 그날 이후로 사탕을 먹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양부모’를 얻게 되었고, 부모님은 ’나’를 많이 사랑하셨다. 지난날의 경험을 가진한 그대로의 ’나’를 말이다.
나는 자신의 주변에서 아주 미세한 흔들림 같은 것이 생긴다는 것을 느꼈고, 나중에는 물건이 흔들리거나 벽도 움직였으며, 교실 바닥이 흔들리거나, 학교 체육관 건물 정면에 금이 가는 상황도 일어났다.
그리고 그 상황의 중심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게 된다.

나는 주치의 선생님을 통해서 지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지질학자를 통해서 ’지진’임이 틀림없음을 알게 된다. 나도 부모님도 모두 걱정을 하는 반면, 지질학자는 오히려 그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지진은 우리가 사는 지구의 일부예요. 사냥할 수 있는 동물도, 뿌리 뽑을 수 있는 바이러스도 아니죠. 이 아이는 지진과 함께 살아가야 해요. 지진은 비나 광합성처럼 자연스러운 겁니다. 없애야 할 질병이 아니예요!" (본문 34p)

시장님, 교장선생님, 정부를 대표한 아줌마 모두 ’나’를 위험한 사람으로 판단하고 시민들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한 경고의 글을 붙이게 되었다. 그리고 소년은 도망을 결심한다. 풀숲 이곳저곳에 헤매이다 소년은 어떤 지진도 지식과 내 안에 담겨 있는 아름다운 것을 파괴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았으며, 부모님의 사랑과 지질학자의 관심을 통해서 지진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게 된다.
지진이라는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하게 사는 법을 배우려는 소년은 지진으로 인해 삶이 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의 고통은 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과 관심과 배려로 인해 점점 무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진’이라는 것은 내면의 고통, 상처, 아픈 기억 등을 표현하고 있다. 소년은 고통을 없애기 위해 도망을 치지만, 결국 고통 자체가 자신의 삶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전쟁과 부모님을 잃은 슬픔이 지진으로 표현된 상상은 고통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듯 하다. 그러나 소년의 고통은 양부모의 사랑으로 조금씩 치유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 사랑은 소년 스스로도 아픈 상처를 이겨내는 힘이 되어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가슴 속에 깊은 고통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고통이 내 삶의 전부를 흔들 수는 없다. 내가 누리고 있는 삶을 바꾸거나, 고통으로 인해 내 삶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고통은 가족,친구 등의 사랑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고통 속에 몸을 웅크리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아갈 때 그 고통은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고통이 나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엉뚱한 상상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주변을 돌아보려 한다. 고통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에게 사랑을 주고, 아픔으로 힘겨운 나 역시도 그들의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통으로부터 도망을 가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이겨내려는 용기를 저자는 특별한 상상을 통해서 우리에게 그렇게 전달하고 있었다.

나 자신의 불행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다른 무언가에 정신을 빼앗겨야 한다. 그리고 내 영혼과 정신이 이 세상을 사로잡도록, 세상 모든 것에 사랑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 나는 이 사실을 숲 속에서 깨달았다. 그러기 위해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하는지, 아직은 알지 못하지만 나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어쨌든 우리는 모두 지진이니까. (본문 76,77p)

(사진출처: ’나는 지진이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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