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조각보 미래그림책 15
패트리샤 폴라코 글 그림, 이지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읽은 <<나비가 전해 준 희망>>을 통해서 저자의 그림책을 처음 접했다. 이 책에서 ’희망’을 보았다면, <<할머니의 조각보>>에서는 ’사랑’을 보았다.
흑과 백으로 그려진 그림 속에 유독 ’바부슈카’만이 빨간색으로 도드라져 보인다.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 온 안나 증조할머니에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면, 입고 있던 옷과 머리에 쓰는 ’바부슈카’였다.
춤을 출 때면 바부슈카를 치켜들고 나풀거리기를 좋아하던 안나 증조할머니.

안나 증조할머니가 자라 옷이 작아지자, 증조할머니의 어머니는 새 옷을 지어 주셨고, 작아진 옷과 바부슈카, 헌 옷 바구니에서 꺼낸 잠옷과 앞치마들로 조각보를 만들어 주셨다.

"이 옷으로 조각보를 만들어야겠구나. 고향 생각이 나네 말이야. 그러면 밤에 손잡고 춤추던 식구들도 여기에 있는 것 같을 거야."

그렇게해서, 조각보 가장자리는 안나 증조할머니가 쓰던 바부슈카로 마무리 되었다.

안식일 기도후 식구들이 둘러앉아 흰 빵과 닭고기 스프를 먹을 때, 식탁보에는 그 조각보가 씌워져 있었고,
안나 증조할머니가 결혼하던 날은 신랑 신부를 씌워 주는 천막(후파)이 되었으며, 할머니 칼이 태어날 때는 조각보로 따뜻하게 감싸주었고, 칼 할머니가 결혼할 때는 조각보는 다시 천막이 되었다.
칼 할머니의 아기인 엄마 메리 엘렌이 태어날때도 아기의 이불이 되었고, 안나 증조할머니가 나이가 많이 아프실 때는 조각보로 무릎을 따뜻하게 덮고 계셨다.

어머니 엘렌도 조각보 아래에서 결혼식을 했고, 나 페트리샤가 태어날 때도 조각보는 나의 이불이 되었다. 내가 엔조 마리오와 결혼하던 날도 조각보 아래였고, 이십 년 전에 트레시를 낳을 때도 그 아이를 처음 감싼 이불도 이 조각보였고, 이 조각보는 또 내 딸을 따라갈 것이다.





 

조각보는 증조할머니,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 그리고 나에게 전달 되었고, 이제는 딸에게 전해주려고 한다. 조각보 속에는 이 가족의 사랑과 역사가 담겨져 있다. 누구의 치마에서 오렸는지, 누구의 바부슈카였는지..가족들은 추억을 회상하며 이야기하고, 가족을 그리워하고 사랑하게 된다.
유태인 가족들이 러시아를 떠나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가족간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게 해준 조각보는 그야말로 ’사랑’이였다.


유태인들의 생활 모습을 엿보면서, ’나’라는 화자가 증조할머니를 시작으로 앨범을 보면서 이야기하듯 들려주는 이야기가 정겹다.
목탄을 이용하여 흑백으로 처리한 그림 속에 빨간 조각보는 가족간의 사랑을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가족을 이어주는 조각보를 통해서 가족간의 사랑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그림책이 된 듯 하다.



   





(사진출처: ’할머니의 조각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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