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13
차오원쉬엔 지음, 김택규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사춘기...단순한 제목이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단어이다. 누구에게나 오는 성장의 과정이지만, 각기 다른 성장통을 겪게 된다. 사춘기는 하나의 길인데, 그 끝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사춘기를 겪는 동안의 과정이 어떤 길로 들어서는지 결정짓게 된다. 사춘기의 초입을 들어선 딸아이. 그 아이가 가는 길이 비록 험난하고 힘든 길이라 해도 올바른 길이길 바란다. 이 책이 아이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사춘기] 시미처럼 내 아이도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1966년 중국의 혁명 정신을 재건을 목표로 한 문화대혁명 시절, 고등학교나 중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들을 농촌이나 생산 현장으로 보내 노동에 직접 참여하게 하여 정신을 개조한다는 의미로 하방 운동을 참가시켰는데 이들을 지식 청년 혹은 ’지청’이라 불렀다고 한다. 농촌에서 자란 시미와 지청으로 다오샹두에 오게 된 메이원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시미는 다오샹두 중학교 교장선생님의 아들로 여기저기 그림을 새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다. 책상과 담장 등 보이는 곳마다 시미는 그림을 새겨서 부모님에게 많은 꾸지람을 들었다. 그런 시미에게 예술적 감각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은 바로 메이원이였다. 주변 사람들의 모습, 사물, 하늘, 땅 그리고 물속까지 단순하고 유치하지만 그 속에는 시미의 눈에 비친 다채로운 세계가 담겨져 있었다.
조각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시미는 칼을 이용해서 생동감 넘치게 그려넣었다.

메이원의 아버지는 조각가였고, 어머니는 화가였으나 작품에 악질적인 의도를 담고 있다하여 어느 날 갑자기 붙잡혀 갔고, 아버지의 친한 친구인 위 아저씨에게 보살핌을 받았으나, 돌 조각가였던 아저씨 부부 마저 잡혀가 그 아들인 위룽완과 지내다 지식 청년으로 뽑혀 서로 다른 곳에 배치를 받게 되었다.

메이원은 아버지를 통해서 배운 조각을 시미에게 알려주고 싶어, 시미의 아버지인 두쯔젠 교장 선생님에게 시미를 가르치겠다는 허락을 받아낸다.
원래 지청은 수확을 도와야하지만, 메이원을 아끼고 사랑하는 시미 부모님의 도움으로 학교 선생님으로 일을 하게 되고, 틈틈이 시미에게 조각을 가르친다.

"무엇이든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충 훑어봐선 안 돼. 눈을 멈추고 응시하는 법을 익혀야 돼. 그러니까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보라는 거야. 그렇게 집중해서 보다 보면, 네가 무심히 보아 넘기던 사물에서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새로이 발견하게 될거야. 저 나뭇잎만 해도 그래. 자세히 보고 있어 봐...... 보이니? 햇빛이 잎의 뒷면에 비쳐 투명해졌잖아. 저것 봐, 예쁜 잎맥이 다 보이지?" (본문 149p)

"하늘 아래 네가 관심을 갖고 들여다볼 만한 가치가 없는 건 단 한 가지도 없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숨을 멈춘 다음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도 그 사실을 알게 될 거야." (본문 150p)

시미에게 메이원은 다른 세상으로 인도하는 안내자였으며, 이성에 눈을 뜨게 된 여인이였으며, 다른 사람을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을 알려준 선생님이였다.
그렇게 메이원은 부모님의 말썽꾸러기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네가 시미를 가르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 그 애는 그냥 개구쟁이일 뿐이야."
"아니에요. 두 분은 시미를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본문 100p)

사실은 나 역시 내 아이를 가장 잘 안다고 자만한다. 그러나 실상은 나도 내 아이를 잘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미의 놀라운 감각이 부모에게는 그저 칼 장난에 불과하다고 치부되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아이를 단정짓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한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시미를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한 메이원처럼, 내 아이에게 나도 메이원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존재말이다.

시미와 메이원은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느껴지는 순수함이 엿보인다. 그리고 깨끗함이 느껴진다. 저자의 서정적인 묘사는 큰 강의 기슭에 자리 잡은 다오샹두 마을의 분위기를 읽어낼 수 있다. 순수함과 맑음 그리고 때묻지 않는 깨끗함이 글 속에서 묻어난다.
또한 시미와 메이원의 성장을 향한 내적인 갈등이 잔잔하게 그려져있다. [사춘기]라는 단어는 묘한 떨림이 있다. 그처럼 두 주인공 속에도 성장이라는 묘한 떨림이 존재한다. 시미는 메이원을 만나서 새로운 세상을 보며 꿈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었고, 메이원은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슬픔을 이겨내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그 둘은 묘한 떨림 속에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유분방한 물고기이고 싶은 시미가 넓은 바다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물고기로 변해가는 과정이 잔잔하게 담겨져 한편의 서정적인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진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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