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정말 우리말 아니?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4
이어령 지음, 김용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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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에게 한국말을 아느냐고 묻는 저자는 물음이 뜨끔하다. 한국사람으로서 우리말을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적절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느냐?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 않느냐? 말의 뜻을 제대로 알고 쓰고 있느냐? 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자신있게 ’네’ 라고 대답할 수는 없다. 외래어 사용과 한자어를 사용하는 있이 빈번하고, 우리말 속에 담겨진 뜻 깊은 의미를 생각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말이라는 게 자기 뜻을 표현하는 도구로만 쓰이는 건 아니야. 말 속에는 한 집단과 나라와 민족이 문화와 사상이 담겨 있고, 말을 통해서 우리는 선조들의 혼을 배우게 되지. 어찌 생각하면 말은 핏줄만큼이나 굳고 단단하게 우리를 한 공동체로 묶어 주고 있어. (앞마당 본문에서 발췌)

대부분의 책들이 우리 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그 말의 어원이나 그 말을 사용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그 말의 사전적 의미가 지금껏 우리말에 대해서 다루어 주었던 대부분이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색다른 책이다.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시리즈인 <너 정말 우리말 아니?> 는 우리말을 통해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책이다.
’아’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의 의미와 다양한 의성어가 살아있는 우리말, 사람을 섬길 줄 아는 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우리말에 대해 알아감으로써 세계적으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은 우리말을 올곧게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있다.

외국어와 외래어로 점점 우리말의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우리의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우리말’ 밖에는 없다. ’우당탕탕’’타타타타’’우르릉콩’’쿠르르쿵’ 의 다양한 소리, ’색색’’콜콜’’쿨쿨’’드르렁드드렁’ 잠 잘때 나는 다양한 소리 등으로 어느 나라 말보다 소리로 감정이나 모양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우리말이야 말고, 내 마음속에 담겨진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도구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표현의 단일화로 바뀌어져 가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인의 생각을 낳을 수 있는 튼튼한 집, 한국인의 생각이 자랄 수 있는 아름다운 집, 그리고 한국인의 생각이 뛰어놀 수 있는 너른 마당을 가꾸어야지. 우리조상들이 피와 함께 물려준 한국말이 올곧고 아름답게 잘살 수 있도록 말이야. (본문 35p)

토씨하나로 그 의미를 달리하는 우리말은 ’나’를 ’도’로 바꿈으로해서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심어주는 마술을 가진 말이다.
’여행이나 가야겠다’ 대신 ’여행도 가야겠다’는 ’나’를 통해서 도피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나, ’도’를 통해서 일도 하고 여행도 간다는 의미의 행복한 여행을 떠올리게 한다.
다양한 책을 통해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심어주려는 요즘은, 단 하나의 말로 마음까지 변화될 수 있는 기본적인 의미를 왜 외면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반성하게 한다. 
우리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함은 아니였나 싶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된다.

’말’을 통해서 우리는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도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사람살려’를 외치는 우리말과 ’헬프미’를 외치는 영어는 ’사람에 대한 존귀함’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의 여부를 보여준다.
’헬프 미’는 ’나를 도와주세요’ 라는 뜻인데 반하여, ’사람 살려!’는 우리가 사람 모두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사람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겼던 우리 조상들의 얼과 지혜는 우리의 말 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말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알면 알수록 참맛이 나는 낱말 ’가없이’’안갚음’’감실감실’지치다’’아람’ 등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음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작가의 표현처럼 많이 배울수록 생각도 깊어지고 표현력도 풍부해지는 단어이며 아름답게 빛나는 우리의 보물들인 우리의 아름다운 단어들.

말은 그저 언어만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다. 내 생각과 우리 조상들의 삶과 지혜와 얼이 담겨져 있는 우리를 공동체로 묶어주고 있는 ’끈’인 셈이다. 외국에서 살아가는 우리 동포들도 우리와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곳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도 한국말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우리’라는 개념 속에 담겨진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영어를 배운다는 것,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일이며, 좀더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뜻깊은 일이다. 그러나 그전에, 우리 나라의 말을 올곧게 사용할 줄 알는 마음을 먼저 갖아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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